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에이티드 칼럼] 비대면-온라인 예배로의 전환과 개신교 내 진짜 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한국교회가 '비대면-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것을 더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처음보다 충격과 혼란은 줄었지만, 현실은 기술적 차원에서 응급조치를 취한 수준에 불과하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응급 구호가 우선이다. 하지만 거기서 멈춘다면 제2·3의 재난에 대비할 수 없다. 재난 원인을 분석하고, 구조적 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초기 화두는 두 가지로 분류되었다. 하나는 당장 비대면-온라인 예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술적 논의이고, 다른 하나는 온라인 예배가 과연 '온전한'(?) 예배인가에 대한 염려 섞인 논쟁이다.

이제 비대면-온라인 예배는 '새롭지만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비대면을 상징하는 언택트 시대가 되면서 온라인 예배는 물론 온라인 교회를 향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교회에 대한 기술적 간극이나 신학적 논쟁은 시간을 두고 해결될 문제이지만, 정작 한국 개신교회가 놓치고 있는 것은 바로 상징의 실종·타락이다.

이 글에서는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이미 노후하고 배타적이거나, 심지어 세속적이기까지 한 상황 가운데, 한국교회는 무엇으로 '거룩함'을 드러내고 소통할 것인가를 다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비대면-온라인 예배로 전환하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마주하는 개신교회의 '진짜 위기'를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보고자 한다.

1. 신학적 논의·합의가 이뤄질 구조가 존재하는가?

먼저, 첫 번째 위기는 한국교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과 그에 따른 새로운 문제들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론장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온라인에서 성만찬이나 세례식이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은, 이전에는 다뤄진 적이 없는 '새로운 기준'(new normal)에 관한 것이다. 뉴노멀은 금융계에서 먼저 사용하던 개념이지만, 과거 비정상적이던 것이 현재에는 정상적인 기준이 되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비대면-온라인 예배로의 전환과 여기서 발생하는 신학적 질문들은 이전에는 제기된 적 없었거나 혹은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다루려면 충분한 신학적 논의와 더불어, 그것을 공론화하고 정상화(혹은 규범화·교리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의 질문은 우리에게 이런 시대적 과제를 적절히 다룰 만한 신학적이고 공동체적인 의사 결정 구조가 있는가이고, 있다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보여 준 모습은 이런 기구가 부재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 교단 및 연합 기관은 진지한 신학적 성찰이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려고 하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그것도 정치적인 입장을 주장하기 바빴다. 이런 혼란을 틈타 일부 극우적인 교회들은 정부의 방역 지침에 맞서 대면 예배를 고집하다가 집단감염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세속 언론 및 일반 대중은 한국교회가 왜 그토록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하거나 답답해하는 반응이었다. 정치적 이유로 현 정부에 반대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면 좀 더 이해가 갔을지도 모르지만, 일부 교회 및 교인들은 대면 예배만이 마치 진짜 예배인 것처럼 믿고 행동했다.

이런 모습을 보는 일반 시민은 기독교를 공익(방역)을 무시하면서까지 사적 모임(종교 행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집단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모든 교회가 하나의 일관된 견해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코로나19 위기 속 비대면-온라인 예배 논란 과정을 지나는 동안 한국교회는 진지한 신학적 성찰, 합리적 토론, 일관된 대응 그 어떤 것도 보여 주지 못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예배로의 전환은 많은 사람에게 온라인 예배가 '진짜' 예배인가 하는 질문을 낳았다. '진짜 예배'라는 프레임은 반대로 '가짜' 예배가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예배의 진위를 판단할 근거를 필요로 한다. 온라인 예배가 진짜 예배인가 판단하는 기준을 '온라인-오프라인' 혹은 '비대면-대면' 등의 예배 형식에 근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과연 예배 형식이 진짜 예배와 가짜 예배를 구별할 기준이 되는가?

이번 연재의 지난 글들에서 볼 수 있듯이, 예배는 다양한 미디어에 의해 매개되는 소통의 장이다. 초월적 존재와 종교적 경험, 믿음과 의미 체계의 형성은 신학이나 교리와 같은 관념적이고 형이상학적 영역의 전유물이 아니다. 오히려 예배 현장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매개체들(예배당, 설교자, 교인, 제단과 상징, 영상과 음향, 스크린과 플래카드 문구들까지)에 따른 직간접적인 소통의 경험을 통해 형성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이번 기획 연재의 필자들은, 온라인 예배라는 형식이 '진짜'인가 의심 어린 눈빛과 저항감을 드러내는 한국교회를 향해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이 오히려 그동안 개신교 예배 형식이 지닌 문제들을 드러내는 역설적 기회라고 본 것이다. 이 질문은 바쁘게만 돌아가던 예배들에 둘러싸인 채 잊고 있었던 질문,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논의로 우리를 이끌었어야 했다.

2. 목회자와 교인은 예배 주체의 변화를 열린 자세로 수용할 준비가 되었는가?

두 번째 위기는 한국교회가 온라인 교회로의 전환이 초래할 변화를 열린 자세로 수용할 준비가 되었는지와 관련한다. 비대면-온라인 예배는 기존 설교자 중심의 일방향적 소통 방식에 변화를 불러온다.

대면 예배에서 유지되던 집중력·통제력은 약화되고, 교인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거나 교인들의 의견이 좀 더 반영될 것이다. 내가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설교와 예배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아무도 보지 않는 환경에서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은 채 예배할 수 있게 된다. 비대면-온라인 예배가 대면-오프라인 예배보다 좋거나 우월하다는 말이 아니다. 둘 중 더 나은 예배 형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그럼에도 비대면-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은 점차 확대될 것이고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모든 예배는 아니더라도 상당 부분 대체 혹은 병행될 것이다. 오프라인 교회를 생중계하거나 인터넷에 옮기는 방식이 아니라, 가상공간에 기반을 둔 진짜 '온라인 교회'도 등장하고 늘어날 것이다. 적어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온라인 예배는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예배의 주체는 목회자 중심에서 교인들 개인의 능동적 참여가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변해 갈 것이다.

온라인 예배를 각 개인의 가정에서 드리게 되면, 예배당에서보다 집중력이나 집단적인 경험이 줄어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꼭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하며 몸은 예배당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와, 몸은 떨어져 있으면서 각자의 집에서 예배하지만 예배에 더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를 비교한다면, 어느 쪽을 더 진실한 예배라고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매우 단순한 비교이고, 목회자 시선에서 비대면-온라인 예배 형식은 통제력이 줄어드는 것이지만, 개별 교인에게는 그만큼 자신의 책임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경건한 예배당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화면으로 잘 예배하려면 이전보다 더 마음을 쏟아야만 한다. 예배의 주도권과 비중은 교인 개개인에게 더욱 부과될 것이다. 더 이상 그날의 '은혜'를 목사님의 '설교와 영발' 탓으로만 돌리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지 모른다.

예배에서 설교자 비중을 줄이고 교인들 참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비대면-온라인 예배가 그 중요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동안 설교자 중심, 목회자 중심의 예배 방식, 그리고 그 통제력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좀 더 진지하게 제기되어야 한다.

예배 속 교인이 관람객이 아니라 참여자(예배자)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 또한 새롭지 않은 문제이다. 소수가 독점적으로 보여 주는 예배가 아닌 모두가 참여하는 예배로의 전환을 달갑게만 보지 않을 교회도 존재할 것이다. 동시에 이런 변화를 교인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도 되물어야 한다.

일부 평신도 리더십 비중이 높은 교회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다수의 목회자 중심 교회에서는 비대면-온라인 예배가 불러올 혼란이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각 교회가 처한 상황에 맞는 처방이 필요하지만, 한국교회 미래가 밝으려면 교인들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무조건 '아멘'으로 반응하면서 목회자 말에 따르는 수동적 신앙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

3. 한국교회에 매력적인 상징이 존재하는가?

마지막 위기는 좀 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것인데, '비대면-온라인 예배에서 한국교회는 과연 무엇을 드러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비대면-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은 가상공간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물질세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다.

가상 세계 속 의미 전달이란,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사용하고 있는 기호와 상징 등을 차용하면서 이뤄진다. 따라서 비대면-온라인 예배로의 전환이라도 기존 한국교회가 지닌 종교적 상징이나 의미 체계, 경험의 틀을 크게 벗어날 수는 없다. 문제는 한국교회의 상징들이 아직도 충분히 매력적인가 하는 것이다. 한국교회 이미지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비대면-온라인상에서 어떤 '이미지'를 보여 줘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서 개신교인의 이미지는 이웃 종교들에 비해 유독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적 이미지의 타락은 기독교가 추구하는 거룩함을 재현하는 데 커다란 장애물이 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비대면-온라인 공간에서 더 심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에서 기독교 교양과목을 가르치는데, 이 수업 수강생 중 대부분이 비기독교인이거나 종교에 관심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학생들 반응은 대체로 유사하다. 자신은 기독교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기독교를 접한 적이 없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이지만, 쉽게 말해 기독교를 직접 경험하기도 전에 많은 학생이 언론/미디어를 통해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된다는 말이다.

교회가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했다면, 학생들 중 다수는 기독교를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어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실제 그러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 글에서 세속 언론이 기독교(종교)에 대해 어떤 기준과 평가를 가지고 보도하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비기독교인만이 아니다. 기존 교회에 실망해 교회를 떠난 젊은 세대와 '가나안 성도'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예배 형식은 크게 의미가 없다. 목회자 중심의 위계적인 소통 방식, 남성 중심 리더십, 개교회 중심의 편협한 신앙 교육, 위선적이고 배타적인 종교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핵심은 하나님의 거룩하심을 매개하는 한국교회라는 미디어의 타락, 즉 개신교 상징의 타락이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강조해도 그것을 전달하는 매체인 미디어가 변화되지 않는다면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 근본적인 위기는 결국 한국교회 자신인 것이다.

글을 마치며

기독교의 진리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증거되고 전달되고 형성되어 왔다. 쉽게 말해, 기독교는 수천 년 인류 역사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매개된 종교인 셈이다. 어떤 매개체(미디어)에 의해 매개되고 재현되느냐가 중요하지만, 그 과정 중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교회의 가장 중요한 상징은 교회 자체라는 사실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urn)의 시대에서, 비대면-온라인 예배와 실천은 한국교회 일정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예배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고, 교인 개개인의 능동적인 참여를 독려할 것이다. 긍정적 관점에서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잃어버린 것, '거룩한 공동체'로서의 상징을 회복해야만 한다.

오늘날 비대면-온라인 예배 속에서 드러낼 '거룩함'이란 무엇일까? 종교적 상징이나 시청각적 재현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필자는 비대면-온라인 예배로의 전환 속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세 가지 위기가 곧 다시 한번 개혁하고 변화해야 할 환부를 드러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획 연재를 통하여 살펴본 것처럼, 미디어란 단지 기술이나 매체 이상이며, 의미와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 역할을 한다. 종교와 미디어의 관계를 통해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면 기독교는 다양한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종교'이자, 동시에 다양한 의미와 가치 체계를 '매개'하는 미디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만일 코로나19 상황을 보내면서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외면을 받는다면, 그것은 미디어가 잘못 재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 내부의 문제일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세 가지 위기를 우리 자신을 성찰하고 변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김상덕 / 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공공신학, 평화, 미디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연구실장, 명지대학교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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