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예장합신·박삼열 총회장) 21개 노회가 9월 18일 열리는 103회 총회에 올린 헌의안은 총 19개다. 19개밖에 되지 않는 헌의안 가운데, 중복되는 안건이 있다. 김대옥 교수(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의 동성애 옹호, 이단 사상을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다. 이 헌의안은 경북노회·경기중노회·남서울노회에서 각각 올라왔다.

예장합신 교단지 <기독교개혁신보> 9월 5일 자 보도에는, 세 노회가 "김대옥 목사가 한동대 교목으로 재직하면서 동성애와 페미니즘 사상을 주장하는 모임을 주관하는 등 잘못된 성경관과 위험한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합신 소속 청년 다수가 현재 한동대에 재학 중임을 고려할 때, 김 목사의 신학 사상을 조사해 합신 교단 소속 청년들과 성도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참여 금지를 청원한다"며 총회에 헌의했다고 나온다.

2004년부터 한동대에서 가르쳐 온 김대옥 교수는 교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한동대에서 아무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학교에서 재임용 거부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동대가 그를 부당하게 재임용 거부해 언론에 오르내렸다. 교육부는 한동대에 김 교수에 대한 재임용 거부 취소 처분을 내렸고, 현재 학교에서 다시 재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대옥 교수는 현재 한동대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예장합신 목사들은 김대옥 교수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헌의한 것일까. 헌의안을 올린 이유를 묻기 위해 각 노회장들에게 연락했지만, 다들 연락을 피하거나 자세한 이야기를 꺼렸다.

<뉴스앤조이>는 경북노회에서 직접 이 안건을 헌의한 A 목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A 목사는 "내가 헌의한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총회 동성애저지대책위원회에서 연구하기 원한다는 취지로 헌의안을 올려 달라고 부탁해 왔다. 그분(김대옥 교수)의 활동은 기사를 통해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동성애저지대책위 부탁을 받았지만, 자신도 공감했기 때문에 헌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 목사는 "동성애를 옹호하고 학교의 기독교 가치관과 배치되는 내용을 사적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한동대는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학교다. 그분이 학교와 다른 입장을 계속 말한다면, (우리가) 완강하게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에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 김 교수를 굳이 타 교단에서 조사할 필요가 있는지 묻자, A 목사는 "김대옥 교수가 법적 분쟁을 거쳐 학교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한동대에는 우리 교단 청년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는 총회 동성애저지대책위원회에도 연락했지만, 위원들은 자세한 이야기를 꺼렸다. 위원장 심훈진 목사(동작중앙교회)는 "멀리 나와 있어서 통화하기 어렵다. 그 일은 잘 모른다"며 전화를 끊었다. 서기 김선우 목사(새하늘교회)도 "총회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 대답 못 한다"며 전화를 급히 끊었다.

경북노회에서 헌의안이 통과된 것을 지켜본 한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헌의가 올라왔을 때 김대옥 교수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설명했는데도 그대로 통과됐다. 대책위에서 동성애 문제를 전투적으로 다루다 보니, 영향이 크지 않은 분까지 문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예장합신 102회 총회에서 회무를 진행하는 박삼열 총회장. 뉴스앤조이 이은혜

타 교단에서 자신을 '이단'으로 조사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김대옥 교수는 황당하다고 반응했다. 김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큰 영향력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교계에서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있으면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문제 제기하니 뜬금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노회들이 헌의한 이유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들이 말하는 '동성애·페미니즘 사상을 주장하는 모임'은 지도교수 없이 학생들 스스로 구성한 단체다. 2015년, 그 단체가 기독교적인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서, 예배 때 설교 몇 번 했던 것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당하게 재임용을 거부당하고 고군분투하는 자신에게, 타 교단이 확인 사살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강도 만나 죽어 가는 사람에게 다가와 확인 사살하려는 강도떼를 만난 기분이다. 부당하게 해직된 사람의 고통에는 관심도 없이 교리를 운운하는 행태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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