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 중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제 여친의 친구가 연예인인데요. 그 친구 요즘 꽤나 유명세도 얻고 돈도 많이 벌었는데, 깊은 우울감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나름대로 생각해 봅니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너무 과한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사람이 뭐든지 너무 많은 걸 얻으면 부작용이 생기는 게 아닐까.

문제를 일으킨 재일 한인 목사들을 취재할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8~9월 동안 저희가 보도했던 요한동경교회 김규동 목사와 ㄱ교회 ㅂ 선교사 얘기입니다. 둘 다 30년 전 타국으로 넘어 와 일본 선교에 혼신을 쏟아부었던 사람들입니다. 선교라는 걸 떠나서, 30년 동안 한 가지에만 매진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요? 제가 올해로 31살이라 감이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일본 선교에서 큰 산 같던 이 두 목사가 성 문제로 무너졌습니다. 저는 한 달 동안 두 번이나 일본으로 건너가 당사자와 그들의 측근, 그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 피해자들을 두루 만났습니다. 목사들의 섹스 스캔들을 보면 패턴이 비슷합니다. 일반 교인이 아닌 교회에 충성하는 여사역자들이 대상입니다. 단 둘이 있을 때, 그들에게 안마를 받으면서 추잡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김 목사나 ㅂ 선교사나 처음부터 그러지는 않았을 거라고. 30년 전 처음 일본 땅에 깃발을 꽂았을 때, 변태적인 성욕을 채울 의도는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으며 10년 20년 세월이 쌓여 가고, 그럴수록 깃발 아래 모인 사람은 많아지고 자신의 위치는 높아졌겠지요.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요. '내가 이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말로는 주님이 하셨다고 하지만, 큰 교회 건물과 수많은 교인들을 보면서 이들은 자신이 이룬 업적이라고 착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권위를 손에 쥐게 된 거죠. '여사역자들에게 안마 한번 받아 볼까', '내가 영적인 아버지인데 뭐, 괜찮잖아', '이 정도는 만져도 아무 말 못할 걸'…. 그렇게 점점 깊은 수렁으로 들어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그런가 봅니다. 저도 요즘 편집국에서 짬밥 좀 먹었다고 어느새 목소리가 커지고 후배들을 막 대하기도 합니다. ("멍청이"라고 말하는 수준이니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시길.) 새삼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주님의 말씀이 더욱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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