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는 지난 10월 25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를 구성했다. 지난 2010년 이대위가 "변승우·장재형 목사는 이단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가 회원들의 반발로 해체된 지 2년 만이다. 그런데 이대위 구성원 면면을 살피면 2년 전 사태가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어떤 인사들이 이대위에 들어갔는지 정리했다.

이대위는 크게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임원·일반위원과 신학적 연구 및 검토를 담당하는 전문위원으로 구성된다. 임원·일반위원에는 이건호 위원장, 남태섭 부위원장, 윤덕남 서기, 이병순 회계, 강기원·김원남·진택중·김창수·도용호 위원이 참여했다. 전문위원에는 김만규 위원장, 나용화 부원장, 유장춘 서기, 조영엽·유흥옥·김남식·정종진·김향주·김영우·박우삼·김종걸·김경직·박석구 위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대위 전문위원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박윤식 목사(평강제일교회)와 관련 있는 이들이 5명이나 들어갔다는 것. 박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에서 이단성을 확인한 인사로, 지난 2005년 예장합동 서북노회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기존 교단에 들어오려 했으나, 교단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바 있다. 총신대 교수들은 박 목사를 받아 준 서북노회를 비판하며 박 목사의 이단성을 검증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위원 위원장을 맡은 김만규 위원은 박윤식 목사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인사다. 2005년 열린 '(박윤식 목사) 서북노회 가입 감사 예배'에서 "평강제일교회가 사탄의 방해를 받아 이단성 시비로 갖은 곤욕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축하 기도를 했으며, <기독신보>라는 신문을 발행하여 박 목사 가입을 반대한 길자연·옥한흠 목사와 총신대 교수들을 비판하고 박 목사 가입을 허락한 서북노회 입장을 적극 보도했다. 지난해에도 <기독신보>에 "박윤식 목사는 이단이 아니다"는 글을 게재하는 등 꾸준히 박 목사를 두둔하고 있다.

나용화 전문위원은 지난 2010년 개신대 기독교신학검증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박윤식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는 보고서를 발표해 반발을 산 인물이다. 보고서를 발표한 해에 평강제일교회에서 설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개신대가 소속한 예장개혁 총회는 나 위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유감을 표했고, 개신대 신학 교수 4명은 항의의 뜻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박윤식 목사 저서 추천사를 작성한 조영엽·김남식 박사도 전문위원이다. 특히 조영엽 위원은 <기독신보>에 "박 목사는 칼빈주의, 개혁주의 정통보수신앙을 주장하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기고했다.

▲ 김만규 위원은 현재도 박윤식 목사 옹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박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는 글이 실린 <기독신보>. (<기독신보> 갈무리)

김경직 전문위원도 박윤식 목사에 관심을 두고 있다. 김 위원은  나용화·예영수 목사 등이 작성한 박 목사가 이단이 아니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와 "박 목사의 이단 여부 검토를 재개해야 한다"는 글을 자신이 발행하는 <비평과 논단>에 실었다. 김 위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기독교시민연대 홈페이지에도 "박 목사를 이단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와 있다. 김 위원은 "박 목사에 관한 보고서를 그대로 올려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경직 위원은 예장고신·합동·통합·기침 등이 이단으로 규정한 김기동 목사(성락교회·베뢰아)와도 인연이 있다. 김 위원은 지난 2008년 미국에서 열린 신학 포럼에서 "성락교회와 베뢰아는 바른 신학과 신앙을 가진 곳"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은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기동 목사가 귀신론을 부인했고,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을 믿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다"고 발언의 배경을 밝혔다.

예장전도총회(다락방)를 두둔하는 사람들도 이대위에 이름을 올렸다. 나용화 위원은 "다락방 창립자 류광수 목사는 신학적 문제가 없다"는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고, 다락방의 이단성을 논의하는 공청회에 다락방 측 패널로 참석했다. 김만식 위원은 자신의 저서 <세계 전도 운동사>에서 다락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사도운동과 가까운 인사도 한기총 이대위에 참여한다. 이건호 위원은 신사도운동 주창자로 알려진 피터 와그너 목사가 운영하는 Wagner Leadership Institute에서 교수로 활동한다. 신사도운동은 예장고신·합신이 교류를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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