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유리 기자] 출석 교인 수 200명 규모의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 소속 인천 영복비전교회(이정규 목사)가 올해 9월, 아버지 목사 교회와 아들 목사 교회를 합병한 후 아들이 담임목사가 되는 변칙 세습을 완료했다. 아들 이정규 목사는 교회 합병을 위해 '이름만 있는 교회'에 몇 개월 적을 옮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규 목사는 2012년 1월, 아버지 이재현 목사가 담임했던 '영복교회' 부목사로 청빙됐다. 이정규 목사에 따르면, 그때부터 아버지 후임으로 교회를 물려받기 위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교단이 세습방지법을 제정하면서 길이 막혔다. 감리회는 2012년 9월 입법의회에서 '부모가 담임목사로 있던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서 동일 교회의 담임목사로 파송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세습이 위법행위가 되자 부자(父子)는 법망을 피할 길을 찾았다. 이정규 목사는 2016년 11월, 같은 인천 지역에 있는 만수동산교회로 담임목사로 갔다. 그러나 만수동산교회는 목사도 교인도 없는, 장소와 이름만 있는 교회였다.

이런 교회가 존재하는 게 가능한 걸까. 당시 소속 지방회 임원이었던 A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단 내 그런 교회가 꽤 있다. 교회가 폐지 신고를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아 우리 지방회가 이름만 갖고 있었다. 만수동산교회는 이름만 있는 교회였다"고 말했다.

A 목사는 이정규 목사가 이름만 남아 있는 교회에 담임목사로 가게 된 배경에 대해 "목사가 교회를 개척하게 되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진다. 목사들이 명의만 있는 교회에 들어간 뒤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밀히 따지면 이는 정상적인 절차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규 목사는 만수동산교회 부임 얼마 후 교회 이름을 '영복비전교회'로 바꿨다. 그는 당시 지방회에 영복비전교회 담임목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아버지가 담임하던 영복교회에서도 사역을 했다.

영복교회와 영복비전교회는 올해 9월 합병했다. 이름은 영복비전교회로 정했다. 아들 이정규 목사가 담임목사가 되었고, 영복교회 담임이었던 아버지 이재현 목사는 영복비전교회 선교목사가 되었다.

영복교회는 올해 9월, 변칙 세습을 완료했다. 뉴스앤조이 최유리

"세습 맞지만 교회 사정 고려해야
건축 빚 많아져 어쩔 수 없었다"

이정규 목사는 9월 20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팩트만 보면 세습이 맞지만, 교회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세습을 하게 된 이유로 '교인들의 요구'와 '교회 건축으로 생긴 개인 빚'을 꼽았다.

이 목사는 교인들이 2012년 자신을 영복교회 부목사로 청빙할 때부터 후임 목사로 생각하고 부른 것이라고 했다. 30년간 아버지 목사와 함께 신앙생활하며 교회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교인들은, 아버지 목사가 은퇴하더라도 잘 챙겨 주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후임으로 아들 목사를 생각했다는 것이다.

부채는 영복교회 예배당 신축 때문에 생겼다. 이 목사는 "내가 부교역자로 있을 때 장로님들 사이에서 '교회를 건축해 새롭게 시작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교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자, 목회자 중심으로 건축비를 마련했다. 컨설팅을 받으면서 교회를 건축했는데, 도중에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겨 아버지와 내가 갚는 이자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건축은 2014년 말에 끝났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도 아버지와 자신이 예배당 신축 때문에 생긴 개인 빚을 갚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규 목사는 개인 빚이 생기자 교회를 떠나기 더욱 어려웠다고 했다. 교인 200명 되는 다른 교회 담임목사와 트레이드하자는 제안도 받았지만 승낙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나를 다른 교회로 보내려면 교회 차원에서 내 개인 빚은 해결해 줘야 하는데, 그게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우리는 사택도 없고 사례비도 부목사가 받는 정도로 받는다. 이런 교회에 누가 올까 싶어 청빙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그는 "아버지는 자기 신앙에 따라 빚을 지면서까지 건축 헌금을 낸 것이지만, 교인들은 미안한 마음이 있어 아버지를 잘 챙겨 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제 곧 은퇴하시는데 여러 상황을 고려하니 새 목사님을 청빙할 방법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당시 교회 중직 회의에서 다 다루었다고 말했다.

결국 만수동산교회에 6개월 정도 있다가 교회를 합병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했다. 그는 교회 개척을 하겠다고 했지만, 지방회에서 이름만 있는 교회를 알려 줬다고 했다. 만수동산교회에 있는 동안, 주일마다 영복교회 교인 20명과 기도 모임을 했다고 말했다. 영복교회 행정을 볼 사람이 없어 동시에 사역했고, 봉급도 영복교회에서 받았다고 했다.

이정규 목사는 "세습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덕을 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나 역시 나름대로 열심히 아끼면서 살고 있다. 이번에도 입법의회에서 변칙세습법이 마련된다고 하는데, 편법은 또 나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세습 교회라고 하면 사람들이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세습이라고 해서 다 똑같이 보지 말고) 교단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교회를 면밀히 살펴 주면 좋겠다. 누가 보더라도 청빙 자체가 쉽지 않은 교회는 상황을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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