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1년,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극우 논쟁' 좌담회
극우 개신교 현상 되짚고 극복 방안 논의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비상계엄이 발발한 지 1년이 다가오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행사를 여럿 기획하고 있다. 교계 역시 마찬가지다. 내란 사태는 저항하는 시민의 힘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전광훈·손현보 목사를 중심으로 한 극우 세력의 급부상을 불러오기도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극우적 목소리를 낸다고 지탄받던 개신교계는 이 사태를 중심으로 더욱 똘똘 뭉쳤고, 강력한 세를 형성했다. 교계 연구자들은 한국 사회 극우화의 핵심 세력이 된 개신교 집단을 분석하고 성찰하는 자리를 만들어 논의에 나서고 있다.
성공회대 신학연구원(신익상 원장)도 이러한 흐름에서 '극우 논쟁'이라는 제목으로 제3회 우촌인문신학아카데미 좌담회를 열었다. 11월 21일 서울 중구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극우 개신교 현상을 되짚고 과거를 반성하며,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과제가 무엇인지 확인했다. 행사를 주관한 신익상 원장은 "1년 전 있었던 일을 그대로 남겨 두지 않고 계속 대화해서 새롭게 되살아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역사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극우주의와 대형 교회 현상을 추적 연구해 온 김진호 이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는 극우 개신교가 결집한 과정을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로 해석했다. 그는 순환하며 불협화음으로 이어지는 연주 기법인 이 개념을 가져와, 파시즘적 정치 현상인 '열광주의'를 이용해 전광훈 목사가 아웃사이더에서 핵심 극우 스피커로 올라선 과정을 설명했다. 김 이사는 전 목사와 태극기 집회에 모인 대중이 상호작용하며 악순환을 반복, 증폭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이사는 극우 세력 결집에서 '강남 후발 대형 교회'의 역할도 지적했다. 강남 부유층을 기반으로 한 파워 엘리트들의 네트워크였던 후발 대형 교회는, 세대가 지나면서 세습과 비리 등으로 그 세가 줄어들었다. 이로 인한 위기감이 교단 정치와 교회 연합 정치를 만들었으며, 이는 아스팔트 우파의 탄생까지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배덕만 원장(기독연구원느헤미야)은 미국과 한국 극우 개신교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한미 양국 극우 기독교가 어떻게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왔는지 설명했다. 배 원장은 양국 개신교인을 잇는 매개는 '근본주의'라고 했다. 성서무오설과 세대주의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발생한 근본주의가 한국 극우 개신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극우 세력이 결집하는 계기로 삼는 '혐오', '타자화' 역시 미국과 한국 사례가 유사하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2000년 이후) 세습, 성폭행, 배임·횡령 등으로 한국교회는 내홍을 겪고 비난의 대상이 되며 존재론적 위기에 빠지게 됐다. 그때 들고나온 새로운 카드가 '혐오'였다. 동성애자 혐오와 차별금지법 반대 투쟁의 끝자락에서 가장 성공을 거둔 사람이 전광훈이다. 그는 탄핵 국면을 주도했고 서부지법 난동까지 이어졌다"며 "미국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나타났다. 위기감을 느꼈던 기독교 우파가 2016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당시)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코너에 몰린 이유를 이슬람, 여성, 흑인, 외국인에서 찾았고 기독교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내세우며 트럼프를 메시아로 추앙했다. 이후 재선에 실패하자 의사당을 전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2부에는 발제자를 비롯해 정경일 교수(성공회대), 한국기독교교양학회 부회장 김학철 교수(연세대)가 토론자로 나섰다. 진행을 맡은 신익상 원장은 한국 전체 극우 비율과 개신교 내 극우 비율이 비슷한데 왜 전광훈·손현보 목사가 탄생했는지 물었다.
김진호 이사는 "전광훈은 부흥사 출신이다. 집회에 가 보면 메시지는 빈약하지만 음향이 주는 영향력은 굉장히 강하다. 소리가 일으키는 효과가 전광훈을 극우 매개자,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봤다.
정경일 교수는 대형 교회가 배경이 되었기에 전광훈·손현보 목사가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 교회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으면 새로운 사람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정 박사는 "금란교회 없이 전광훈 목사가 있을 수 없었고, 손현보 목사도 대형 교회들이 10·27 연합 기도회에서 지지하며 부각됐다. (전광훈·손현보 두 사람은) 엘리트 그룹과 대형 교회들의 사회적 지배 욕망 가운데 선택받았다. 두 사람이 물러나도 누군가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런 점에서 대형 교회 현상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패널들은 개신교 극우 현상 극복 방안과 극우가 아닌 대다수 교인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전하기도 했다. 김학철 교수는 "한국교회의 특성과 구조를 밝히는 연구는 계속 진행해야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오늘처럼 많은 분과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라도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호 이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할 때 극우 파시즘이 더 강화한다며, 한국도 온라인 확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회 청년들 사이에서 전광훈을 혐오하는 분위기도 있다. 만약 찰리 커크 같은 사람이 등장했다면 (청년들이) 오프라인으로 모이는 데 용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온라인 세력이 오프라인과 연결되는 관계를 연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평등한 사회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도 계속해서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개신교 중심 리더는 극단적이고 보수적인 입장이지만 곳곳에 탈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성직자와 교인, 활동가들이 있다.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 사회에서 소수자 인권을 위해 굉장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게릴라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여전히 사회에 대안은 있다"고 말했다.
배덕만 교수는 극우 집회에 참석하는 교인들을 이해하려면 우리가 먼저 대화와 소통에 나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배 교수는 "기회가 되면 광장에 모인 분들과 목회 상담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들에게 틀렸다고 하기 전에 왜 화가 났는지 이야기를 들어 주어야 한다.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의외로 제3의 돌파구가 생길 수 있다. 우리 중 누군가가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