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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본래 '퀴어한' 신앙 공동체"
성소수자 인권 포럼 '퀴어하게 읽는 성경 이야기'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8.02.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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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묘한', '괴상한'이라는 뜻을 지닌 '퀴어'(Queer)는 성소수자를 의미하는 단어로 자리 잡았지만, 지금은 '소외된 사람'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류 사회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 퀴어의 눈으로 성서를 재해석하는 작업이 일찍부터 있었다. 2006년 출간된 <퀴어 성경 주석>(Queer Bible Commentary·QBC)이 대표적 예다. 지금까지 성경이 축복의 이야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혔다면, QBC는 성공한 사람들에게 가려져 있던 사람들, 차별받은 사람들의 또 다른 목소리를 조명한다.

QBC는 동성애를 옹호하기 위해 성경 전체를 왜곡한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한국에서 QBC 번역 출판을 준비하는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는 "QBC가 단순히 동성애가 옳다, 그르다, 죄가 아니다는 식으로 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전통적 시각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성경을 읽는 것이다. 동성애 논란에 쟁점이 되고 있는 구절들이 어떤 역사적 배경과 맥락에서 기술됐는지 분석한다.

퀴어의 눈으로 성경을 재해석하는 퀴어신학을 10회 성소수자 인권 포럼에서 접할 수 있었다.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은 2월 9일부터 2박 3일간 인권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정규 세션 중 하나인 '만나 보자! 퀴어신학!: 퀴어하게 읽는 성경 이야기'가 2월 10일 연세대학교 외솔관에서 열렸다. 임보라 목사가 사회를 맡고, 고상균 목사(한신대 구약학 박사과정), 유연희 목사(미국 연합감리교회), 이영미 교수(한신대 구약학)가 발표자로 나왔다. 이들은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성경을 읽는 법을 소개하며, 교회가 성소수자와 공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발표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성경을 읽는 법을 소개하며 교회가 성소수자와 공존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개신교는 소수의 종교
맹신과 문자주의적 해석이
동성애 혐오 조장

지난해 주요 교단은 강력한 동성애 대책을 마련했다. 일부 교단은 총회에서 동성애자 혹은 동성애 지지자가 교회 직원이나 신학교 학생·교직원이 될 수 없도록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목사가 동성애자를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한 교단도 있었다. 고상균 목사는 이런 모습을 보며, 한국 개신교가 '소수자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개혁 초기 개신교는 소수의 저항하는 사람들(Protestant)이었다. 고 목사는 "태생적으로 개신교는 소수자 즉 '퀴어한 신앙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가 소수자 정체성을 잊고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있다. 권력의 중심에 서기 위해 자기보다 만만한 존재를 골라 공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보수 개신교가 성경 구절을 근거로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것은 잘못된 맹신과 이해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교인들이 목회자가 가르치는 내용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고 성경을 문자주의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는 "성경을 읽을 때, 시대 상황, 본문 구조와 의미, 저자의 의도 등을 고려해 해석과 비평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교회가 일방적인 혐오 메시지를 버리고 다양한 성 정체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성·결혼에 상충한 입장 보이는
창조 이야기

유연희 목사는 보수 개신교가 이성애의 근거로 가져오는 창조 이야기를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창조 이야기야말로 성·결혼에 명확한 규범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규범과 상충한다는 내용이다.

첫 번째는 창세기 1장과 2장의 성에 대한 이해가 동일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창세기 1장 27절에는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창조한다고 나온다. 창세기 2장 7절에는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라고 쓰여 있다. 유 목사는 "2장에 등장하는 '사람'이 남자인지 사람인지 성서는 정확히 명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이성애 규범에 익숙해 '남자'로 여긴다"고 했다.

두 번째는 결혼 규범이다. 창세기 1장 28절에서 하나님은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고 명한다. 하지만 2장 24절에는 "두 사람이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룬다"고 나온다. 유 목사는 "창세기 1장 28절은 출산과 결혼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2장의 '결합하다'는 성적 활동을 의미한다. 결혼과 관련한 언급이 없는데, 사람들이 통념에 따라 결혼으로 해석해 왔다"고 했다.

유 목사 말을 종합하면 창조 이야기는 단일 규범을 제시하지 않는다. 보수 개신교가 주장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할 때 이성애와 결혼을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 목사는 "보수 개신교의 주장과 달리,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퀴어적이다. 조금만 꼼꼼히 읽어도 창조 이야기가 한 가지 규범만 말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가부장적 가족제도 거부한 룻
다양한 가족 형태 등장

이영미 교수는 구약에 등장하는 룻을 배경으로, 성서 속 '퀴어한' 가족 이야기를 소개했다. 남편과 사별한 룻은, 고향 모압으로 돌아가 남편을 구하라는 나오미의 충고를 거절하고 나오미 곁에 계속 머문다. 이 교수는 룻을 가부장적 가족 형태에 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독자적 가족 구조를 꾸리고 산 인물이라고 평했다.

성서는 이성애·가부장적 가족제도에 기반한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혈연을 넘어선 가족 공동체를 지향하는 본문도 함께 등장한다. 이 교수는 "예수는 하나님나라를 위해 새로 형성한 공동체가 혈연을 뛰어넘은 진정한 가족이라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새로운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한 부모 가정, 비혼 여성(혹은 남성), 동거 가구, 퀴어 커플, 그룹 홈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한국 사회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 중에는 가족 관계를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도 있다. 이 교수는 "성서에 나타난 비전통적 가족 구성 사례(룻과 나오미)와 예수의 가족관은 이성애·가부장적 가족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퀴어한 가족들에게 지표를 제공한다"고 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성소수자를 신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성경에 나온다고 모두 죄?
그럼 돌로 쳐 죽일 건가

퀴어신학 강연은 성소수자 인권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강의를 듣기 위해 1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주최 측은 준비한 장소보다 더 넓은 강의실을 마련해야 했다. 수강자들 중에는 기독교인도 있었고, 다른 종교를 갖고 있거나 무교인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질의응답 시간에서 기독교는 왜 그렇게 동성애를 혐오하는지 물었다.

불자 성소수자 A는 매년 퀴어 축제에서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여는 보수 개신교를 보며 성경을 직접 찾아 읽기까지 했다. 그는 이전에 레위기를 근거로 동성애를 반대하던 개신교가 지금은 에이즈, 정상 가족 등을 언급하며 자신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종교인으로서 개신교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무교인 B도 주변 기독교인과 대화할 때면 커다란 벽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B가 만난 대다수 개신교인은 인권이 중요하고 성소수자를 정죄하는 건 옳지 않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그럼에도 동성애가 '죄'라는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성경에 동성애가 죄라고 나와 있다는 이유다.

고상균 목사는 "성서는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정확히 명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다수 교회가 몇몇 구절을 "동성애는 죄"라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고 목사는 성경에 명시해 있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죄로 여긴다면, 개신교는 자기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성서에는 죄인을 돌로 쳐 죽이라고 나오는데, 대다수 교회가 이를 지키지 않고 지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고 목사는 동성애 반대 집회에 나오는 개신교인을 너무 진지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지난해 퀴어 축제에서 퍼레이드 참석자들이 "동성애는 죄"라고 외치는 개신교인을 향해 거꾸로 찬양하고 축복한 일이 있었다. 고 목사는 "성경에 어둠은 실체가 아니라고 나온다. 혐오는 실체가 아니다. 지난해 퀴어 축제처럼 그들을 대화로 어떻게 꺾어 보려 하는 것보다 해학적으로 상대하는 게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했다.

성소수자 C는 성경에 모순되는 부분들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물었다.

유연희 목사는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님도 상반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고 했다. 세상에 평화를 주기 위해 왔다고 하면서, 다른 장면에서는 채찍을 휘두르며 칼을 주러 왔다고 한다. 유 목사는 "성경이 모순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결국 예수님의 어떤 모습을 좇으며 살지 결정하는 건 성경을 읽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먼저, 내가 믿는 예수님은 어떤 분인지, 우리가 믿고 있는 개신교는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성소수자인 D는 자신을 천주교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성당에도 가고 교회에도 가 봤는데,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모습을 보며 지금은 아예 발길을 끊었다고 했다. D는 신앙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이영미 교수는 제도 교회가 억압적이기 때문에 참석하기 어렵다면 가지 않는 게 맞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교회에 안 가는 건 죄가 아니다. 교회에 가는 건 기쁨을 누리고 평안을 얻기 위해서 가는 건데, 그럴 수 없다면 안 가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제도 교회가 갖고 있는 억압적 속성 때문에 신앙을 포기하는 건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D에게 대안적 영성 모임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이 교수는 "주변에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영성 모임을 하면 좋을 것 같다. 퀴어신학을 공부하거나 성경을 함께 읽으며 신앙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퀴어가 무엇인지 계속 보여 주고 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낯설고 두렵기 때문에 동성애를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일상에서 성소수자를 계속 접하고 대화하다 보면, 그들 내면에 있는 거부감이 사라질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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