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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괴물로 만든 목사들, 한 번이라도 만나 봤나"
[인터뷰] '이단 조사' 당하는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07.11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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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한국교회에서 '이단'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신천지·통일교·JMS 등을 떠올린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기성 교회를 불신하고 배척한다. 사람(대부분 창시자)을 신격화하고 '교주'처럼 떠받든다.

최근 한국교회 8개 교단 이단대책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게 된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그가 조사받는 이유는 자신을 신격화하고 신도들 위에 교주처럼 군림해서가 아니다. <퀴어 성서 주석>(Queer Bible Commentary·QBC)을 한국에 번역·출간하고 동성애자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이단 사상'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한 교단 이대위원장은 "결론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의 언행과 행동을 볼 때 이단자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졸지에 타 교단 목회자에게 "이단자"라는 말을 들은 임보라 목사. 그는 이번 이단 시비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7월 9일 섬돌향린교회에서 임보라 목사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임보라 목사는 이단 시비에 휘말렸다. 7월 9일 주일예배에서 성찬을 집례 중인 임보라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 처음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 이대위에서 이단 조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지난해 9월 총회 기간 중, 누가 예장합동 총회에서 결의 사항을 듣고 바로 연락해 줬다. 나의 이단 사상을 조사한다고 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올해 6월, 막상 공문이 오니까 정말 황당했다. 과거 이단 시비 걸렸던 게 있으면 서류를 내라고 하더라. 자기들이 하라고 하면 꼭 응해야 하는 것처럼. 응하지 않으면 자기들이 조사한 대로 진행하겠다는데, 너무 황당했다.

- 정확히 무슨 이유로 이단 시비를 거는 건가.

작년 총회에서 QBC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 온 공문에는 그런 내용도 없다. 각종 미디어에 나온 인터뷰만 읽고 "목사가 동성애를 옹호했다", "목사가 퀴어 문화 축제에 갔다"고 추정하는 식이다.

- 왜 QBC 번역 출판을 준비하게 됐나.

2010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소수자 그리스도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하느님과 만난 동성애>(한울) 출간을 준비하면서 QBC 번역도 함께 언급됐다. 누군가 이 책을 번역하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보니까 분량이 엄청났다. 두 개를 동시에 하려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손 놓고 있었다.

해가 지날수록 반동성애 운동이 더 거세지는 것을 보니 안 되겠다 싶었다. QBC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해 다시 다른 목회자와 이야기를 하고, 번역자를 모아 진행하게 됐다.

번역을 자원하는 사람이 많았다. 개인 사정 때문에 몇 사람 교체되기는 했지만 완역은 끝났다. 학문 서적이니까 혹시나 오역이 있으면 곤란하다. 지금 영어 원서와 번역본을 한 문장씩 대조하면서 검토하고 있다. 번역자가 스스로 번역이 미진했다고 생각한 부분도 다시 보고 있는 상황이다. 번역료도 정해지지 않았고 거의 자원봉사처럼 하고 있다.

- 해외 학계에서 QBC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정도인가.

성서 속 동성애를 언급한다고 알려진 몇몇 구절을 비평하는 책은 많다. 하지만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퀴어 비평 관점에서 전부 실린 건 QBC가 처음이다. 실제 각 신학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교수가 대거 집필에 참여했다. 여성신학자, 각 분야 신학자로 널리 알려진 사람들이 참여했다. 해외에서 신학을 공부하는 유학생들은 QBC가 뭔지 한 번씩 다 들어 봤다더라.

지난 5월 QBC 토크 마당에 참석한 임보라 목사. 임 목사는 "성경을 퀴어 성경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소리를 가장 많이 들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QBC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모든 부분에서 동성애를 옹호하고, 억지로 끼워 맞춘다는 오해도 있다.

이번 이단 시비에서 가장 많이 접한 말은 "임보라 목사가 성경을 퀴어 성경으로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한국교회에서는 성서 비평을 잘 다루지 않으니까, 마치 성경을 다 바꿔서 새로운 성경을 발간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QBC는 기존 성서 비평과 조금 다르다. 동성애 논란에 있어 쟁점이 되는 구절은 그 구절이 가진 서사, 역사적 배경 등을 소개한다. 복음서 같은 경우 우리는 마태복음은 마태가 지었다고 하고 누가복음은 누가가 지었다고 보는데 QBC는 다르다. 저자를 마태의 공동체, 누가의 공동체로 본다. 소외된 사람을 위한 공동체로 본다. 그래서 공동체 해석을 새롭게 한다. 당시 소외된 사람 중 LGBT(성소수자)가 포함되지 않았겠느냐고 질문한다. QBC는 소외되고 배척받은 사람과 공감하면서 그들이 처한 처지를 재해석하는 작업을 보여 준다.

지난 5월 번역자 세 명이 참석한 QBC 토크 마당이 열렸다. 번역한 사람들이 "QBC를 읽고 자유함을 얻었다"고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QBC는 단순히 동성애가 옳다 그르다, 죄다 아니다 이런 시각으로 성서에 접근하지 않는다. 퀴어 비평은 퀴어의 눈으로 성서를 읽는 것이다. 성서 이야기가 어떤 공동체, 특정 그룹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 준다. 차별과 배제로 인해 말씀을 빼았긴 사람들에게 말씀을 되돌려준다고 할까. 예를 들어 시편에 나오는 탄원 시 같은 경우, HIV 감염인이 지금 드리는 탄원 기도와 뭐가 다르겠느냐는 식이다.

- '퀴어'라는 단어가 꼭 성소수자만 가리키는 것인가.

1차적으로는 성소수자가 맞지만 지금은 '소외되고 배제된 사람'이라는 개념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이분화한 사회,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그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존재를 '퀴어하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동안 성서는 주로 축복의 이야기, 기복의 이야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혔다. QBC는 그와 다르게 차별받는 사람들의 또 다른 목소리를 조명한다. 성공한 사람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사람들, 그 시대 제일 힘들고 신음하는 목소리를 듣는다는 점이 다르다.

- QBC는 동성애가 죄가 아니라고 말하는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성서를 새롭게 해석하는 측면에서 동성애를 죄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맘몬을 섬기고,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사람을 멸시하는 행위를 명백한 죄라고 말한다.

분명히 논쟁의 여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QBC를 들이밀면서 이것을 믿으라고 하는 것도, 이 책만이 진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지점에서 성서 비평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얘기해 보자는 거다. QBC 역시 외국 신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 중 하나일 뿐인데, 한국교회는 그런 정보와 이해가 부족하다.

섬돌향린교회가 있는 인권재단 사람 건물 벽면에 "임보라가 목사가 이단이라고?"라는 박래군 소장의 글이 붙어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 이단 조사 대상이 된 게 정말 QBC 때문만일까.

내가 여성이라는 것, 상대적으로 작은 교단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자기들이 힘을 과시하면서 압박하면 목사직을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임보라 목사를 치리하면 다른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경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또 한 가지, 얼마 전 법원에서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올해 예장합동이 이 이슈 대신 다른 이슈를 만들려고 임보라 목사를 택한 것 같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 섬돌향린교회 교인 중에는 성소수자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성소수자를 배척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2003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육우당 사건이 있었다. 개신교 목회자들이 집례하는 추모 기도회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그때만 해도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2007년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을 하는 개신교인들을 보며,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처한 위치를 정확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의 실존을 받아들인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성소수자에게 왜곡된 이미지를 덧입히고 덧입혀서 너무 커다란 괴물을 만들어 버렸다. 토론회 같은 곳에 가서 "혹시 교인 중에 동성애자가 있느냐"고 물으면 다들 "없다"고 답한다. 전혀 만나 보지도 않은 목사가 대부분이다. 사람을 직접 만나 보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아니라는 답이 나온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너무 확신에 차 있다.

임보라 목사는 성소수자를 대변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2015년 6월 열린 '성소수자 혐오를 멈춰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임보라 목사. 뉴스앤조이 이은혜

- 목사이기 때문에 더 나서는 면도 있나.

나를 조사하겠다는 교단들도, 목사가 아니라면 문제 삼을 일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목사이고 아니고 간에, 차별받거나 배제당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슨 일인지 귀 기울이고, 억울한 사연이 있으면 풀려고 노력하는 게 그리스도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 주변에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는가.

많이들 연락해 온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 중 많은 수가 교단이 지닌 역사적인 특성, '기장성'이라고 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목회 현장을 당장 바꿀 수 없으니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한다. 동성애를 바라보는 입장이 어떠하든지, 이단 시비는 일어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임보라 목사 이단이라던데" 같은 얘기가 나오면, "우리가 모르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막아 주시고 설명해 주시는 분이 많다.

- 성소수자 외에도 강정마을·세월호·성주 등 사회적 약자가 있는 현장에 연대하고 있다.

향린공동체가 지향하는 정의와 평화의 실천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으면, 가서 밥 한 끼 같이 먹고 음료수 마시고 하는 거다. 나는 이렇게 시원한 곳에서 밥 먹고 물 마시는데, 누군가는 뙤약볕에 있어야 한다면 심방하듯이 간다. 목사들이 현장을 전부 감당하지 못한다면 잠깐 가서 힘이라도 보태는 게 신앙의 실천이기도 하다. 얻어맞은 사람, 쓰러져 있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나.

- 앞으로 대응 계획은.

우선 교단에서는 이번 이단 조사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 왔다. 올해 예장합동 총회에서 어떤 쪽으로 결정할지 결과를 보고 대응할 생각이다.

섬돌향린교회는 특정인만 교인으로 받는 곳이 아니다. 누구나 와서 함께 예배할 수 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담임목사 이단 시비, 교인들은 어떻게 볼까

찬양과 설교, 기도로 이어지는 섬돌향린교회 예배는 여느 교회 예배와 비슷했다. 교인 중 성소수자가 있다고 해서 뭔가 다른 건 없었다. 졸지에 담임목사가 다른 교단에서 이단 조사를 받게 된 섬돌향린교회. 7월 9일 주일예배를 마친 후, 교인들에게 이번 이단 시비에 대해 물어보았다.

섬돌향린교회 교인들은 대체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50대 교인 A는 "교회에 발을 끊은 지 10년 정도 됐는데, 섬돌향린교회가 있다는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다시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 오기 전에는 나도 성소수자가 뭔지, 어떤 사람들인지도 몰랐는데 와서 보니까 그냥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품어 준다고 목사님을 '이단'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예장합동 소속 교회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40대 교인 B는, 오히려 이번 이단 시비가 한국교회에서 성소수자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봤다. 그는 "임보라 목사의 성소수자 인권 활동까지 문제 삼는 것을 보고 황당했다. 그들이 건드리면 안 될 것을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우리 섬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교회, 아니면 그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는 교회들에게 '안 된다'고 경고하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전에 밟아 버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이 개신교 안에서 동성애자·성소수자 존재를 공론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성서적인 부분도 그렇고 이번 기회로 좀 더 많이 이야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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