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다락방 이단 해제를 주도하거나 묵인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인사들이 속속 발을 빼고 있다. 총회 결의를 무시한 처사라는 교단 안의 거센 성토 여론에 눈치를 보던 한기총 내 예장합동 인사들은 해명서를 내는 등 선을 긋는 모양새다. 남은 건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전문위원장 김만규 목사와 전문위원 김남식 목사뿐이다.

예장합동 소속 한기총 이대위 전문위원들, 교단 결의 '아랑곳' 안 해

한기총은 1월 14일 실행위원회에서 예장합동 81회 총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이단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이단 혐의를 풀어 줬다. 이대위가 올린 보고서를 찬반 격론 끝에 무기명 비밀 투표로 통과시킨 것이다. 현장에서 일부 예장합동 인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남태섭 이대위 부위원장, 김응선·이태선 이대위원은 극렬히 반대했고, 한기총 명예회장 김준규 목사는 명예회장직을 반납하고 자리를 박차고 회의장을 나왔다.

이대위가 올린 보고서는 이대위 전문위원회가 작성한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대위 전문위원 12명 중 예장합동 소속은 4명. 김만규 목사가 위원장, 유장춘 목사가 서기 등 요직을 맡았고, 김남식·김영우 목사가 위원으로 참여했다. 보고서에 사인도 하지 않고 회의에 출석하지도 않은 김영우 목사를 제외한 3명의 예장합동 인사들은 교단 결의와 어긋난 조사 결과를 내는 데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쏟아지는 성토 여론에 교단은 '시끌'

다락방 이단 해제에 총회 임원들은 물론 원로들과 총회정상화를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까지 교단 전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1월 17일 총회 임원회는 81회 총회 결의를 재확인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대위는 1월 23일 <기독신문>에 성명을 내고 다락방 이단 해제를 주도한 김만규·유장춘 목사를 아예 교단에서 제명하라고 강경 발언을 퍼부었다.

교단 원로인 전 총회장들의 반응은 더 격렬했다. 한기총 실행위 현장에서도 다락방 이단 해제를 반대한 김준규 전 총회장은 1월 30일 실행위원회에서 "81회 총회에서 다락방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관련자를 시벌하기로 했다. 재확인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로들은 2월 13일 전 총회장단 회의에서 "이단 해제는 교단에서만 가능하다. 한기총이 월권했다"며 총회 임원회와 실행위에 강력하게 의사를 전달하기로 뜻을 모았다. 같은 날 총회 이대위 역시 다락방 이단 해제에 총회가 나서야 한다며 교단 입장을 발표하는 성명을 내 달라고 요청했다.

총회 임원회는 2월 21일 한기총에 다락방을 이단으로 규정한 교단 결의에 따라 시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기로 했다. 교단 입장의 성명을 내 달라는 이대위의 요청은 한기총에게 사실을 확인한 뒤에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3월을 지나면서 봄 노회가 열리자 다락방 관련자를 처벌해 달라는 헌의도 하나둘 올라오고 있다. 경서노회는 다락방 이단 옹호자를 처벌해 달라고, 김제노회는 다락방 이단을 지지하며 동조한 자를 조사·처리해 달라고 헌의했다. 예장합동 헌법 권징조례 제42조에 의하면, '목사가 이단을 주장하거나 불법으로 교회를 분립하는 행동을 할 때에 그 안건이 중대하면 면직할 것'이라고 나온다.

교단 내 한기총 인사들 '식은땀'

다락방 성토 바람이 몰아치자 한기총에 소속한 교단 인사들은 일제히 몸을 움츠렸다. 이대위 전문위원으로 알려졌던 김영우 목사(총신대 재단이사장)는 위원으로 위촉받은 적이 없다고 2월 1일 총신대 운영이사회에서 해명했다. 이대위 전문위 서기 유장춘 목사는 "학자적 견해를 부분적으로 피력한 것이 한기총에게 이단 해제라는 명분을 주는 데 일조하였다"며 "한기총은 교단 간 협력 단체이기에 교단 결의를 무효화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힌다. 서기직을 사임하며 사과한다"고 2월 6일자 <기독신문>에 해명서를 냈다.

▲ 이대위 전문위원으로 알려졌던 김영우 목사는 위원으로 위촉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마르투스 이명구

한기총에서 임원이나 실행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요직을 맡고 있는 인사들도 입장을 밝혔다. 한기총 명예회장 김준규 목사, 전 대표회장 길자연 목사, 서기 남태섭 목사, 회계 라도재 장로, 실행위원 이태선·김응선·하귀호·김진하·곽길영 목사는 3월 5일자 <기독신문>에 "한기총 실행위에서 이단인 다락방을 해제한 것을 적극 반대한다"고 적었다. 이들은 모두 한기총 총대 및 대의원들이다. 교단 내 반한기총 여론이 거세지자 은근슬쩍 발을 뺀 셈이다.

고립된 김만규 위원장, "소용없다"…비대위만 고소·고발로 강경 대응

다락방 이단 해제를 주도한 교단 인사들이 몸을 사리는 가운데 이대위 전문위에는 김만규 위원장과 김남식 위원만이 남은 형국이다. 하지만 김만규 위원장은 다락방 이단 해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교단에서 내린 결과와 연합 기관에서 판단한 것은 다를 수 있다. 다락방이 이단으로 규정될 때도 억울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대위 전문위원들이 발을 빼는 형국에 대해서는 "다 빠져도 소용없다. 일을 다 해 놓고 무슨 소리인가"라며 뿔을 냈다. 김남식 위원은 "이단은 아니고 좀 별난 부분은 있다. 일부분만 강조하는 면이 그렇다. 심하게 표현하면 이단성은 있지만, 교리적으로 이단은 아니다"고 다락방을 변호했다.

김만규 위원장과 홍재철 한기총 대표회장은 '업무 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5억 5000만 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비대위를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김 위원장은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학문적·신학적으로 검증한 것뿐이라며, 목사를 제명하는 건 교단 재판국의 관할인데 비대위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다락방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발행하는 <기독신보>에 WCC 총회 개최를 반대하는 광고를 실은 '국민의 소리'라는 시민 단체가 다락방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BS 보도를 보면, WCC를 반대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 소리' 구성원은 다락방 계열의 안디옥교회 교인들로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다락방 관련 단체로 의심되는 시민 단체의 광고를 자신이 발행하는 신문에 게재한 것이다.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3월 29일자 <기독신보>에 류광수 목사가 당회장으로 있는 임마누엘교회의 광고도 실었다. 

이단과 관련한 김만규 위원장의 행보는 예장합동 안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어 왔다. 그는 예장통합과 예장합동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박윤식 목사를 공개적으로 감싼 전력이 있다. 박 목사는 지난 2005년 예장합동 서북노회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기존 교단에 들어오려 했으나, 교단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2005년 열린 '(박윤식 목사) 서북노회 가입 감사 예배'에서 "평강제일교회가 사탄의 방해를 받아 이단성 시비로 갖은 곤욕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축하 기도를 했으며, <기독신보>에 "박윤식 목사는 이단이 아니다"는 글을 게재하는 등 줄곧 박 목사를 두둔하고 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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