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큐메니컬 목회자·연구자, 한국에 모여 국제 대회 "극우 확산 막으려면 세계 교회 협력 절실"
"그들은 기독교적 특정 신념을 바탕으로 국가를 건설하려는 정치적 야망을 품고 있다. 이 신념은 동성 결혼과 트랜스젠더 권리를 반대하며, 인권 진보의 중요한 성과를 되돌리려는 것이다."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한국교회 태극기 세력을 가리키는 것 같은 이 발언은, 사실 미국 극우 기독교인을 설명하는 발언이다. 6월 30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김종생 총무)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신승민 원장)이 주최한 '극우주의와 세계 교회의 대응'이라는 국제 에큐메니컬 대회에서, 발제를 맡은 허원 목사(캐나다연합교회 글로벌파트너쉽국장)는 극우 기독교가 사회적 의제와 정책에 개입하는 현상에 대해 이처럼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극우화'와 그 배경에 밀접히 연관돼 있는 개신교. 더 이상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이 현상에 대해, 교회협과 기사연은 세계 여러 곳에서 활동 중인 에큐메니컬 인사들을 초청해 극우 기독교 현상이 초국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를 진단하고, 교회의 역할과 대응 방안은 무엇일지 토론하고 고민했다.
피터 프로브(Peter Prove) 세계교회협의회 국제협력국장은 유럽에서 기독교 우파가 정치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현상을 소개하며, 극우주의는 복음에 부합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극우주의는 대체로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낸다. 이들의 이념이 진정한 기독교 신앙이나 윤리와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교회와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일부가 극우 운동의 주도적 지지자가 되고 있다는 현실은 놀랍고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회의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 극우주의자들의 태도나 행동이 그리스도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복음을 직접 읽어야 한다"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극단주의에 맞서는 운동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극우주의가 소속감을 찾는 젊은이들을 적극적으로 노린다며 "교회는 청년 사역과 포용적 공동체 형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피터 프로브 국장은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절망한 젊은 세대가 극우주의와 연합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인지 물었다. 한 참석자는 한국의 30대 이하 젊은 남성들이 젠더 갈등으로 인해 보수화되고 있다고 설명하며 "앞으로 10년이 젠더 갈등을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데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북미 상황을 설명한 허원 목사는 미국 극우 기독교가 예수의 신성함과 복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극우의 의제를 돕는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람들이 오래 머물도록 분노와 두려움을 통해 사람들을 불안정하게 만든다"며 "미국에서 유튜브가 2021년 국회의사당 폭동을 촉발한 극우 정치의 부상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허원 목사는 교인들에게 분노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류 기독교인들도 극우 기독교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증오, 무지, 공포 조장을 규탄하기 위해 분노와 용기를 가져야 한다. 희망을 선포하고 권력에 진실을 말하는 예언자의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례는 김민아 박사(교회협 에큐메니칼신학과교육위원회)가 소개했다. 그는 극우 개신교의 광장 정치 역사를 설명한 뒤 한국교회가 "혐오와 폭력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며 "교회는 상처 입은 이들의 존재를 회복시키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 피해자의 편에 서서 이들의 존재를 환대하고 치유하며 포용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니앤 M. 마타 칼럽 동북아시아교회포럼 의장은 필리핀, 인도, 미얀마, 스리랑카 등 아시아 곳곳에서 혐오와 증오, 폭력을 발생시키고 있는 극우 이데올로기를 설명했고, 가야마 히로토 박사(도미사카그리스도교센터 연구원)는 '민중 폭력'을 선동하는 일본 내 우익 세력을 분석하기도 했다.
요르그 리거 박사(밴더빌트대학교 명예교수)는 "두터운 연대가 받아들여질 때 새로운 가능성이 등장한다. 연대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곳으로 우리를 인도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로 가능하다"고 했다. 미니앤 M. 마타 칼럽 의장 또한 "평화 구축과 저항을 위한 에큐메니컬 네트워크와 운동에 참여하고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주요 에큐메니컬 연구자·활동가들과 미주·동남아·동북아 각국 에큐메니컬 인사들이 모여 함께 논의한 이번 대회에서, 참석자들은 공동 선언문과 행동 계획을 채택하고, 극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서로 연대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이들은 "'극우주의 대응 에큐메니컬 네트워크' 구성을 제안"하며 앞으로 "그리스도께서 전하신 평화의 복음 안에서 오늘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하여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