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헬드 에반스·제프 추 <온 마음 다하여>(바람이불어오는곳)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믿음의 반대말은 의심이 아니라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아닐까 싶다. 믿음은 어느 한 지점에 머물러 있는 마음 상태가 아니다. 신앙하는 대상을 향하여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고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마음을 의미한다. <온 마음 다하여>(바람이불어오는곳)는 믿음의 여정을 걸으며 회의와 갈등을 반복하는 기독교인들을 위로한다. 이 책을 쓴 레이첼 헬드 에반스(1981~2019)는, 온 마음을 다하여 믿는다는 건 굳은 확신을 갖고 흔들림 없이 신앙을 지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취약함을 인정하고 회색 지대를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작가, 강사, 블로거로, 전통적인 신앙에 관한 질문과 갈등을 솔직하고 따뜻한 글로 풀어내 대중에게 많은 사랑과 지지를 받아 온 인물이다. 그가 남긴 메시지는 보수적인 권위에는 도전으로, 교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는 연대와 지지로, 믿음과 교회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영감으로 비쳤다고 평가받는다. 지금까지 <헤아려 본 믿음>· <다시, 성경으로>(바람이불어오는곳),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비아토르), <교회를 찾아서>(비아) 등을 썼다.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믿음을 향한 저자의 생각을 담았다. 레이첼 헬드 에반스는 자신이 전통적으로 배워 온 신앙의 개념을 성찰하고, 믿음은 확실성을 고수하는 게 아니라 신비 속에서도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2부에서는 죽음, 광야, 원수 사랑하기, 안식 등을 다루며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보여 준다.
사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저자가 있다. 레이첼 헬드 에반스의 오랜 친구 제프 추다. 저자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제프 추가 그가 남긴 원고를 모아 레이첼의 목소리로 책을 완성했다. 이외에도 이 책은 남편 댄의 편지, 제프 추가 쓴 서문, 레이첼의 간증문, 본문 뒤의 나디아 볼즈웨버의 추도문, 김기석 목사의 편지를 함께 실어, 저자의 삶과 비전을 다시 살려 내고 있다.
"절대적 진리가 존재한다면, 나는 그것이 바람에 좀 더 가깝지 않을까 상상한다. 바람이 부드러우면서도 간접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일깨워 주듯 말이다. 우리는 바람이 어떻게 수선화를 살며시 흔들어 봄날의 춤을 추게 만드는지 본다. 우리는 바람이 어떻게 갈매기의 공기역학적 날개와 인사하면서 그 새를 하늘 높이 솟구쳐 오르게 하는지 안다. 우리는 수영장에서 나올 때 우리의 젖은 몸을 스쳐 가는 바람의 차가운 입김을 느끼고, 끔찍하게 후덥지근한 날 바람이 없어 바짝 마르고 생명의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어떤 것인지 안다. 그러나 그 바람을 병에 담아 놓거나 길들일 수는 없다." (4장 '모든 것을 아는 사람에서 해방되기', 93쪽)
"스페인 소설가이며 지식인인 미겔 드 우나무노는 이렇게 썼다. '어떠한 마음의 열정도 없이, 정신의 고뇌 없이, 불확실함 없이, 의심 없이, 심지어 자신의 위로 속에 섞여 있는 절망의 요소 없이 자신이 하나님을 믿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한 개념을 믿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확실성은 믿음이 아니다. 그리고 믿음은 자신에게서 터져 나오는 질문을 막지 않는 겸손을 특징으로 하며, 이는 결점이 아니라 자신의 인간성을 인정하는 일이다." (4장 '모든 것을 아는 사람에서 해방되기', 100쪽)
"우리는 하나님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습니다. 아는 것을 바탕으로 하여 모름을 두려움이 아니라 신뢰로 대하는 것이 믿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 또한 인식의 장벽에 부딪혔지만 하나님에 대한 신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언어는 하나님 경험을 오롯이 담아낼 수 없습니다. (중략) 하나님 체험은 이야기를 통해 어렴풋이 드러낼 수는 있지만 개념을 통해 온전히 파악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확실함을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그 용기는 타자들과 소통하고 배우려는 태도인 개방성과 연결됩니다." ('레이첼에게', 264-26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