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지 <기독신문>은 1965년 창간되었고 66년 <기독신보>로 제호를 바꿨다. 이 이름을 30년 넘게 쓰다가 97년 다시 <기독신문>이라는 원래 제호로 돌아왔다.
그러자 김만규 목사가 같은해 <정론기독신보>라는 이름으로 사설신문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마치 이 신문이 '교단의 정론지'인양 이미지를 만들었다. 신문 2면 상단에 '기독신보는 한국교회 역사와 더불어 총회가 승인한 이름 그대로 정론을 펴는 신문입니다'라고 썼다. 교단지가 '기독신보'라는 이름을 30년 쓰면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것을 적극 활용, 마치 이 신문을 '총회가 승인한'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총회 관련 광고를 집중적으로 실은 것도 이런 효과를 노린 셈이다.
<정론기독신보>는 올해 9월 22일자로 246호를 발행했다. 김만규 목사가 발행인이고 사장은 그의 아들 김성은이다. 발행인 김만규 목사는 평동노회를 거쳐 서북노회에 소속된 은퇴목사다.
총회 현장에 배포된 <정론기독신보>의 논조는 서북노회와 평강제일교회의 입장을 거의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사실상 이끌었던 길자연 목사와 옥한흠 목사를 비판하면서 신학 시비를 일으킨 것도 이 신문이다. 9월 22일자 2면에 실린 "'사모'로 시작되는 정치 단체를 염려한다"는 제목의 사설은 <정론기독신보>의 입장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모'란 총회를 앞두고 두 차례 기도회를 개최했던 '총회를 사랑하는 모임'을 일컫는다. 총사모에는 총신대 신대원 77회부터 96회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단체다. 이 신문은 "'사모'로 시작하는 단체는 결코 신앙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총사모'의 핵심 인사가 이 단체에 거액의 재정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 이유로는 △<기독신문>에 대형광고를 수차례 게재하고 △비대위 소식지를 만들어 전국교회에 배부했는데, 인쇄물과 발송비에 엄청난 돈이 사용됐다는 점이다.
3면에는 특집으로 '총신 신대원생의 정치 도구화를 우려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실려 있다. 이 기사는 평강제일교회의 서북노회 가입에 대해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배후 조종자에 의한 정치공작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총신 신대원 학생들이 그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탁명환 씨와 최삼경 씨·박용규 교수 등에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4면으로 넘어가보자. 서북노회장 박충규 목사의 기자회견 전문이 4면과 12면에 걸쳐 상세히 실려 있다. 5면에는 예장합동이 이번 제90회 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예수왕권세계선교회의 입장이 담겨 있으며, 6·7·8·9면에는 총신대 신대원 교수들의 <박윤식 연구보고서>를 반박하는 서북노회의 보고서 전문이 실렸다. 10면과 11면은 옥한흠 목사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 차 있다. 독자투고의 형식을 빌려 옥 목사를 '영적 엘리트주의와 독선으로 한국교회에 분열을 조장한다'고 비판한다. 마지막인 12면에는 논평을 통해 '총신 교수도 교육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교수들에게 화살을 겨냥한다.
논평은 "총신 교수들은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교갱협)와 영성목회연구회(영목)의 하수인이라는 말도 들려온다"고 주장했다. 후원금이 위 두 단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논평은 "이제 교수의 급료나 총신 운영과 경영을 영성과 교갱에 의존해야 하는지 연구보고되어야 할 지경"이라며 끝을 맺고 있다.
이 신문은 서북노회가 평강제일교회를 영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만규 목사는 박윤식 목사와 '30년 지기'(知己)이며, 박윤식 이단 문제와 관련해 고 탁명환 씨와 법정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정론기독신보>에는 평강제일교회 광고가 여러 차례 게재됐으며, 김만규 박윤식 인터뷰 형식을 빌려 그를 적극 옹호해왔다.
총회 직전 발간된 <총회기독신문>은 서정태 목사가 발행인이다. 서 목사는 호남 출신 목사 장로들로 구성된 '전국호남협의회'의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 호남협의회는 총회 개회 전 한명수·옥한흠·길자연 목사 등 1천2백여 명의 예장합동 소속 목사와 장로들로 구성된 '총회사태에대한비상대책위원회'를 비판하고, 평강제일교회와 광성교회 이성곤 목사의 영입을 사실상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신문 역시 2면에 박충규 목사의 기자회견 기사를 실었다. 3면에 실린 기사를 보자. 교인이 5만 명에 육박하는 평강제일교회(교회 쪽은 6만5천 명 주장)와 2만 명에 달하는 광성교회의 영입은 교단 내 교회 서열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쓰나미' '카트리나'라는 단어까지 사용했다. 예장합동의 대형교회들이 외부에서 들어온 대형교회에 대한 호감과 반감 가운데 어느 쪽 마음일까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총회를 바라보는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예장합동은 타교단의 공식 결정을 참작한 가운데 독자적인 연구과정을 거쳐 총회에서 결의를 해온 바, 평강제일교회의 경우 예장합동이 신학적 재검증 작업을 통해 이단 여부를 가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사실상 평강제일교회의 영입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4면에는 '평강제일교회의 총회 가입은 '종교 반역죄'인가?'라는 제목의 기사가, 5면·6면·7면·8면에는 서북노회의 반박보고서 전문이 실려 있다. 8면 아랫부분에는 서북노회의 성명서 광고가 함께 실려 있다.
예장합동에서 신문들이 난립하는 것은 저마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언론이라는 공기를 통해 주장하려 한다는 점에서, 교단 정치판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