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트워크는 기도회를 한기총 사무실 앞 복도에서 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기총의 퇴거 요구와 경찰 신고로 건물 밖에서 3박 4일 동안 기도해야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손난로가 남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 해체를 위한 금식 기도회가 열린 기독교연합회관 앞에는 쓰지 않은 손난로가 남아 있었다. 날씨가 크게 춥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참석자들을 지지하거나 안타깝게 여긴 이들이 준 손난로가 워낙 많은 덕분이다. 12월 15일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금식 기도회 마지막 날, 남오성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따뜻한 은혜를 느끼며 행복하게 기도했다"고 했다.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네트워크)의 기도회가 늘 따뜻한 것은 아니었다. 한기총은참석자들을 건물 밖으로 내몰았다.

기도회 시작 첫날인 12월 12일, 네트워크는 한기총이 있는 15층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3박 4일 동안 금식에 참여하는 이진오 목사(교회2.0목회자운동)는 "기독교가 개독교 소리를 듣고 목사가 먹사 취급을 받는 게 현실이다. 한기총 해체를 통해 한국교회가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했다. 기도회에 참여하는 진실애 간사(새벽이슬)는 "이 자리에 같이 있지 못해도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한기총은 복도에서 나가 달라고 하며 경찰에 신고했다. 오전 11시경 경찰이 출동했고, 참석자들은 20여 분간 기도회를 한 후 1층 로비로 내려갔다. 1층에서는 건물 경비원이 나가 달라고 했다. 참석자들은 1층 로비에 자리를 깐 지 2시간여 만에 건물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들은 건물 밖에서 오후 기도회를 시작했다.

▲ 기도회 첫째 날에 길자연 대표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진오 목사 등 기도회 참석자 3인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와 항의했다. 한기총 관계자들은 서둘러 이들을 끌어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뜨거운 순간도 있었다. 기도회 참석자들과 한기총 해체 당사자들이 만날 때는 불꽃이 튀었다. 12월 12일 길자연 목사는 갑작스레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도회 참석자 중 구교형 목사(성서한국 사무총장) 등 3명이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세미나실에 들어왔다. 이들은 "한기총 해체하십시오. 금권 타락 선거 회개하십시오" 등을 외쳤으나 관계자들에 의해 곧 밖으로 끌려 나갔다. 기자회견장에 있던 한기총 관계자들은 "빨갱이", "젊은 새끼가…끌어내" 등 욕설을 퍼부었다.

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길자연 목사 면담을 요청했다. 하지만 길 목사는 응하지 않았다. 네트워크는 길 목사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길 목사에게 해명을 요구했지만, 길 목사는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자리를 피했다.

▲ 기도회 기간 중 가장 큰 불꽃이 튄 날은 12월 15일 한기총 임원회가 열린 날이었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한기총이 기자 출입을 막는 것에 항의하며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다. 이후 20여 분간 사무실을 점거하고 시위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 참석자들은 복도에서 임원회가 끝나길 기다렸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임원들을 향해 피켓 들어보이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가장 큰 불꽃이 튄 것은 12월 15일 한기총 임원회가 열렸을 때였다. 네트워크는 임원회에 의견을 전하고 항의하기 위해 한기총 사무실 앞에 있었다. 마침 그때 한기총 관계자가 한 기자의 출입을 막고 폭언하는 것을 보았다. 네트워크는 기자 출입 금지에 항의하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네트워크는 회의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 전후로 20여 분간 한기총 사무실을 점거하고 시위했다. 이들은 사무실 바닥에 앉아 "해체하십시오. 금권 선거 회개하십시오" 등 구호를 외쳤다. 사무실에서 나온 네트워크는 복도에서 회의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임원들을 향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홍재철 목사가 나올 때는 기자와 기도회 참석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소란이 일기도 했다.

기도회에는 3박 4일간 일부 참석자를 포함해 총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젊은이가 많이 왔다. 시험 기간임에도 기도회 현장을 찾은 대학생도 많았다. 박병훈 목사(유니온교회)는 "나는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평범한 목회자다. 한국교회 문제를 두고 기도하다가 이곳에 왔다. 현장에 나오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함께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금식해서 감사하다"고 했다.

네트워크는 기도회 이후에도 한기총 해체 운동을 활발히 할 계획이다. 남오성 사무국장은 교단의 탈퇴를 촉구했다. 남 사무국장은 "각 교단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 해체 후 대안을 묻는 분들이 많은데 먼저 해체하고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눈앞에 암이 있는데, 가능성을 따져 가며 암을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주의 말씀에 따라 썩은 지체를 잘라 내고 공의의 나라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주여, 이 죄인들에게 교회 개혁의 용기를 주시옵소서."

12월 15일 저녁 8시 30분, 네트워크의 공동 기도문 낭독 소리가 불 꺼진 기독교연합회관 앞에 울려 퍼졌다. 기도문 낭독을 마친 참석자들은 박수로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며 기도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 기도회는 매일 3번 열렸다. 저녁 기도회는 촛불을 켜고 했다. 평일, 추운 야외에서 열린 기도회에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이 기사는 종이 신문용으로 재작성한 기사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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