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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기독교 기업이라고 안 했으면"
알바 임금 83억 체불 사태와 박성수 회장의 경영 이념
  • 박요셉 기자 (josef@newsnjoy.or.kr)
  • 승인 2016.12.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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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박요셉 기자] 기독교 기업을 표방한 이랜드그룹(박성수 회장) 외식업 계열사 이랜드파크가 아르바이트생 4만 4,360명의 임금 총 83억 7,200만 원을 체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이랜드 외식업체 매장 360개를 집중 조사한 후 12월 19일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 체불 외에도 이랜드파크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추가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연차 수당, 약정 시간보다 일찍 퇴근하는 경우에도 제공해야 하는 휴업 수당, 연장 수당, 야간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근로시간을 15분 단위로 계산해 비상식적으로 임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이랜드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2007년에 홈에버·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 1,000여 명을 대량 해고한 사건도 다시 거론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랜드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평소 기독교 기업을 내세우며 나눔, 바름, 정직 등의 경영 이념을 강조한 이랜드그룹이 정작 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분개했다.

"매출 압박에 모두가 고통받는 구조"
김중호 씨(가명)는 외식업계가 매출 압박에 모두 고통받는 구조라고 말했다(사진은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앤조이 박요셉

<뉴스앤조이>는 이랜드그룹 외식업체 내부 사정을 조금 더 자세히 듣기 위해 이랜드 전 직원 김중호 씨(가명)를 만났다. 김 씨는 현장에서 근무했고, 본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다 최근 퇴사했다. 자세한 이력은 제보자 신분 보호를 위해 밝히지 않는다. 김 씨와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이랜드그룹이 임금 체불, 강제 조퇴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외식업체 내부 반응은 어떤가?

언론 보도를 보고 이랜드 사람들과 연락했다. 외식사업부에 있는 지인과 점포 점장들은 걱정했던 일이 결국 터졌다는 반응이다.

- 강제로 아르바이트생을 조퇴시키고 임금을 주지 않았다. 이건 각 점포 점장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본사는 매달 매장 매출로 점장을 평가한다. 수익이 높으면 우수한 평가를 받고 수익이 적거나 적자가 발생하면 압박을 심하게 받는다. 원자재비는 품질과 연관되어 있으니 함부로 줄일 수 없다. 결국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야 한다. 그러니 직원들 근무시간을 조정해 인건비를 낮추는 거다.

이번 달 매출 실적이 안 좋으면 직원에게 한두 시간 일찍 들어가라고 통보한다. 그만큼 급여를 덜 주는 것이다. 매장에서 일할 때 그런 광경을 종종 봤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서는 그런 부당함을 문제 제기하기 어렵다.

강제로 직원을 조퇴시키는 것은 한국 외식업계 관행이다. 점장들도 관행처럼 여겼다. 이번에 또 문제가 되었던, 근로시간을 15분 단위로 계산하는 방식은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 근태 관리 시스템이다. 점장만 탓하기 어렵다.

-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직원을 조퇴시키면 그만큼 다른 직원에게 업무가 가중되는 게 아닌가.

맞다. 매장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이 있어야 하는데,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소 인원보다 더 줄이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직원이나 점장 본인에게 업무 부담이 가중된다. 내가 아는 점장은 50일 동안 3일밖에 못 쉬었다.

- 근로시간을 15분 단위로 체크한다는 게 정확히 어떤 건가.

한 시간을 15분 단위로 네 개로 끊어서 체크한다. 직원이 10시 55분에 퇴근하면 근로시간은 10시 45분까지 적용한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다. 이랜드그룹은 '바름'을 경영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런 철학이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강제 조퇴'나 '15분 근로시간'은 없었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도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런 걸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 왜 이런 제도가 생겼다고 생각하나.

본사에서 내려오는 압박이 크다. 회장님을 비롯한 본사 경영진은 수치로 매장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준다. 예를 들어, A라는 외식 브랜드 매출이 떨어지면 회장님이 외식사업부를 책임지는 BU(Business Unit)장을 질책한다. BU장은 A브랜드장을, A브랜드장은 영업팀장을, 영업팀장은 점장을, 점장은 직원을 압박한다. 매출 압박에 모두가 고통받는 구조다.

아까 언급한, 점장이 50일 동안 3일만 쉬는 것도 사명감 때문이 아니다. 인건비 줄여서 수익률 높이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출근하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안 하면 영업팀장에게 더 큰 질책을 받기 때문이다. 결과 중심으로 평가하고 원하는 수익을 내지 않으면 압박을 가하니 밑에 있는 사람은 저마다 살 궁리를 찾는다. 무리한 결정도 하게 된다. 15분 제도나 강제 조퇴 같이.

이랜드그룹은 기독교 기업을 표방하며 '나눔', '바름' 등을 경영 이념으로 삼고 있다. 이랜드그룹 홈페이지 갈무리

- 박성수 회장은 평소 기독교 가치를 경영에 적용했다고 말해 왔다. 성과·성장보다 나눔·바름을 더 강조하지 않았나.

이랜드는 기독교 기업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기업보다 더 경쟁적이고 더 성과주의에 물들어 있다. 솔직히 나는 이랜드가 기독교 기업이라는 것을 내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회사라고 그대로 드러냈으면 좋겠다. 나눔, 바름 등의 단어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성과주의가 그렇게 심한가.

일례로 이랜드는 '프로젝트'를 강조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프로젝트를 돌린다. 인사고과에서도 해당 직원이 어떤 프로젝트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프로젝트 결과물을 잘 정리해 놓은 사람은 빨리 인정받고 승진한다.

어떻게 보면 이랜드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이유도 프로젝트 팀을 돌려 문제점을 빠르게 진단하고 그 대안을 현장에 적용했다는 데 있다. 이 방식은 직원 개개인 역량을 강화시키는 데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 최소한의 배려 같은 게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자기 업무를 하면서 별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니 업무량이 가중된다. 다른 사람의 성과를 가로채는 일도 생긴다.

- 이랜드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직원 예배도 한다고 들었다.

정기 모임은 매주 월요일이다. 예배와 비슷한 형식이다. 직원들이 다 같이 찬양 부르고 목사님이 앞에 나와 말씀을 전한다. 다른 기독교 기업에서 하는 모임과 비슷하다. 그냥 형식적인 거라고 생각하는 직원이 많다.

회장님이 분기에 한 번씩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있다.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 경영 방침 등을 전한다. 나눔, 바름, 정직 등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성과주의, 성장주의가 주 내용이다.

우스갯소리로 이랜드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는 말이 있다. 이랜드그룹 문화에 잘 적응하는 사람이 30%. '뼈랜더'(뼈+이랜드+er)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위에서도 인정받고 탄탄대로를 걷는 이들이다. 다른 30%는 이랜드 문화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냥 다니는 사람들. 나머지 40%는 이랜드 문화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니는 이들이다.

회사는 뼈랜더 30프로만 챙겨도 된다는 식이다. 나머지 70프로는 소외시킨다.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인정을 못 받는 직원은 도태된다. 이번 아르바이트 문제가 벌어진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랜드가 설립 정신인 기독교 가치대로 경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 당신은 어느 쪽이었나?

나는 그래도 이랜드에서 기회나 혜택을 많이 받은 편에 속한 것 같다. 이랜드는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회사라고 생각한다. 단점은 업무량이다. 상상을 초월한다. 평균 근무시간이 15시간이었다. 20시간 일한 경우도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는 직원도 여럿 봤다.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돌아보면 감사한 마음도 있다. 신입이나 저연차에게 줄 수 없는 큰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이랜드에서 내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 그런데도 회사를 나온 이유는 무엇인가?

업무량·근로시간이 너무 많은 상황에서 오래 다니기 어려웠다. 나름 성과를 인정받기도 했지만 기업 문화에 동조하기도 힘들었다.

박성수 회장은 대단한 사람이다. 2~3평 되는 가게 사장에서 시작해 매출 10조를 내는 재벌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창업해서 10억 매출만 내도 대단하다고 본다. 아무리 그때가 경제성장기라 해도 짧은 기간에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그만한 업적을 내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지 생각하게 된다. 그들의 수고와 노력이 충분히 보상됐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 2007년에는 홈에버·뉴코아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가 있었다. 이번 임금 체불 문제로 이랜드가 반노동 기업이라는 인식이 더 커지고 있다. 노동조합에 대해 회사 분위기는 어떤가.

회사가 노동조합에 어떤 입장이었는지 내가 대표해서 얘기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박성수 회장이 노동조합을 안 좋게 생각하는 건 확실하다. 평소 공개적인 자리에서 노동조합에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홈에버·뉴코아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 때도 박성수 회장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냐는 입장이었다. 진보 정당, 시민단체가 이랜드를 모함했다는 생각이다.

2007년 홈에버 근로자들이 대량 해고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직업은 하나님의 뜻 이루고
사람들 섬기는 도구"

이랜드그룹은 젊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입사하고 싶은 기업 중 하나다. 작은 옷가게를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박성수 회장은 모범적인 기독 경영인으로 회자됐다. 아래는 박성수 회장이 여러 저서에서 밝힌 그의 경영 이념이다.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다.

내가 돈을 목적으로 삼으면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내가 남을 섬기려 하고 정말 남을 위해서 희생하고자 할 때 사실은 돈도 따라오는 것입니다. [<정직이 나를 살린다>(박성수 공저, 규장) 13쪽]

하나님은 큰 그릇, 귀한 그릇, 좋은 그릇을 쓰기보다 깨끗한 그릇을 쓰기 원하신다. 세상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돌아가더라도 바른 길 가는 것이 지름길이다. 부정한 1등을 흠모하지 말라. 악인의 형통을 부러워하지 말라. 인적이 드물더라도 깨끗한 길을 가라. (<정직이 나를 살린다> 37쪽)

정직하면 언제나 손해 본다. 그러나 결정적일 때는 정직해서 살아난다. 크리스천이 세금 속여서 부자 되려고 생각하지 말라. 이중장부로 축재하려고 하지 말라. 부도내고 도피하려고 하지 말라. 코너에 몰릴수록 하나님의 명예를 생각하고, 그분만을 붙들라. (<정직이 나를 살린다> 37쪽)

당신이 직장인이라면,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당신이 맡은 일이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그 회사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습니까? 만약 직장 생활을 하면서 부정한 돈 봉투를 주고받고 있다면, 당신은 하나님의 이를 더럽히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꿔라, 예수의 심장으로!>(박성수 공저, 규장) 230쪽]

이랜드라는 회사에서 박성수는 누구입니까? 관리인일 뿐입니다. 주인이 아닙니다. 이랜드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부르시면 저는 언제든지 다 내려놓고 가야 합니다. (<세상을 바꿔라, 예수의 심장으로!> 230쪽)

우리는 직장과 직업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아야 합니다. 직장은 단순히 나의 생계유지 수단만이 아닙니다 직업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사람들을 섬기는 도구입니다. (<세상을 바꿔라, 예수의 심장으로!> 231쪽)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은 직업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직업은 하나님과 타인을 위한 도구이지 나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바꿔라, 예수의 심장으로!> 231쪽)

직업을 소명이라고 생각하고, 직업을 통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가치를 세상에 만들어 내놓음으로써 이익을 냈느냐, 저는 이것이 달란트 비유의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직장 생활이란 하나님이 맡기신 달란트를 성실하게 관리하여 가치를 생산하고 남기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꿔라, 예수의 심장으로!> 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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