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정준모 총회장) 81회 총회에서 이단으로 규정한 다락방 류광수 목사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홍재철 대표회장)가 '이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한기총은 1월 14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이건호 위원장)가 올린 보고를 받았다. 실행위원들은 찬반 격론을 펼쳤고, 표결 끝에 다락방의 이단 혐의를 풀어 줬다.

예장합동 인사들은 류광수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이대위 보고를 받고 극렬하게 반발했다. 한기총 명예회장 김준규 목사는 "(다락방은) 예장합동·예장고신 등 건전한 교단에서 이단 판결을 받았다. 예장합동에서 반한기총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대위원들도 거들었다. 남태섭 이대위 부위원장, 김응선·이태선 이대위원은 "교단에서 이단이라고 결의한 것을, 연합 기관이 반대 결정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모두 예장합동 인사들로, 찬반 가부를 묻는 투표를 다음으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예장합동 소속인 홍재철 대표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그는 "한기총에서 통과되더라도 각 교단 결의와 상충된다면 교단에서 재조사를 하면 된다"며 대표회장 직권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강행했다. 투표 결과 67명 중 44명이 찬성하고, 19명이 반대했다. 2명이 유보, 2명이 기권에 표를 던졌다. 안건이 통과되자, 김준규 목사는 "한기총 명예회장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일명 '다락방'이라고 불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전도총회의 류광수 목사는 1991년 11월 예장합동 부산노회에서 목사 면직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단 교회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강단 금지령을 받은 류 목사는 면직되기 전에 교단을 탈퇴했다. 1996년 예장합동 제81회 총회는 류 목사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다락방은 예장합동뿐 아니라 예장고신·침례교·감리교 등에서도 이단으로 판정을 받았다. 820개 교회, 35만 교인의 교세를 가진 다락방은 지난해 예장개혁 교단에 가입했다. 한기총은 지난해 11월 다락방의 이단 해제 청원을 받고, 이를 이대위에 넘긴 바 있다.

예장합동 소속 이대위 전문위원들, "다락방은 괘씸죄 이단"

한기총 실행위는 이대위 전문위원회(김만규 위원장)의 보고서를 그대로 받았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대위 전문위원 12명 중 예장합동 소속은 4명이다. 김만규 목사가 위원장, 유장춘 목사가 서기 등 요직을 맡았고, 김남식·김영우 목사는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중 김영우 목사는 보고서에 사인을 하지 않았고, 이대전문위원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나머지 3명은 교단 결의와는 어긋난 조사 결과를 내는 데 주도적으로 활동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김만규 위원장은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반응했다. 교단 여론과 상반되는 결의를 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지 않겠느냐고 질문하자, 그는 "교단에서 내린 결과와 연합 기관에서 판단한 것은 다를 수 있다. 다락방이 이단으로 규정될 때도 억울한 면이 있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이단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단 관련해서 30번 고소하고 20번을 고소당한 사람이다. 이단의 습성이나 소위 이단 감별사 등의 행태를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유장춘 서기는 "다락방 이단 판결은 정치적인 이유로 정해진 것이다. 괘씸죄 이단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류광수 목사는 열심히 전도하다가 이단 소리를 들은 거 아니냐. 전도 안 하는 목사들이 이단 정죄한 거라고 볼 수 있다. 나는 학문적으로 접근했다. 신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돈이 오갔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밝혔다. 유 서기는 이번 기회에 예장합동에서 다락방을 다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단 건은 예민한 문제다. 한두 사람이 주물럭댈 게 아니라 공론화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김만규 위원장은 예장합동·예장통합에서 이단성을 확인한 박윤식 목사(평강제일교회)를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인사다. 박윤식 목사는 지난 2005년 예장합동 서북노회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기존 교단에 들어오려 했으나, 교단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실패한 바 있다. 총신대 교수들은 박 목사를 받아 준 서북노회를 비판하며 박 목사의 이단성을 검증한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05년 열린 '(박윤식 목사) 서북노회 가입 감사 예배'에서 "평강제일교회가 사탄의 방해를 받아 이단성 시비로 갖은 곤욕을 겪었지만 이제는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게 됐다"고 축하 기도를 했으며, <기독신보>라는 신문을 발행하여 박 목사 가입을 반대한 길자연·옥한흠 목사와 총신대 교수들을 비판하고 박 목사 가입을 허락한 서북노회 입장을 적극 보도했다. 그는 <기독신보>에 "박윤식 목사는 이단이 아니다"는 글을 게재하는 등 줄곧 박 목사를 두둔하고 있다.

이명구 / <마르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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