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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개신교 업은 자유한국당, 충남 인권조례 '폐지'
국민의당 의원은 '소돔과 고모라' 언급…"기독교 공화국인가" 비판도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8.02.02 17:14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충남 인권조례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도로 끝내 폐지됐다. 충남도의회 윤석우 의장은 2월 2일 개최한 본회의에서, 찬성 25표 반대 11표를 받은 충남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 가결을 선포했다. 제정되어 있던 인권조례가 폐지된 것은 광역 자치단체 단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본회의 두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다른 사안들과 다르게 의원들이 나와 찬반 논쟁을 펼쳤다. 전국적으로 주목하는 사안인 만큼 5명(더불어민주당 2명, 자유한국당 2명, 국민의당 1명)이 나와 공방을 이어 갔다. 의원 한 명에게 주어진 시간은 20분. 의원들은 시간을 넘겨 가면서 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다.

자유한국당 윤리 규칙에도 '차별 금지' 포함
"성소수자 차별해도 된다고 선포하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인권조례 유지를 주장했다. 토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11명은, 자유한국당이 무리하게 인권조례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다음 회기 때 논의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도의원 11명은 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하며, 조례안 표결을 다음 회기로 미뤄 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당의 윤리 규칙을 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연 의원(비례대표)은 "자유한국당 윤리 규칙 20조에도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나와 있다. '성적 지향'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인권조례를 폐지하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당의 윤리 규칙을 위반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인권조례에서 말하는 '차별'이라는 것은 교육 혹은 고용 현장, 공공시설 이용 등에서 취약 계층을 차별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인권조례를 폐지해도 된다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고용 현장, 공공 시설 이용 등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할 수 있다고 선언하라"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같은 당 이공휘 의원(천안8)도 "인권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충남도민 인권선언문에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선언문이 동성애를 옹호하고 에이즈를 확산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적 지향'을 차별 금지 사유로 명시한 자유한국당도 동성애를 옹호하고 에이즈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인권조례가 폐지되면 이 법안으로 보호받던 사회적 약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충남도민 210만 명 중 취약 계층으로 언급한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이주 노동자, 결혼 이주자 등이 100만 명 이상이다. 도 인구 절반 이상이 인권조례 보호를 받아 추진되는 정책의 혜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신교의 반대 논리 그대로 차용한
인권조례 폐지 찬성 진영

인권조례 폐지를 찬성하는 의원들은 보수 개신교에서 나온 논리를 그대로 차용했다. 폐지 조례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김종필 의원(서산2)은 "미국질병관리본부는 동성애가 에이즈의 감염 경로라고 했다. 충남도는 에이즈 확산 예방책이 없다. 동성애를 옹호·조장하는 인권조례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개신교 단체들은 1월 28일 천안삼거리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인권 업무는 국가 사무라서 지방에서 다룰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종필 의원은 2월 2일 열린 본회의장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김 의원은 "충남은 인권침해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 아니다. 인권은 지방 사무가 아니라 국가 사무다. 따라서 인권위 대전 사무소에서 충남 일도 해결 가능하다"며 인권조례가 굳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김용필 의원은 "기독교인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국민의당 김용필 의원(예산1)은 성경 이야기를 하며 노골적으로 보수 개신교 편을 들었다. 그는 "사해 근처에 소돔과 고모라라는 동성애가 진행되던 지역이 있었다. 안 된다고 선지자들이 권고했는데 갑자기 지진이 발생해 그 지역이 파괴됐다. 구약에서 동성애를 막고 있는 하나님의 뜻이다. 기독교 창시자라 볼 수 있는 바울 사도도 로마서 1장에서 동성애를 금하고 있다. 그 뜻을 지키기 위해 오늘 기독교인들이 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용필 의원은 '성적 지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성별 정체성'은 용납되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성별 정체성을 용인하면 남자가 남자와 키스해도 되고,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에 대한 빗장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은 찬성 25, 반대 11로 가결됐다. 파란색이 인권조례 페지에 찬성한 의원들. 뉴스앤조이 이은혜

100분 넘는 토론이 끝나고 투표가 진행됐다. 이공휘 의원이 무기명 전자 투표를 제안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공개투표 방식을 고수했다. 투표 결과 재석 의원 37명 중 찬성 25, 반대 11, 기권 1로 인권조례 폐지안은 가결됐다.

윤석우 의장이 가결을 선포하자 방청객에 있던 인권 활동가들은 "인권 팔아먹은 자유한국당 각성하라"고 소리쳤다. 방청객들은 "여기가 기독교 공화국이냐", "(그렇게 해서) 퍽이나 공천받겠다"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조례 폐지를 찬성하는 방청객들은 "자유한국당 잘했다", "자유한국당 고맙습니다"를 외쳤다.

인권조례 폐지가 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도의회 바깥에서 기다리던 개신교인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동성애 반대', '동성 결혼 반대' 등의 피켓을 들고 있던 이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날"이라고 조례 폐지를 자축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개신교인들은 인권조례안 폐지를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충청남도는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방침이다. 조례안 공포를 위해서는 충남도지사 동의가 있어야 한다. 도지사는 공포를 거부하고 20일 내에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첫 번째 투표 때는 과반 이상의 참석, 전체 의원 과반의 참석이면 가결됐으나 재의 때는 전체 의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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