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베유, <신을 기다리며>(복있는사람)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프랑스 사상가이자 노동운동가, 레지스탕스 활동가였던 시몬 베유(1909~1943)가 품은 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담긴 책.
시몬 베유는 1930~1940년대 유럽을 휘몰아치던 전쟁의 광기를 온몸으로 버텨 낸 인물이다. 그는 공장 노동자와 농부들과 일하며 그들의 고통을 경험하고, 스페인 내전 당시 무정부주의자 부대에 가담했다. 나치 점령 시절, 그는 프랑스를 탈출한 뒤에도 레지스탕스를 지원하는 등 34년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격동의 시대에 몸을 던졌다.
<신을 기다리며>(복있는사람)는 시몬 베유가 영적 지도자이자 친구인 조제프 마리 페렝 신부에게 보낸 편지 6통과 에세이 5편, 그리고 부록에 실린 편지 세 통으로 구성됐다.
그가 무수한 폭력과 불의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였다. "진리를 갈망한다는 건 현실과의 접촉을 갈망하는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베유는 끔찍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그의 고민과 성찰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목적지란 다름 아닌 십자가입니다. 제게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질 자격이 주어지지 않을 거라면, 적어도 회개한 도둑의 십자가라도 지고 싶습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인물들 중 그리스도를 제외하면 저는 이 회개한 도둑이 누구보다 부럽습니다. 그리스도 곁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동일한 상황에 놓인다는 건, 영광에 싸인 그리스도의 오른편에 앉는 것보다 훨씬 부러운 특권처럼 보입니다." (3장 '출발에 대하여', 49쪽)
"신의 자비는 기쁨에서나 불행에서나 똑같이, 어쩌면 그 이상으로 드러나 보입니다. 신의 자비이기에 인간의 자비와는 전혀 닮지 않았거든요. 인간의 자비는 오로지 기쁨의 선사에서 드러나거나, 아니면 육신의 치유나 교육 같은 외적인 결과물을 위해 가해진 고통에서만 드러납니다. 그러나 신의 자비를 증명하는 것은 불행의 외적인 결과물이 아닙니다. 진정한 불행의 외적 결과물은 대부분 부정적이에요. 그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면 거짓말을 하는 셈이지요. 실제로 신의 자비가 빛을 발하는 건 바로 그 불행 안에서입니다. 그 맨 밑바닥에서, 위로받을 길 없는 쓰라림 한복판에서입니다." (6장 '마지막 생각들', 9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