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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재일 한국 선교사, 6년째 성범죄 법정 공방
성폭행 형사, 알리바이 입증 '무죄'…성추행 민사, 1억 5000만 원 손배 '유죄'
  • 구권효 기자 (make1@martus.or.kr)
  • 승인 2014.08.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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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의혹으로 재일 한인 선교 현장을 어지럽히는 이는 최근 보도한 요한동경교회 김규동 목사뿐이 아니다. 일본 선교 1세대로 알려진 또 다른 선교사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여러 명의 여자 사역자들과 민형사 소송을 벌이고 있다.

ㅂ 선교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1980년대 초반 OMF 소속 일본 선교사로 파송됐다. 그는 사랑의교회 제자 훈련을 일본에 도입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종교법인 'ㅅ훈련원'의 대표다. 이 훈련원에는 일본 5개, 호주 2개, 한국 1개의 지교회(채플)가 있다. 이외에도 자체 출판사를 통해 큐티집과 책을 펴내고, 자체 신학원 과정도 운영한다. 이 모든 것을 통틀어 'ㄱ교회'라고 한다.

한때 일본 이바라키 현에 있는 ㄱ교회 채플에는 매주 200~300명이 출석하기도 했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이 정도면 대형 교회 수준이다. 특히 교인들이 한국 사람이 아니라 일본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ㄱ교회는 일본 전체 교회의 1/3에 해당하는 2000여 개의 교회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었고, 한인 선교사들과 일본 현지 목회자들도 ㅂ 선교사에게 제자 훈련을 배우러 왔다.

하지만 2008년, ㅂ 선교사가 여자 헌신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다. 교회는 자체적으로 이를 수습하려 했지만 사태는 소송으로 번졌다. 2009년부터 성추행에 대한 손해배상 민사재판이 시작됐고, 2010년부터는 성폭행 혐의로 형사재판이 시작됐다. 형사 재판부는 2011년 ㅂ 선교사의 '무죄'를 판결한 반면, 민사 재판부는 2014년 5월 ㅂ 선교사의 혐의를 인정해 원고 4명에게 도합 1540만 엔(한화 약 1억 536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 30여 년간 일본에서 활동한 ㅂ 선교사가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로 6년째 법정에서 진실 공방 중이다. ㅂ 선교사는 2011년 성폭행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2014년 상습 성추행 민사 재판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진은 ㅅ훈련원 건물. ⓒ뉴스앤조이 구권효

성추행 피해 호소자만 15명 이상…ㅂ 선교사만 대변한 한국 교계 언론

<뉴스앤조이>는 지난 7월 말 일본에서 ㅂ 선교사의 성 추문과 관련한 사람들을 취재했다. ㅂ 선교사는 한사코 직접 만나기를 거부해 만나지 못했지만, 그의 소송을 담당하는 ㄱ교회 부목사들을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또 ㅂ 선교사에게 성추행·성폭행당했다는 피해자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도 직접 만나 충분한 얘기를 나눴다.

ㄱ교회 측은 보도를 미뤄 달라고 요청해 왔다. 현재 민사소송은 항소했고, 무죄 판결을 받은 형사소송을 근거로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라며, 올해 안으로 판결이 날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달라는 것이다. 기사가 잘못 나가면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일본 매스컴들이 혐한(嫌韓)의 재료로 이용할 것이라고 했다.

보도 시점을 고민하던 중, 8월 2일 한 교계 신문이 ㅂ 선교사에 대한 기사를 썼다. ㅂ 선교사의 입장을 그대로 실었다. 피해자 측은 "한국에 있는 기독교 언론사들이 보도할 때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교계 언론사 중, 지금까지 ㅂ 선교사의 성 추문에 대해 양측의 의견을 형평성 있게 보도한 곳은 없었다. 2011년 ㅂ 선교사가 형사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을 때도, 한 교계 신문은 "ㅂ 선교사가 명예를 회복했다"며 그의 입장만을 대변했다.

하지만 ㅂ 선교사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피해자들을 카운슬링해 주고 있는 한 일본인 여성은, 민사소송 원고는 4명이지만 지금까지 상담한 사례만 해도 15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원하지 않는 포옹과 볼에 키스하는 비교적 가벼운 행위부터 성관계까지 수위는 다양했다. 2008년 ㅂ 선교사의 성 추문이 불거지면서 피해 여성들은 '에스더'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시작했다. 2009년부터는 이들의 소송을 돕기 위해 '모르드개'라는 이름의 모임이 생겼다. 모르드개 모임은 전 ㄱ교회 부목사, 장로, 교인들로 구성돼 있다.

<뉴스앤조이>는 양측의 입장을 최대한 형평성 있게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ㅂ 선교사가 무죄를 선고받은 형사소송과 유죄를 선고받은 민사소송을 중심으로, ㅂ 선교사와 관련한 성 추문을 자세하게 보도할 계획이다.

사건의 전말

   
▲ 이바라키 현에 있는 ㄱ교회 채플. 한때 이곳에는 200~300명의 일본인이 매주 출석했다. 하지만 ㅂ 선교사가 성폭행 및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면서 교인 수는 1/10로 줄었다. 법정 다툼은 현재 진행형이다. (ㄱ교회 홈페이지 갈무리)

ㅂ 선교사의 성 추문이 불거진 건 2008년 5월부터다. ㄱ교회 헌신자였던 A가 갑자기 교회를 떠나면서, ㅂ 선교사에 대한 13가지 비리를 교회 사람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12가지는 교회 재정 집행에 관한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이었다. 교회는 발칵 뒤집혔다. ㅂ 선교사는 ㄱ교회 담임목사직을 사임했고, 부목사들과 일반 교인으로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가 가동됐다.

진상조사위는 A가 말한 12가지 재정 비리를 조사한 뒤,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성추행에 대해서는 A와 연락이 닿지 않아 조사하지 못했다. 아무런 혐의가 인정되지 않자 ㅂ 선교사는 담임목사직에 복귀했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는 ㅂ 선교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는 여성들이 점점 늘어났다. 2008년 12월, ㅂ 선교사는 '사죄회'라는 이름의 집회를 열고 "나는 한 번도 상대방이 싫어하는데 애정 표현을 한 적은 없습니다만, 주님 앞에서 지도자로서 합당하지 않았던 것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합니다"라고 말하고 큰절을 했다.

ㅂ 선교사의 공개 사죄에도 사태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피해자들과 이들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하나 둘 교회를 떠났다. 2008년 12월, ㄱ교회 전도사로 사역했던 C는 자신이 ㅂ 선교사에게 성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 B, C, D 네 사람은 2009년 7월 ㅂ 선교사와 그의 아내, 종교법인 ㅅ훈련원 등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에 대해 각각 1155만 엔씩 총 4620만 엔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시작했다.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C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2010년 1월 ㅂ 선교사를 긴급체포했다. 당시 일본 언론은 한국인 선교사가 일본인 신도를 성폭행했다는 사건을 크게 다뤘다. 검찰은 같은 해 2월 ㅂ 선교사를 구속 기소했다. ㅂ 선교사는 7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6개월을 독방에서 지냈다.

하지만 2011년 5월 형사 재판부는 ㅂ 선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C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2007년 2월 17일 오후 3~5시 사이, ㅂ 선교사가 한국에서 온 선교사들과 함께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성립됐다.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ㅂ 선교사는 이를 근거로 자신을 고소한 이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에게 5000만 엔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자신을 체포한 검찰을 상대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4년 5월 민사소송 판결이 났다. 민사 재판부는 ㅂ 선교사의 상습적인 성추행 혐의를 인정해, A·B와 C·D에게 각각 330·440만 엔, 도합 1540만 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ㅂ 선교사가 제기한 손해배상은 기각됐다. 교회 측은 즉시 항소했다. 성추행에 대한 민사 2심 결과는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고난받는 성자인가, 성도착증 환자인가

양측의 입장은 180도 다르다. ㅂ 선교사 측은 피해자들이 진술한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특히 일본 사회에서 검찰이 기소했는데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1/1000의 확률이라며, 형사 재판에서 승소한 것은 ㅂ 선교사의 결백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진술이 완전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원고들과 그들을 돕는 모르드개 모임이, ㅂ 선교사와 ㄱ교회에 악감정을 품고 조직적으로 음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교회 측은 말했다.

하지만 원고 측은 ㅂ 선교사를 성도착증 환자로 보고 있다. A~D가 진술한 ㅂ 선교사의 행동은 변태적이고 상습적이었다. 민사소송에서 인정된 ㅂ 선교사의 성추행 혐의는 총 70건이다. 이들은 민사가 형사보다 더욱 신빙성 있는 판결이라고 주장한다. 형사 재판은 C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그날, 그 시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판단했을 뿐, ㅂ 선교사의 다른 행적은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그때의 알리바이가 인정됐다고 해서 ㅂ 선교사에게 성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성범죄는 물증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실 공방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ㅂ 선교사와 관련한 양측의 공방은 너무 첨예하게 대립한다. ㄱ교회 측의 주장대로라면 ㅂ 선교사는 악한 세력에 음해당하는 성자(聖者)고, 원고 측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변태적인 성애 경향을 보이는 환자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 판단은 법원에 맡긴 채, 양측은 6년째 다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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