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책]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 죄, 참회, 구원에 관하여>(비아)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교회 강단에서 '죄'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보속, 회개, 참회와 같이 우리를 어딘가 불편하게 만드는 말들과 함께. <잃어버린 언어를 찾아서 - 죄, 참회, 구원에 관하여>를 쓴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중심을 차지했던 개념들이 현대 사회에서 잊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은혜, 기쁨, 복 같은 긍정적인 말만 통용되는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오늘날 교회가 잃어버린 신앙의 언어를 되살린다.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성공회 사제이자 신학자, 문필가로, 미국 베일러대학이 선정한 최고의 설교자 중 한 사람이다. <뉴욕타임즈>가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현대에서 종교 언어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가는 현실을 고민하고, 종교적 개념을 대중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글을 써 왔다. 주요 저서로 <어둠 속을 걷는 법>(포이에마), <세상의 모든 기도>(함께읽는책) 등이 있다.
사람들이 통상 '죄'를 대하는 접근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규칙을 어긴 범법 행위' 혹은 '불완전한 세상에서 얻은 질병'이다. 저자는 이 두 가지 모델, 즉 법률 모델과 의학 모델의 정의와 한계를 설명하고, 죄의 속성을 인간 실존 문제와 연결한 '신학 모델'을 제시한다.
이 모델은 죄를 단순히 규칙 위반이나 병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단절과 균열로 이해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우리는 죄를 '선택'할 수 있고, 그 결과는 단절, 소외, 고통이다. 그렇지만 그게 끝은 아니다. 비록 쓴 약을 먹는 것 같은 고통이 따르지더라도 인간은 참회를 선택할 수 있고, 하나님과 이웃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죄는 역설적으로 "우리의 소망"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가 '죄'를 감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온전함을 향한 이 거룩한 소명을 숙고할수록 나는 우리 대부분이 너무 쉽게 소망을 포기해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이, 또 이 지구에 사는 우리가 모두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소망 말이다. 온전한 삶으로의 부르심을 깊이 새기지 않은 채 그저 하느님께서 모든 죄를 용서하셨으니 우리가 할 일이 더는 없다고 곧바로 믿어 버리는 것은 그분이 우리가 돌이키기를 바라시고 이를 지지하며 기다리고 계신다고 믿는 것보다 훨씬 쉽고 편한 일이다. 그러나 무엇을 용서받아야 하는지, 어디서 돌이켜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어떻게 용서받고 돌이킬 수 있을까? (들어가며, 16~17쪽)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문제는 질병도 범법 행위도 아닌 죄다. 이 죄는 개인의 문제이면서 인류라는 종의 문제이고, 우리의 실존적인 불안과 관련된 문제이면서 우리가 고의로 저지르는 잘못된 행위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가 죄를 지을 때 하느님과 우리가 맺은 관계, 우리가 서로 맺은 관계, 우리와 전체 피조세계와 맺은 관계는 깨어진다. 우리는 떄로 그러한 관계의 균열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균열의 덫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어느 쪽이든 우리에게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장 '죄, 우리의 유일한 소망', 8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