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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날카로운 말
[서평] 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어크로스)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1.1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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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미워하고 꺼림'을 의미합니다. 당신들 말처럼 동성혼에 반대하고 동성애가 죄라고 하는 것은 혐오에 속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정의한 '혐오'를 우리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 한동대학교 대나무숲 글 중

"예수님은 동성애자를 사랑하신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동성애를 그토록 혐오하시는 이유다. 동성애가 아름다운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 <세계관 전쟁>(이태희, 두란노)

"우리는 동성애자들을 비난하거나 정죄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동성애자들의 영혼을 사랑하며 그들을 계속해서 섬기며 돕고 싶습니다. 그러나 동성애 자체는 결코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동성애 자체를 찬성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동성애자들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행위는 반대합니다." - 소강석 목사, 2016년 6월 동성애 반대 집회 중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에서 동성애와 관련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동성애는 반대하지만 동성애자는 사랑한다"고 외치는 이들은, 자신들의 말이 '혐오 표현'(hate speech)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표현은 꼭 동성애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한국교회가 가장 열심인 분야가 반동성애·반이슬람이라는 데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슬람을 향한 표현도 만만치 않다. "이슬람은 테러 집단이지만 무슬림은 선교 대상이다."

성소수자나 이주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자, 일부 보수 개신교인은 '표현의자유'를 주장했다. 위와 같은 말들이 표현의자유에 속한다는 논리다. "동성애는 죄"라는 말을 못하게 하는 것은, 표현의자유 침해이며 나아가 기독교 탄압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이런 주제들에 대한 교계와 사회의 온도 차는 크다. 교계는 '반동성애', '반이슬람'이라고 말하지만, 사회는 '동성애 혐오', '이슬람 혐오'라고 표현한다. 사랑해서 하는 말이라는데 혐오 표현이라니. 일부 개신교인은 불편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혐오 표현'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말이 칼이 될 때> / 홍성수 지음 / 어크로스 펴냄 / 264쪽 / 1만 4000원. 뉴스앤조이 강동석

2017년 12월, 국내 최초로 혐오 표현을 주제로 한 대중서가 출간됐다.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 어크로스)는 △혐오 표현이란 무엇인지 △혐오 표현이 왜 사회적 문제가 되는지 △혐오 표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를 A부터 Z까지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는 국내에서 혐오 표현을 주제로 가장 많이 의견을 제시하는 학자다. 각 국가 인권 기관에 대한 연구로 런던정경대(LSE)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9년부터 숙명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혐오의 피라미드' 위 보수 개신교
'개독'이 혐오 표현 될 수 없는 까닭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주장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혐오의 피라미드'(84쪽)에 따르면, 이들의 '사랑'은 '혐오'다. 혐오는 아래와 같은 단계로 발전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편견) → 조롱, 위협적·모욕적 말이나 행동(혐오 표현) → 고용·서비스·교육 등의 영역에서 차별(차별 행위) → 편견에 기초한 폭행·협박·강간·방화·테러(증오 범죄) → 특정 집단에 대한 의도적·조직적 말살(집단 학살)

누군가를 혐오하는 행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단계를 밟아 간다. 한국교회는 혐오의 피라미드 어디쯤 있을까. 지난해 한국 주요 장로교단 총회는 동성애자와 동성애를 옹호하는 사람까지 교단 신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결의했다. 이는 '차별 행위'에 속한다.

"너희들도 우리를 '개독'이라고 하지 않느냐", "개독이라는 표현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신교인이 있다. 이 표현은 '현재 한국 사회 맥락에서는' 혐오 표현에 해당하지 않는다. 홍성수 교수는 "핵심은 '남혐'이나 '개독'이라는 표현이 소수자 혐오의 경우처럼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설명한다.

'개독'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소수 집단을 배제하고 차별하고 고립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혐오 표현인 것이다. 단순히 특정 집단을 조롱한다고 모두 혐오 표현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2017년 2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 선포식에서 발언하는 홍 교수. 뉴스앤조이 이은혜

넘치는 혐오 표현
해결 방법은…

책을 읽다 보면, 한국교회가 처한 현실에 한숨이 나온다. 한국교회는 동성애와 이슬람에 대한 혐오 표현 근원지나 마찬가지다. 두 주제와 관련한 혐오 표현만큼은, 한국교회에서 발생하고 재생산되고 있다.

저자는 한국교회는 물론,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을 줄이기 위해 단 하나의 해법만 제시하지 않는다. 유럽처럼 무조건 형사처벌하거나 미국처럼 더 많은 표현으로 혐오 표현을 덮는 것 중 어느 하나만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그 안에 혐오 표현을 어느 정도 규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주의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표현의자유를 증진하는 개입과 괴롭힘 금지, 차별 행위 금지, 그리고 추가적으로 증오범죄법을 통한 증오 범죄 가시화 정도가 우선적으로 추구되어야 하며, 형사 범죄화는 전체 구도에서 하나의 전략적 옵션 정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189쪽)

홍성수 교수가 책에서 분류한 '혐오 표현 범주'에 따르면, 일부 보수 개신교가 가장 잘하는(?) 것은 '증오 선동'이다. 특정 집단을 악마화해 배제하고 차별을 부추긴다. 차별을 당연시하는 것이다.

표현의자유를 주장하기 전에 교회와 교인도 한국 사회 구성원임을 알아야 한다. 사랑으로 하는 발언은 소수자를 죽이는 '칼'이 되고 있다. "표현의자유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 특히 소수자의 문제"라는 저자의 지적을 한번쯤 되새겨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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