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클린 E. 랩슬리 <이것도 하나님 말씀인가?>(도서출판100)
[뉴스앤조이-박요셉 사역기획국장] 성경을 읽다 보면 그 안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이 등장할 때가 있다. 성차별, 가부장적 질서, 폭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현대 그리스도인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기 쉽다. 사람들은 새로운 해석 모델을 찾거나, 성경의 권위를 거부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도 하나님 말씀인가?>는 이런 문제 앞에서 우리가 성경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저자 재클린 E. 랩슬리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을 모두 긍정하면서 성경 전체에 다가가는 방법을 안내한다.
재클린 E. 랩슬리는 프린스턴신학교에서 25년간 구약을 가르쳤다. 그는 여성 최초로 학장을 역임하고, 지금은 유니언장로교신학교 211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장을 맡고 있다. 문학 이론, 윤리학, 신학적 인류학 젠더 이론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 성경 해석과 교회 담론에 통찰을 제시해 왔다.
이 책은 여성을 의미심장하게 다룬 구약 네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버지의 물건을 훔치는 라헬, 사사기에서 살해당하는 여성과 이후 이어지는 또 다른 폭력 사건들, 권력에 지혜롭게 저항하고 구원의 기폭제를 마련한 출애굽기 여성들, 항의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 주는 룻기의 나오미가 그 주인공이다.
페미니즘 관점에서 성경을 해석할 때 저자가 취하는 방법은, 이 책의 부제처럼 '세미한 소리에 귀 기울이기'다. 비록 성경은 가부장적 질서를 강하게 드러내지만, 가부장적 텍스트라고 '결정'됐다고 보기 어렵다. 그 안에는 적지만 분명히 여성들의 저항하는 목소리가 함께 담겨 있다. 수고스럽고 힘든 일이지만 지금까지 성경 안에서 음소거 된 여성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대항 전통'을 찾는 힘을 갖게 하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쓴 목표다.
그래서 내레이터의 안내에 교묘한 뉘앙스가 있거나(사사기 19-21장이나 룻기처럼), 여성의 목소리가 표면 밑에서 속삭이거나(창세기 31장이나 룻기처럼), 윤리적 성찰을 위해 재현된 내러티브 세계에 여성의 가치가 조용히 반영되어 있어도(출애굽기 1-2장이나 룻기처럼) 천만뜻밖은 아니다. 성경은 판단하고, 결정하고, 확정하고, 해석할 수 있는 독자를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가 그 열매를 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이 주신 지성을 모두 사용하여 읽을 것이라는 희망과 신뢰 속에서 우리에게 제공된다. (1장 '서론: 속삭이는 말씀', 46쪽)
마지막으로, 나는 이 이야기를 읽는 여성들이 젊은 여인에 대한 학대 묘사가 자신들의 경험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경험은 여전히 무수한 여성에게 먼 이야기가 아닐 뿐더러, 계몽되었다고들 하는 서구를 포함하여 지구 곳곳에서 무서우리만큼 현실적이다. (중략) 이스라엘의 더 큰 이야기 가운데 이 이야기는 공동체의 삶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법이 완전히 부재한 최악의 지점을 보여 준다. "모든 사람이 각기 자기의 눈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라는 말로써 말이다. 이는 단순히 다가올 군주제 확립을 위한 프로파간다가 아니다. 그보다도 이 이야기는 - 폭력에 관한 명제들 또는 철학적 논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 이야기에 몰입함으로써 윤리적으로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3장 '차분한 안내자: 사사기 19-21장에서 내레이터의 관점에 주목하기', 14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