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투쟁 주인공은 옆집에 사는 듯한 평범한 아줌마다. 이랜드 노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파란색 티셔츠. 가슴에 붉은 글씨로 '비정규직 철폐하자'하고 쓰인 반팔 티를 개면서 다시 꺼내 입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아줌마들이 해를 지내고 다시 그 티를 입었다. 파란 티셔츠를 입은 아줌마 스머프들이 뉴코아 강남점 아스팔트에 앉았다. 2008년 6월 23일은 뉴코아·이랜드 일반노조가 투쟁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번도 투쟁가를 불러본 적이 없는 아줌마들이 '비정규직 철폐'를 부르짖으며 1년이란 긴 시간을 투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랜드 일반노조 조합원 황선영 씨는 지난 겨울, 전기가 끊겨 촛불을 켜놓고 공부하는 큰 아이를 보며 밤새 베갯잇을 적셨고 '급식비를 못 내서 점심 못 먹으면 운동장 수돗가 물이나 먹지 뭐'라는 작은 아이의 문자를 보고 가슴이 찢어진 적도 있다. 황 씨는 가족들의 고통을 뒤로 하고 길바닥에 앉아 투쟁만을 외치는 것 같아 고민했으나 이것이 진정한 엄마의 모습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엄마, 전기 끊긴 열흘 동안 촛불 밑에서 공부를 하니 집중도 잘 되고, 책도 열권이나 읽었어", "엄마, 급식 먹을 때 절대 잔반 남기지 않고 다 먹어. 싫어하는 반찬이 나와도 싹싹 긁어 먹는다"라고 하는 아이들의 말이 긴 투쟁을 버티는 힘이었다.
이 날 300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한 문화제에서 홈에버 구월점이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속여서 판 것과 병원 민영화, 대운하 개발의 문제점을 풍자하는 연극, 김성만 씨를 비롯한 노동가수들의 공연과 노조원들의 율동 등이 이어졌다. 김성만 씨의 노래 중 '문자로 해고 통보, 핸드폰 없었으면 해고자가 아닐 텐데'라는 부분은 조합원들의 심금을 울렸다.
착잡한 조합원들 앞에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과 진보신당 이덕우 공동대표가 나타났다. 이덕우 대표는 "하나님을 믿는다는 푸른 기와집 이 장로, 뉴코아와 홈에버를 가진 박 장로. 이 양반들이 믿는 하나님은 하나님 옷을 입었지만 옷을 벗기면 돈이다"며 "하나님이 이들에게 벌을 주신다면 밥 대신 지폐를, 깍두기 대신 동전을 먹는 벌을 주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홍희덕 국회의원 역시 "청와대에 있는 이 장로, 노조를 탄압하는 박 장로. 큰 교회 장로들 정말 못 쓰겠네"라며 "힘 없고 어렵다고 노동자를 무시하지 말고 노동자의 고통을 함께 하라"고 말했다.
지친 조합원을 격려하기 위해 문화제와 집회가 열렸으나 참석한 이들의 얼굴이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 3월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에 낸 구제신청 결과가 이날 오후에 나왔는데 총 54명 중 12명 만 구제신청이 받아들어졌기 때문이다. 2007년 12월 징계위원회가 열려 이랜드 뉴코아 노조원 54명이 해고, 정직, 감봉 처분을 받았고 이에 구제신청을 했으나 약 20%에 해당하는 12명 만이 구제된 것이다. 나머지 42명 중에는 해고된 뉴코아노조 위원장과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도 포함돼 있다. 쉼 없이 달려온 뉴코아·이랜드일반노조 조합원들의 투쟁은 그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