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7시부터 시작하는 오병이어(5 Breads and 2 Fishes) 카페. 꿈마실 아이들도 사역에 참여했다. 일부는 따뜻한 커피와 차, 빵과 케이크 등을 나눠 주고, 일부는 뒤에서 음식을 준비했다. 한 아이는 스태프인 헥터아저씨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쉴 새 없이 커피를 만들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2월 23일 새벽 6시 30분의 거리는 아직도 어두웠다. LA에서, 아니 미국에서 노숙인이 가장 많이 머물고 있다는 스키드로(Skid Row) 지역. 얼핏 봐도 노숙인인 사람들은 붉은색 벽돌 건물 옆으로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이 사람들은 아침 7시부터 무료로 나눠 주는 커피와 빵을 얻으려는 이들이었다.

꿈마실 2기는 23일 하루를 이곳에서 보냈다. 새벽 6시에 숙소를 떠나 스키드로에 위치한 아버지의창고(Father's Warehouse)라 불리는 곳에 도착했다. 이 창고에서 사역하는 이준 목사와 그의 아내 이진 씨, 그리고 동역하는 스태프들이 반갑게 아이들을 맞아 주었다. 마침 하루를 시작하는 모임이 진행 중이었다. 이준 목사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은 아이들은 7시부터 시작하는 오병이어(5 Breads and 2 Fishes)카페 사역에 투입됐다.

오병이어카페는 아침 7시부터 정확하게 두 시간 동안 문을 열었다. 아이들과 스태프들은 따뜻한 커피와 차, 빵과 쿠키, 과일 등을 나눠 주었다. 매일 약 800명이 아침 식사를 하는데 한 번에 배가 차지 않는 사람들은 줄을 서기만 하면 몇 번이고 또 먹을 수 있다. 한 아이는 헥터아저씨라고 불리는 스태프를 도와 쉴 새 없이 커피를 만들었다. 한 무리는 전날 들어온 음식을 분류했고, 다른 무리의 아이들은 각 음식 앞에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상대했다.

아이들이 음식을 나눠 주면서 외치는 말은 딱 두 문장. "Thanks for coming. Meals on Jesus!(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예수님이 내신 식사입니다!)" 음식을 받는 사람은 노숙인들인데, 왜 우리가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일까. 사역을 시작하기 전 이준 목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음식을 나누는 것은 예수님의 잔치인데 초대에 응해서 와 주었으니 '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것이에요. 또 우리가 지금 베풀고 있는 모든 음식과 물품들이 다 하나님이 주신 것인데, 당연히 음식값은 예수님이 내신 것이죠.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하나님이면 다 됩니다."

아이들도 '오병이어' 모자를 쓰고 배식대 앞에 섰다. 어색한 말투와 들릴 듯 말 듯 외치는 두 문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더 명확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음식을 받던 노숙인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아이들이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면 "당신이 와 주어서 감사해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노숙인은 한 아이에게 꽃 한 송이를 가져다주기도 했다.

▲ 카페 사역이 끝나고 아침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음식 분류 작업에 투입되었다. 터진 계란은 골라 내고 깨끗한 상자에 다시 담는 작업을 했다. 기부받은 채소와 과일들을 종류별로 상자에 담았다. 워낙에 양이 많아서 열댓 명이 열심히 움직였어도 2시간 넘게 걸렸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엄태현

쉴 틈 없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두 시간이 지나 카페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쉬는 것도 잠시뿐. 기부받은 물품이 창고에 도착하자 모두들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에 빈민 지역으로 싣고 나갈 음식을 분류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과일과 채소는 각 종류대로 분류하고 빵과 고기도 비슷한 종류끼리 모았다. 음식의 양이 워낙 많아서 열댓 명이 2시간 넘게 분주하게 일했다.

'푸드드라이브(Food Drive)'는 매일 LA 지역의 여러 빈민촌을 돌며 무료로 음식을 나눠 주는 사역이다. 이날 아이들은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해 100여 명의 사람들에게 직접 분류한 식재료를 전달했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아이들은 두 문장을 크게 외쳤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수님이 지불하신 식사입니다!"

"보여 주기 위한 자선 사업은 독이 될 수 있어"

아버지의창고·오병이어카페·푸드드라이브, 이 모든 사역은 이준 목사가 하는 '의의나무 사역'의 일환이다. 오병이어카페는 지난 1월 26일 시작한 따끈따끈한 사역이다. 원래는 오병이어라는 식당이 있었다. 2013년까지 아버지의창고 인근에서 매일 2,0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하지만 식당이 입주한 빌딩 건물주와의 마찰로 하루아침에 식당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건물주는 LA 지역 대형 한인 교회의 중직자였는데 한 달 반 동안 월세가 밀렸다고 이들을 내쫓았다. 그는 각 노숙인들에게 1달러만 받으면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며 이준 목사가 하는 사역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오병이어의 기적을 실제로 체험한 이 목사 부부는 쏟아지는 기부 물품을 가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푸드드라이브'다. 가진 것이 많으니 밖으로 나가서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서 나눠 주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결과는 대성공. 이 목사는 지금 돌이켜 보면, 더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나님이 행하신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스키드로에서 식당 사역을 할 때는 그곳까지 찾아오는 사람만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동이 불편하고 아이가 많은 사람들까지 필요한 만큼의 음식을 받아 갈 수 있으니 말이다.

▲ '의의나무 사역' 팀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또 다른 사역은 가족우체국서비스(Family Postal Service)다. 주소가 없는 노숙인들에게 주소를 빌려주고 대신 우편물을 받아 놓는다. 현재까지 등록된 사람만 해도 3,500명. 노숙인들은 지나가다 들러서 자신에게 온 우편물이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갔다. 왼쪽은 이준 목사의 아내이자 '의의나무 사역' 미디어 팀장인 이진 씨. 오른쪽은 가족우체국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데보라. ⓒ뉴스앤조이 이은혜

의의나무 사역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또 다른 사역이 있다. 바로 가족우체국서비스(Family Postal Service)다. 노숙인들은 당연히 집 주소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을 찾으려면 신분증이 있어야 하고, 신분증을 만들려면 집 주소가 있어야 한다. 이를 알게 된 이준 목사가 생각해 낸 것이 주소 대행 업무다.

지금 이 서비스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은 약 3,500명. 사람들은 우체국에 들러 자기 이름 앞으로 온 편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간다. 주소를 빌려 주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취업에 필요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이력서 쓰는 것, 서식 작성하는 법 등을 알려 준다. 노숙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준 목사가 이 사역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의 필요를 채워 주자는 것이다. 그는 노숙인에 대해 잘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으면서 단지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해 사역하는 교회들을 경계했다. 어떤 교회는 아버지의창고에서 물품을 받아 스키드로에서 배식 사역을 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고까지 했었다.

"가끔 오염 물질 같은 자선 사업이 있어요. 고자세로 서서 꼭 내가 잘나서 주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러나 우리는 그저 약자들의 선한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예수님이 당신을 사랑하신다는 건 누구나 아는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냥 외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삶의 고백이 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매일 또는 꾸준하게 해야 하는 것이죠. 한 번 보여 주기 위해서 이벤트처럼 하면 독성이 가득한 자선사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목사는 또 다른 사역을 놓고 기도 중에 있다. 많은 노숙인을 만나다 보니 눈에 띄는 한 그룹이 있었다. 미국인 중에도 부모가 키울 능력이나 여건이 되지 않아 양부모의 집에 보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들은 만 18세가 지나면 양부모의 집을 떠나야 한다. 양부모의 집에서 생활한 많은 청년들이 결국 길에서 생활하게 된다고 했다. 낮은 교육 수준과 약물 중독에 빠지기 쉬운 환경 때문이다. 이를 안 이 목사는 이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머물 수 있는 건물을 얻으려고 기도 중이다. 모여 살면서 필요한 교육도 하고 중독 치료도 받을 수 있게 해 주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를 데리고 길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미혼모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도 함께 마련하기 위해 기도하며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있다.

꿈마실 2기 아이들은 이날의 봉사 활동을 미국에 여행 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화려한 건물과 맛있는 음식, 대자연의 웅장함도 좋았지만 뜨거운 나눔의 현장에 있었던 시간을 쉽게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한 아이는 콕 집어서는 말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앞으로 자신의 삶이 바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쉽게는 주어진 음식에 감사하는 마음부터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음식을 나눠 줄 때마다 이유는 모르지만 울컥하는 마음을 참기 힘들었다는 아이들. 비록 짧은 하루 동안의 봉사였지만 값진 경험을 하고 돌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깊은 울림과 감동이 남았다.

▲ 오후에는 트럭에 음식을 싣고 30분 거리에 떨어진 빈민 지역을 방문했다. 음식을 나눠 주기 전에 함께 봉사할 사람들의 손을 잡고 둥그렇게 서서 기도하는 경험도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됐다. 1시간여 만에 100여 가정이, 일주일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받아 갔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2015년 PK 비전 투어(꿈마실) 세부 일정

출국
2. 5.목 오전 10:00

*뉴욕
5.목 - 도착
6.금 -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센트럴파크, 타임스퀘어, 브로드웨이
7.토 - 그룹별 일정. 모닝사이드하이츠,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중에서 선택
8.일 - 주일예배(뉴욕장로교회). 하이라인파크, 첼시마켓
9.월 - 이동(필라델피아)
오후 12:45 출발 - 오후 2:45 필라델피아 도착

*필라델피아
9.월 - 펜실베니아대
10.화 - 빈민 사역 답사. 노스리지(Northridge), 8번가교회
11.수 - 독립기념관, 자유의종, 이동(워싱톤 D.C.)
오후 1:00 출발 - 오후 3:00 워싱톤 D.C. 도착

*워싱턴 D.C.
11.수 - 조지타운대
12.목 - 스미스소니언박물관, BCC 성가대 연습
13.금 - 내셔널몰, 링컨기념관, 연방의사당
14.토 - 브릿지웨이커뮤니티교회 방문. 볼티모어, 존스홉킨스대
15.일 - 주일예배(브릿지웨이커뮤니티교회), 이동(애틀랜타)
오후 4:30 출발 - 오후 6:30 애틀랜타 도착

*애틀랜타
15.일 - 도착
16.월 - 마틴루터킹기념관, 스톤마운틴
17.화 - 조지아텍, GA아쿠아리움
18.수 - 에모리대, 이동(LA)
오후 3:40 출발 - 오후 5:50 LA 도착

*로스앤젤레스
18.수 - 도착
19.목 - 모하비 사막 보호구역, 라스베이거스
20.금 - 그랜드캐니언
21.토 - 피닉스, 이동(LA)
22.일 - 주일예배(ANC온누리교회), 뮤지컬(위키드)
23.월 - 오병이어식당 봉사
24.화 - 디즈니랜드
25.수 - LA 히스토릭코어
26.목 - 오전 11:00 귀국
27.금 - 오후 5:50 인천국제공항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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