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제대로 걸어온 거야.
언제나 길의 끝에 섰던 사람들이
우리가 온 길을 만들어 온 것처럼

눈앞에 빛이 보이지 않는다면 이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먼저 간 사람들의 빛을 따라 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스스로 빛이 될 차례야.

이제 끝이라고 희망은 없다고
길을 찾을 수 없어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 쉬고 절망하지 마.
그건 우리가 옳은 길을 걸어온 걸 확인하는 거야.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 차례야.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
그렇게 왔잖아. 우리 당당하게, 이제 진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이제 끝이라고 희망은 없다고
길을 찾을 수 없어 빛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 쉬고 절망하지 마.
그건 우리가 옳은 길을 걸어온 걸 확인하는 거야.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 차례야.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
그렇게 왔잖아. 우리 당당하게, 이제 진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 차례야. 이제는 우리가 빛이 될 차례야.
그렇게 왔잖아. 우리 당당하게, 이제 진짜 우리의 시간이 온 거야.


이랜드일반노조의 마지막 문화제가 열린 11월 14일 밤 이경옥 이랜드일반노조 부위원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문화제에서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기 전까지 무대 옆에서 눈물을 보이던 이경옥 부위원장은 무대에 나서자 씩씩한 표정으로 "제가 울면 여기가 난장판이 될 것 같아 힘차게 부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애써 동료의 눈을 피하며 '길 그 끝에 서서' 노래를 부르는 이경옥 위원장 손에는 장미꽃이 꼭 쥐어 있었다. 이랜드 노조는 511일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아 '비정규직 고용안정'이라는 장미꽃을 피워냈다. 지난 해 7월 이랜드일반노조는 점거한 상암 뉴코아 점에서 '일하고 싶어요'라고 쓰인 꽃 걸개를 매달았다.

그리고 투쟁을 마무리하는 11월 14일 노조는 마지막으로 '잡은 손 놓지 맙시다'라고 쓰인 걸개를 높이 들었다. 걸개 뒤에 선 조합원들은 노래를 부르다가 서로 부둥켜안고 격려하고 위로했다. 여느 때처럼 차가운 아스팔트에 앉아 곳곳에서 숨죽이며 훔치던 눈물이 문화제가 끝날 때쯤 흐느낌으로 변했다.

문화제가 열리는 동안 무대 뒤에서 눈물을 보일망정 행사를 진행하면서는 누구보다 다부진 목소리를 내던 지도부도 그 때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지난 2007년. 뉴코아 상암점을 점거하기 전에 열었던 간부 회의를 기억했다. 매장을 점거하면 구속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각오하겠냐는 질문에, 노조 가입한 지 1개월도 안된 간부가 제일 먼저 대답을 했고 이어 한 사람씩 모두 구속을 각오하고 투쟁하자고 결의했다.

510일 간 투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간부회의를 열었을 때도 비슷했다. 지도부가 복직을 고집하면 협상을 타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을 위해 지도부가 복직을 포기하자고 말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기꺼이 포기를 선언했고 전 간부가 결의하는 데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랜드 노조 협상 타결은 "조합원 아줌마들의 힘"이지만 간부의 희생이 있었다.

김경욱 위원장은 "해고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9명이 복직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섭 기간 동안 한 명, 한 명의 복직을 약속받는 데 1주일 이상 걸리는 교섭 과정에 회사도 노조도 지쳤는데 간부의 희생이 있었다"라고 설명한 김 위원장은 "위원장 직권 조인이 필요할 때 조합원이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여주어 감사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경욱 위원장은 "510일을 같이 한 조합원에게 투쟁의 성과가 돌아가야 한다"며 "복직 후에 퇴사하거나 노조를 탈퇴하면 500일 투쟁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회사가 나가라 해도 이제 절대 나가지 않을 자신 있죠?"라고 다짐하듯 물었고 노조원은 큰소리로 '그렇다'고 확답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한 조합원은 "이렇게 길어질 줄 모르고 투쟁했다. 과정 중에는 '언제 끝나나' 생각했는데 끝나니 믿기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도부에게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마지막 문화제에서 사회를 맡은 홍윤경 사무국장은 "우리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장 투쟁이 진짜 투쟁이다"라며 물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말했다.

"노조가 분리하지만 모든 노동자 한 분, 한 분을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분의 가슴에 끝까지 살아 있는 동지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 이랜드일반노조가 노사 합의를 하고 노조를 분리하기 전 마지막 문화제를 열었다. ⓒ뉴스앤조이 김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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