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매체 <미디어스>에 '표절 비판 칼럼도 표절하는 표절 공화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내용인즉슨, 한 대학 교수가 한국 사회의 표절 문화를 비판하는 칼럼을 썼는데, 그 칼럼도 남의 글을 표절한 것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전문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다락방의 이단 혐의를 해제해 교단 안에서 성토 대상이 된 김만규 목사. 그는 설교를 표절하고 논문을 베끼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쏘아붙이는 칼럼을 자신이 발행하는 <기독신보>에 썼다.

김 목사는 3월 29일 발행한 <기독신보> 396호 사설에서 '표절을 중지하자'고 했다. 그는 표절 문제가 공직자는 물론 교수, 목사, 스타 강사에게까지 사회 전반에 일반화되어 있다고 했다. 그 중에 '성직자'인 목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부끄럽고 송구하다고 했다. 김 목사는 표절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사탄의 무리' 또는 '교회를 훼파하는 자'라는 당치 않는 표현을 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설교 표절을 중단하자고 주장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취합해 편집하여 자기 설교로 사용하고, 어떤 이는 남의 것을 송두리째 활용해 자기 이름으로 출판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논문 표절도 퉁바리를 놓았다. 서울 모 교회 모 목사가 학위 논문 표절로 6개월 설교 중지 처분을 받았다고 언급하면서, 목사에 대한 신뢰성의 추락, 교회 이미지의 훼손 등으로 사태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를 겨냥한 듯한 말이었다.

그는 신학 교육의 실패에서 설교·논문 표절이 일어났다고 했다. 신학교 교수들이 남이 대필해 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학생의 논문을 표절하고, 심지어 학생들에게 자기 책을 쓰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그런 이들을 '학문의 파렴치범들'이라며, "설교·논문 표절은 범죄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파렴치범, 범죄자라고 표현한 김만규 목사는 얼마나 깨끗할까. 그는 2년 전, 총신대학교 뇌물 수수 사건을 보도한 <뉴스앤조이> 기사를 무단으로 표절한 적이 있다. 그로 인해 법원으로부터 2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김 목사는 <뉴스앤조이>가 2011년 11월 17일 보도한 '총신 뇌물 사건, 이번에는 증거 조작 종용?'이란 제목의 기사를 표절했다. 총신대 직원 ㄱ 씨가 인사권자인 재단이사장과 총장에게 인사 청탁을 하며 뇌물을 건넸고, 재단 감사가 ㄱ 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위 진술을 요구했다는 것이 기사의 내용이다. 총신대 신대원 원우회, 대학교수협의회, 신대원 교수협의회가 11월 15일 연 기자회견을 <뉴스앤조이>가 취재해 보도한 것이다.

이 현장을 <기독신보>는 취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뉴스앤조이>의 기사 전문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11월 25일자 <기독신보>에 그대로 옮겨다 실었다. '<뉴스앤조이>에 게재된 관련 기사'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기사를 사용하겠다는 허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저작권이 있는 기사를 마음대로 가져다 쓰고 무단으로 배포한 것이다.

<뉴스앤조이>는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김만규 목사에게 2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목사는 법원의 판결대로 200만 원을 <뉴스앤조이>에 배상했다. 인터넷판 <기독신보>에서는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표절 문제를 강하게 비판한 김만규 목사는 자신의 기사 표절에 대해서는 무디게 반응했다. 김 목사는 <마르투스>와 통화에서, "교단 안에 표절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서 사설을 썼다"고 했다. <뉴스앤조이>의 기사를 표절한 것에 대해 묻자 이내 뿔을 냈다. 그는 "다른 언론에 다 나온 이야기였다. 사실을 더 정확히 참고하라고 <뉴스앤조이>의 기사를 실었던 것이다. 기사를 사용하겠다는 허락을 받지는 않았다. 당시에 관련 법규를 몰랐고, 결국 200만 원을 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마르투스>를 고소할 뜻을 비쳤다. 그는 "12년 동안 언론을 운영하면서 남의 기사를 가져다 쓴 적이 많지만 이렇게 소송을 걸어온 적이 없었다"며, "<마르투스>도 <기독신보>의 기사를 표절하지 않았냐"고 따졌다. 기자가 어떤 기사를 표절했냐고 물었으나 자세한 언급은 피했다. 다만 "곧 고소를 할 거니 나중에 법원에서 보자"며 으름장을 놓았다. 김 목사는 "<마르투스>에 내 사진과 기사가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만약 기사를 내면 초상권 위반과 무단 인용으로 소송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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