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0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뉴스앤조이>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지난겨울, 미국으로 꿈마실을 다녀온 목회자 자녀 10명의 부모님들입니다.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두 아이의 부모님들을 제외하고 전부 모였습니다. 멀리 전남 목포와 무안에서 오신 분들도 있습니다. 여행 전 사전 안내할 때 한 번 만나고, 아이들이 떠나고 도착하던 날 공항에서 잠깐 본 것이 전부인데, 먼저 오신 부모님들은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이날 모임은 3주 동안의 미국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도착한 2월 27일부터 지금까지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부모님들은 어떤 시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지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자기 아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모로서 아이들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들어 보았습니다.

▲ 4월 20일, 서울 용산구 청파동 <뉴스앤조이> 사무실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2월, 미국으로 꿈마실을 다녀온 목회자 자녀 10명의 부모님입니다. 이날 모임은 꿈마실을 다녀온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또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부모님들은 한 분씩 돌아가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분은 차분하게, 또 어떤 분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을 이어 갔습니다. 아이들은 대부분 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다음 주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었는데, 잘 적응하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부모의 눈에는 대견해 보였나 봅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부모님의 입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습니다.

3주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입니다. 어떤 부모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가 부쩍 커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전에는 마냥 어린아이처럼 느껴져서 최대한 부모의 울타리 안에 있으면 했습니다. 그러나 여행을 마치고 집에 온 아이는 생각하는 것부터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말을 전하는 아버지는 아무래도 3주 동안 여행한 기억이 마음속 깊은 곳에 쌓였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했습니다.

동부에서 서부를 가로지르는 3주 동안, 아이들이 가장 감명을 받은 순간도 제가끔, 아이들의 기억에 남은 것도 달랐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울린 것은 LA 오병이어 카페에서의 봉사 활동이었습니다. (관련 기사: LA 지역 노숙인·빈민 배식 봉사하며 보낸 하루)

▲ 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할 때면 얼굴이 한결 밝아집니다. 미국에 다녀온 뒤 바뀐 내 아이의 일상을 나누는 일은 즐겁기만 한 것 같습니다. 생전 처음 아이에게 미역국 선물을 받았다고 기뻐하는 엄마. 목포 집에 도착한 뒤부터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한 아이는 그 돈을 모아 엄마의 생일 선물로 드렸습니다. 엄마 아빠로서는 생전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한 아이는 오병이어에서의 경험이 가장 강렬했다고 합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늘 감사함으로 사역하시는 분들과 함께한 몇 시간이 여행이 끝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나 봅니다. 한 아이는 필요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 주는 데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끝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그렇게 속상했더랍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길거리에 저렇게나 많은데, 정해진 시간에만 음식을 줄 수 있었으니까요. 자신이 그런 마음을 느낄 줄은 몰랐다며 엄마에게만 그 속내를 전했습니다.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입니다. 성격 자체가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에게도 이번 여행은 자신감을 심어 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수동적이고 시키는 일만 주로 하던 한 아이는 새 학년이 되고는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 서투른 딸을 떼어 놓고 걱정하던 엄마도, 아이가 풀어 내는 여행기를 듣고 한시름 놓았습니다.

3주간의 여행이 끝났다고 해서 마법처럼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색다른 경험과 새로운 곳에 가서 만난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 덕분에, 아이들은 감사하는 마음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 물가에 내놓기도 겁이 났던 아이가, 미국에 다녀오더니 어느새 훌쩍 컸다는 것을 느낀 부모님도 있습니다. 친구들과 사귀는 것이 서툴러 미국에 가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던 엄마는 밝은 얼굴로 돌아온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안심을 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물론 아이들의 일상이 180도 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은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경험한 것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서, 앞으로의 삶에 녹아들기를 바랐습니다.

여행을 다녀와서 아빠가 하는 목회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꿈마실 준비 모임부터 미국에서 보낸 3주 동안 서로 많은 동질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다들 작은 미자립 교회에서 어렵게 목회하는 아버지를 두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목회하는 교회를 떠나 또래들과 함께 웃고 찬양한 시간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고 합니다.

모든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준비한 두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만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거죠. 아이들만 또래의 친구들을 만난 것이 아닙니다. 부모님들도 앞으로 계속 만남을 이어 갈 것입니다. 목회자로서, 부모로서 어려운 점들을 함께 고민하고 함께 풀어 나갈 것입니다.

다음번 모임은 7월에 계획되어 있습니다. 꿈마실 1·2기 가족들과 작은 교회 목회자 가정이 함께하는 수련회가 7월 20일부터 3박 4일의 일정으로 강원도 추양하우스에서 열립니다. (수련회 안내 바로 보기)

▲ 이날 모임을 마친 부모님들은 7월에 다시 만납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이 기획 중인 '목회자 가족 수련회'에 참가할 예정입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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