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가 최근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연말 대표회장 선거를 앞두고 회비 납부가 완료됐지만, 새로 선임된 임원들의 임원회비 등이 미납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직원 급여와 회관 임대료 지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기총 파행으로 내부 사업에 필요한 목적 자금까지 모두 소진됐다는 점. 총회회관 건립을 위해 모아 두었던 3억 원과 엄신형 목사가 대표회장 공약으로 내놓은 발전 기금 7억 원이 이사회 결의도 없이 모두 전용되었다. 한기총 23회 총회 감사 보고서에는 "회관 건립 기금은 목적 외 사용을 금하고 있으나, 총수입 금액이 절대 부족해 운영 자금으로 6억 원을 전용했다"고 되어 있다. 7억 원이던 회관 건립 기금은 작년 말 1억 4천만 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심지어 올해는 아예 임원회가 목적 기금 전용을 공식적으로 승인했다. 지난 3월 3일 열린 임원회에서 회관 건립 기금과 천안함 재건조 기금을 본부 경상비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발전 기금 등 거액의 목적 기금은 반드시 이사회 결의 후 집행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이 역시 전용에 해당한다.

지난해부터 별도의 수입이 없던 한기총은 재정난을 이유로 직원들을 강제 해임하며 '구조 조정'을 강행했다. "허리띠를 졸라매 선한 사업에 쓰겠다"는 뜻을 대외적으로 밝혔지만 지난해 한기총이 사용한 재정 내역 중에는 불합리를 넘어 불법적인 사례까지 발견된다.

한기총은 재정난이 뻔한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10월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해 총 6천만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공사비로 지출했다. 재정난을 이유로 직원은 해임하면서 내부 장식에 큰돈을 투자한 것이다.

한기총 사업이 아닌 곳에 돈을 사용한 일도 눈에 띈다. 한기총은 '<뉴스앤조이> 국제 출원'을 위해 671만여 원을 지출했다. 당시 한기총 사태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하던 <뉴스앤조이>를 표적으로 상표권 등록을 시도하면서 언론사 폐쇄를 꾀한 것이다. 더 심각한 점은 언론 탄압을 위해 현 대표회장이 시무하는 경서교회 박 모 장로에게 이 돈을 입금한 것.

박 장로는 이 돈으로 한국․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중국․호주 등 총 8개국에 <뉴스앤조이> 상표권을 출원하여 한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뉴스앤조이>가 활동할 수 없도록 했다. 국내 상표권이 '선출원 제도'에 의해 권리를 갖는다는 맹점을 악용했다.

이 과정에서 횡령 의혹이 발견됐다. 한기총에 대한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상표권 국제 출원을 신청했다면 이는 한기총 대표자의 명의로 해야 하지만, 한 개인에게 비용을 입금하고 개인 명의로 국제 출원을 했다. 결국 돈은 한기총이 내고 명의는 한기총과 전혀 무관한 경서교회 장로에게 돌아가는 '횡령' 혐의가 발생한 것이다. 예고된 재정난 속에서도 사적인 감정으로 한국교회 공적 자산을 사용한 셈이다.

홍재철 대표회장 취임 후에도 성대한 취임식을 연 한기총은 회원들의 외면 속에서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최근에는 임대료까지 미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있던 직원들마저 하나둘씩 퇴직하고 빈자리는 전·현직 대표회장의 측근 인사들로 채워져 한기총이 '사유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피해 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기총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교계 인사에 의하면 "재정 압박에 시달리는 한기총이 해외 모금이라는 탈출구를 찾고 있다"며 "아직 한기총 상황을 잘 모르는 해외 한인 교회가 대상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인사는 "남은 직원들 급여 지급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상적인 사업 전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나 한기총 재정국장 배인관 장로는 "임대료가 밀린 적도 직원 월급이 밀린 적도 없다"며 재정난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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