"한국교회가 보수 정권과 결탁해 거짓 정보를 전달하며 약자들을 억압하고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았던 사례는 40년 전부터 있었다. 사실 한국교회는 오래전부터 '가짜 뉴스 생산지'였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연세대에서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손승호 박사는 한국교회가 '가짜 뉴스'를 만들고 유포해 온 것이 최근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배종석·정현구)·성서한국(박종운 이사장)·한국기독교언론포럼(김지철 이사장)이 11월 21일 연 '가짜 뉴스와 기독교' 포럼에서, "기독교발 가짜 뉴스의 시초는 1970년대 진보 기독교계를 향한 '용공容共' 시비"라고 말했다.

손 박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림형석 총회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이승희 총회장)의 분열 이유 중 하나가 WCC의 용공성이라는 사실을 볼 때, 진보 기독교계가 공산주의와 관련됐다는 시비는 꽤 오래되었다고 했다. 그는 "문제 제기가 격렬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중반이다. 진보 기독교인의 노동자 전도로 시작한 '산업 선교'가, 노동자 교육 및 민주적 노동조합 조직 등 노동운동에 힘을 보태는데까지 이어지자 용공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976년부터 정부와 보수 교회는 '반공'을 매개로 결탁해 진보 기독교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2부국장이자 영도교회 장로였던 김재국은 <한국 기독교의 이해>라는 책을 출판했다. "종교의 사회참여가 공산주의자들의 혁명 전략과 흡사하다"는 주장을 담은 이 책은 정부 수사기관 교재로 활용되기도 했다. 손승호 박사는 이를 두고 "교계 내에서 유포되던 진보 기독교계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정부 인사에 의해 가다듬어지고 활용된 것"이라고 말했다.

손승호 박사는 한국교회의 '가짜 뉴스' 생산이 최근 일만은 아니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당시 보수 교계는 WCC가 '민중 해방'과 '사회구조 전환' 등을 강조하면서 기독교로 가장해 공산주의 계급 사상과 폭력 사상을 고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 선교 단체들이 기독교로 가장한 채 한국을 공산화하려는 세력이라는 주장은, 출판물은 물론 언론을 통해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손 박사는 "당시 '출판물'은 현재 '소셜미디어'와 비견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강했다. 저자가 불분명한 <한국 기독교와 공산주의>라는 책을 통해서 한국 공산주의화의 근거지가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NCCJ), 심지어는 소련이라는 근거 없는 '가짜 뉴스'도 유포됐다"고 말했다.

손승호 박사는 과거 모습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WCC나 교회협이 '공산주의 단체'라는 문제 제기는 아직도 일부 개신교인 사이에서 계속되고 있다. 그는 "70년대 당시, 잘못된 정보가 전문가와 정부에 의해 절묘하게 가공돼 유포됐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다. 지금 생산되고 있는 가짜 뉴스들은 나중에도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을 혀나 차며 지켜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CBS 변상욱 기자는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극우 개신교가 파시즘적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두 번째 발제자 CBS 변상욱 기자는 한국교회 내에 돌고 있는 가짜 뉴스가 동성애·이슬람·북한 등의 주제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고 했다. 변 기자는 "6·25 참전 용사에게 인사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북한 군인'에게 인사하는 사진으로 조작하기도 하고, '문재인 치매설', '문재인 간첩설'과 같이 근거가 부족한 정보들을 퍼트리기도 한다. 정치적 목적을 가진 정보가 기독교·교회 커뮤니티에 상당히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 개신교가 파시즘적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 기자는 "동성애·이슬람·북한 등에 대한 반대는 정치적 보수의 프레임, 기독교의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개신교 단체는 멀쩡히 근무 잘하고 있는 대통령을 끌어내려 '참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향과 핏줄이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자를 배척하고, 개혁주의자들을 혐오하면서 집단의 힘으로 몰아내야 한다고 하는 것은 파시즘적이다"고 말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가짜 뉴스 유포가 국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가짜 뉴스를 없애기 위한 시민운동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가짜 뉴스가 사회·경제적 약자와, 5·18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등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일부 극우 개신교 세력이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섬멸해야 할 적'을 상정하고, 이들을 음해·혐오하려는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안 소장은 이 같은 행위를 '반사회적 범죄 행위'로 규정했다.

안진걸 소장은 가짜 뉴스 유포가 국가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민연금이나 쌀값 문제 등 민생·경제와 관련한 이슈들을 왜곡한 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이 같은 가짜 뉴스들은 올바른 민생·경제 정책이나 복지 대책을 수립에 어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정책까지 왜곡·약화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진걸 소장은 가짜 뉴스 근거지로 지목된 개신교계를 포함한 범종교계와 시민사회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가짜 뉴스 문제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 문제도 공론화를 통해 절묘한 해결책을 얻었다. 예민한 문제, 정치적 이해관계가 논란이 되는 문제일수록 사회적 공론화,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1월 21일 한국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린 포럼에는 2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국가기도순례기도회' 진행하는 목사,
"진짜 '가짜 뉴스 공장'은 <한겨레>"
에스더 집회 계속 참여한 목사는
"5·18은 북한군 개입…우파도 패널로 세우라"

패널들의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패널들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국가기도순례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한 목사는 "혐오·증오·편견에서 기인한 가짜 뉴스는 분명히 잘못됐다. 그러나 기독교 한 선교 단체를 '가짜 뉴스 공장'으로 표현해서 찍어 버린다면, 그 언론사가 오히려 '가짜 뉴스 공장'일 수 있다. 이에 대한 팩트 체크와 고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용희 대표)를 가짜 뉴스 공장으로 지목한 <한겨레>를 지적한 것이다.

'반동성애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윤 아무개 목사는 "발제자들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인정하느냐"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패널들이 <한겨레>나 <뉴스앤조이> 기사만 가지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신문도 많이 있는데 왜 다루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윤 목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극우적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5·18 같은 경우는 아직 확정된 판결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북한군의 개입이 맞다고 생각한다. 치우친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세우다 보니 균형이 맞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의견이나 주장 말고 질문을 해 달라"는 주최 측의 요청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1분만 더 달라"며 마이크를 놓지 않는 그에게 일부 참가자가 "그만하라"고 제지했다. 그는 "다음에 이런 행사를 또 진행한다면 우파들도 세워서 공평하게 진행하라. 그래야 교회가 발전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윤 목사는 2011년부터 에스더가 주최하는 기도회와 각종 집회에 참여한 인물이다. 2014년부터는 에스더의 통일광장기도회를 뿌리로 한 '안산 통일광장기도회'를 주최해 진행하고 있다. 이용희 대표, 염안섭 원장 등과 함께 <동성애>(비전북)라는 책을 공저하기도 했다.

'반동성애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는 윤 아무개 목사는 "다음에는 우파도 세워서 행사를 진행하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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