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 교회 목회자 자녀 10명이 22일 동안의 미국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 필라델피아·워싱턴·애틀랜타를 거쳐 LA에서의 일정을 모두 소화했다. 아이들은 한국으로 간다는 생각에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마지막 날이 왔다며 쉽게 잠들지 못했다.

2월 25일,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의 화창한 아침. 꿈마실 2기는 <지선아, 사랑해>의 작가인 이지선 씨를 만나기 위해 LA에서 조금 떨어진 산타모니카(Santa Monica)로 향했다. 멀리서 이지선 씨가 걸어오자 아이들은 TV로만 보던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쑥쓰러워했다.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앉아 1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꿈마실 2기는 떠나기 전날 <지선아, 사랑해>의 저자 이지선 씨와 만났다. 아이들은 평소와는 다르게 궁금한 점들을 쏟아 냈다. 이지선 씨는 나긋나긋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신앙과 진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예상보다 아이들은 이지선 씨에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미국으로 유학 온 이유 같은 개인적인 부분부터 하나님의 살아계심에 대한 의문이 들 때 어떻게 대처했냐는 신앙적인 부분까지. 이지선 씨는 나긋나긋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아이들의 물음에 답했다. 그녀는 특히 아이들이 진로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지자 따뜻한 조언을 해 주었다.

"3주 동안의 여행이 끝났으니 당장에 뭘 결정해야 할 것 같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평생 뭘 할지 지금 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대신 어떤 일을 하다가 어려움을 느끼면 금세 포기하고 또 다른 것을 찾으려고 돌아서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죠. 여러분이 알아야 할 것은, 하나님은 분명히 여러분 각각을 향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 거예요. 그 계획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다면 막연한 생각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경험해 보는 것이 중요해요. 나를 찾아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꼭 하세요."

이지선 씨는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힐링이 되는 존재였다. 그녀가 겪어 왔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 이지선 씨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사인한 책을 나눠 주며 격려했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 자녀인 아이들은 '이지선'이라는 멘토를 통해 하나님이 지금 여기,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사실을 머리와 가슴으로 이해하는 듯했다.

이지선 씨와 헤어진 꿈마실 2기는 차를 달려 글렌데일(Glendale) 시 공공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 공원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보기 위해서다. 푸른 잔디밭 위에 설치되어 있는 소녀상 앞에 선 아이들의 손이 자연스럽게 모아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음껏 웃고 떠들던 아이들이 동상 앞에 서니 숙연해졌다. 아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꼭 벌받는 것 같은 자세로 서서 소녀상을 응시했다.

이지선 씨와 만난 아이들은 글렌데일(Glendale)로 향했다. 시 공공 도서관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보기 위해서다. 소녀상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선 아이들. 전쟁이 만들어 낸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랐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제2차세계대전 당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일본군에 의해 성 학대를 당한 20여만 명의 위안부 피해 여성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한 아이는 친구들에게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전쟁이 만들어 낸 끔찍한 일들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빌었다. 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에서의 마지막 날인 만큼 최대한 많은 것을 보고 싶어했던 아이들을 위해 LA의 상징인 할리우드 거리로 향했다. 본고장의 뮤지컬을 감상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뮤지컬을 보고 나머지 아이들은 화려한 할리우드 거리를 걸었다. 뮤지컬 감독이 꿈인 한 아이는 숙소로 돌아온 후에도 한동안 멍한 상태에 있다가 결국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신이 감독한 뮤지컬이 할리우드 극장에서 상영되는 상상을 하는 걸까.

LA에 머무는 모든 시간 동안 꿈마실 2기는 지역 교인들의 헌신적인 섬김을 받았다. ANC온누리교회는 숙소와 차량 지원은 물론이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익명의 기부자가 아이들의 디즈니랜드 입장권을 마련해 주었다. 또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끼니마다 맛있는 식사를 대접해 주어서 아이들은 매끼 다양한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한 교인은 티셔츠를 사서 나눠 주고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각각 편지에 담아 전달해 주기도 했다. 또 갓즈패밀리교회 유대호 목사와 성도들은 작은 가정교회지만 마음을 담아 아이들에게 맛있는 햄버거와 입이 떡 벌어지는 초밥을 대접해 주었다. 

LA의 마지막 날, 아이들은 인근 산타모니카 해변에 잠시 들를 수 있었다. 발만 담그는 정도였지만 아이들은 바다에 들어간다며 신나 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월 27일, 13시간의 비행 끝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아이들은 주변 환경을 낯설어했다. 우스갯소리로 문을 열고 나가면 미국 사람들이 보이고, 새로운 도시의 목사님과 승합차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출구에는 가족들이 들뜬 얼굴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얼마나 잘 먹었으면 얼굴이 이렇게 좋아졌냐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들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서로 아쉬운 포옹을 나누고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3주 동안 여러 사람들로부터 정말 큰 사랑을 받았다. 홈스테이로 자신들의 집을 아이들에게 내준 가정은 말할 것도 없다. 자신이 사는 도시에 온다고 어떻게든 아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사 주려고 하신 분들. 아이들은 때로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잘해 주시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번 여행이 아이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좋은 기회였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벌써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 한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모아서 꼭 LA 오병이어(5 Breads and 2 Fishes)에 와서 잠깐이라도 도우며 지내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 살다가 어쩔 수 없이 한국에 돌아가야 했던 한 아이는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불가능하게만 생각했는데, 이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당장에 아이들이 확실한 꿈을 찾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3주 동안 보고 느낀 것들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를 잠깐이나마 경험하며, 좋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을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한 꿈마실 2기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기대된다.

13시간의 비행 끝에 한국에 도착한 꿈마실 2기. 미국의 또 다른 도시로 이동한 것 같다며 한국을 낯설어했다. 큰 사랑을 받은 꿈마실 아이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갈지 기대된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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