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금식 기도회 첫째 날. (사진 제공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
지난 12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간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금식 기도회'를 다녀왔습니다. 첫날 오전 10시 우리는 '한국기독교연합회관' 15층에 올라가 한기총 관계자들에게 기도회의 취지와 내용이 담긴 서한을 전달하고 사무실 앞 복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기총 관계자들은 동의할 수 없고, 불법이니 나가 달라고 요청했고, 우리는 기독교인의 일원인 목사와 성도들로서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한기총에 항의차 왔는데 너무 야박한거 아니냐며 버텼습니다. 급기야 한기총은 우리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도착한 경찰은 한기총 측에서 우리를 퇴거 불응으로 연행하라는 요청이 심하니 나가지 않으면 연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소동을 뒤로한 채 우리는 기도회를 열었습니다. 기도 이후 참가자들 간에 물리적 충돌을 하는 것은 덕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아 건물 1층 로비로 내려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공교롭게 로비에는 성탄 트리가 멋있게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트리 앞에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자 경비하시는 분들이 곤란해하며 퇴거를 요청해 왔습니다. 사실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안에는 기독교 단체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일반 회사나 단체들도 입주해 있으니 당연한 요청입니다. 또 실랑이가 벌어졌고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경비들이 한기총 쪽에 연락을 했으나 매몰찼고 오히려 경찰들이 중재를 해 주어 오후 1시까지 있다가 나가는 것으로 절충되었습니다.

▲ 기도회 첫날부터 한기총 관계자들과의 충돌이 일어났다. 처음 한기총 사무실 앞 복도에서 시작한 기도회는 한기총의 경찰 신고로 기독교회관 건물 로비로 장소를 옮겼다. 그 이후 경비들과 경찰의 퇴거 요청으로 건물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사진 제공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
오후 1시, 우리는 건물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바람이 차가웠고, 오가는 사람들에게  민망했습니다. 몸은 춥고 힘들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알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한 기자가 오후 2시에 길자연 목사 인터뷰가 잡혔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2시 10분 전 길자연 목사가 우리 앞을 지나갔습니다. 우리는 길자연 목사에게 금권 타락 선거와 이단 단체 영입을 회개하라고 외쳤습니다. 길 목사는 모른 척 지나갔습니다. 30분 정도 지난 후 우리는 기자회견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올라가자 한기총 관계자들이 와서 내려가라고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기자회견을 방해하지 않겠다. 기다렸다가 길자연 목사를 만나서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겠다. 면담 요청을 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한기총 관계자들은 막무가내였습니다. 나쁜 사람들은 이렇게 예의 바른 얼굴로 웃으며 나쁜 짓을 하는데 우리의 저항은 너무나 미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욕은 실무자들이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길자연 목사와 박중선 목사, 홍재철 목사와 같이 저 높은 자리에서 고고하게 있는 당사자들이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뛰어들어갔습니다.

앞문을 열고 길자연 목사를 향해 "교회를 강도의 굴혈로 만든 자가 어찌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말인가! 회개하라!" 소리치며 들어갔습니다. 길 목사 기자회견에 배석해 있던 '질서위원회' 수십 명이 달려들어 끌려 나왔습니다. 구교형 목사 등이 쫓아 들어와 실랑이를 하는 동안 나는 다시 뒷문으로 뛰어들어가며 "한기총 해체하라! 길자연 목사 회개하라!" 외치며 앞으로 나갔습니다. 그러나 중간 지점에서 잡혀 결국 끌려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들은 우리들에게 "빨갱이", "젊은 새끼들", "좌파들" "미친놈들" 등 갖은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한기총 사무실 문은 굳게 잠겼고 모든 출입이 통제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무실 앞에 앉아 길자연 목사가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직전 회장인 이광선 목사가 먼저 나왔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단 한 명의 직원도 그를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광선 목사에게 회개를 촉구하며 이야기를 하였는데 그러면서도 한편 참 권력 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어 길자연 목사가 20여 명의 호위를 받으며 나왔습니다. 우리는 길 목사에게 달려들어 승강이가 벌어졌고 대화를 요구했으나 공문을 보내라는 상투적인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바탕 폭풍이 지난 후, 우리는 다시 기도회 자리로 내려왔습니다. 자리에서 기도하며 오전 9시, 오후 12시 30분, 그리고 저녁 7시 30분 촛불 기도회를 이어 갔습니다. 앉아 있으면서 느꼈던 것은 이 건물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기총이 문제가 많다는 데 공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개 이런 시위나 집회를 하게 되면 야단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일관성 있게 지지하고 안쓰러워하시는 분들의 격려가 이어졌습니다. 심지어 경찰들,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원들도 자신도 기독교인인데 마음으로 지지한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야간 촛불 기도회 이후에는 근처 여전도회관 기도방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잠을 잤습니다. 덕분에 한기총 사무실 복도에 있었으면 상상도 못 할 따뜻한 방과 물을 누리는 호사를 했습니다.

▲ 건물 밖으로 나와 오전 9시, 오후 12시 30분, 저녁 7시 30분 촛불 기도회를 이어 갔다. 기도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한국기독교연합회관을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기총이 문제가 많다는 데에 공감한다는 것이었다. (사진 제공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
오전 8시, 우리는 다시 우리 자리로 돌아왔고 강추위에 옷깃을 여미며 출근하는 분들은 우리를 측은히 보며 종종 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3박 4일간 참 많은 분들이 기도회 동참을 비롯해 격려 방문을 해 주셨습니다. 일상의 자리로 인해 현장에 참여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분들의 따뜻한 격려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5일 목요일 오전 11시 한기총 임원회의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아침 8시 자리를 펴자마자 홍재철 목사와 7~8명의 어른들이 건물에서 나왔습니다. 조찬으로 모여 대책 회의를 하고 식사를 하러 가는 길인 듯했습니다. 1시간 정도 후 다시 그들이 들어갈 때 작은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우리는 임원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임원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15층 엘리베이터 앞에 피켓을 들고 섰습니다. 그런데 입구에서 한기총 관계자들이 나와 기자들의 출입도 막았습니다. 그냥 막는 정도가 아니라 막말을 하며 상스럽게 대했습니다. 황당해하는 기자들을 보며 우리가 나서 입씨름이 벌어졌습니다. <국민일보>, CTS 기자 외에는 못 들어가게 했답니다. 나중에 보니 이단 장재형이 운영하는 <크리스천투데이> 기자는 회의장에 살짝 들여보냈다고 합니다. 임원들이 한 명 두 명 들어가는데 기자들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 황당해서 우리는 한기총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습니다.

한기총에서는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경찰이 한기총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경찰을 밀고 들어갔습니다. 사무실 안쪽에 있는 회의장 문을 여니 10여 명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나는 다시 직원들에게 제지당했습니다. 그리고 안에서 문이 잠겼습니다. 우리는 회의장 앞에 앉았습니다. 한기총 관계자들은 카메라로 우리의 사진을 찍으며 고소·고발 운운했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재정국장이라는 목사인데 홍재철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경서교회에서 데려온 사람이랍니다. 경찰은 퇴거하지 않으면 연행한다고 강하게 명령했습니다. 우리는 연행하려면 하라고 버텼습니다. 11시가 되도 길자연, 홍재철 목사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절충이 되었습니다. 회의는 방해하지 않는다, 길자연 목사 등은 이 앞을 지나가고 우리는 물리력은 행사하지 않겠다 했습니다. 조금 후에 길자연 목사가 10여 명의 호위를 받으며 웃으면서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소리를 쳤습니다.

"한기총 해체하라! 길자연 목사 회개하라! 이단 받아들이는 한기총 회개하라!"

회의는 시작되었고 우리는 사무실 문밖에서 기다렸습니다. 오후 1시 회의가 끝나자 식사를 하기 위해 임원들이 나갈 때 다시 한바탕 폭풍이 일었습니다. 어떤 말을 해도 꿈적도 안 하던 길자연 목사는 내가 "도적질, 강도짓을 한 자가 어찌 한국교회를 대표합니까? 어찌 목사를 합니까?" 외치는 소리에는 "너무 심하지 않은가"라고 한마디 합니다. 나는 다시 "목사가 어찌 돈을 주고받아 직책을 살 수 있나. 한국교회를 강도의 굴혈로 만들었다. 회개하라!" 외쳤습니다. 홍재철 목사가 나올 때는 우리뿐 아니라 모든 기자들이 달려들어 뒤엉키는 바람에 더 큰 소란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임원회의장에 들어갔던 <크리스천투데이>의 회의 결과 보도를 보니 더욱 가관입니다. 이들은 이날 △4개 교단(개혁·고신·대신·합신) 행정 보류 유지 △통합 조성기·최삼경 목사, 백석 양병희 목사에 대해서는 '한기총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해당 교단에 총대 교체 요청 △다락방이 포함된 교단 영입에 대한 회원권 문제 없음 △한기총에 대해 비방 기사를 게재한다는 이유로 CBS, <들소리신문>, <뉴스앤조이>, <기독교보> 등을 출입 금지하고 우호적으로 보도하는 <국민일보>, CTS와는 업무 협약을 체결키로 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결정은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에 대해 이단 관련 혐의로 '질서확립대책위'에서 논의키로 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동원 목사가 한기총해체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는 기윤실 이사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단 한 가지 반성이나 회개의 내용이 없습니다. 한국교회가 한 줌도 안 되는 자신들로 인해 거룩성이 훼손되고, 하나님의 이름이 망령되이 일컬음을 받아도 누구 하나 돈, 권력, 명예를 포기할 마음이 없는 자들입니다.

3박 4일 동안 많은 방문자들 중 '방 집사'라는 페이스북 친구 분께서 일부러 찾아와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42살 평범한 가장이고 직장인이며 신앙인이었습니다. 방 집사께서 고린도후서 말씀 한 구절을 소개해 주었는데 거짓 선지자들에 대해 침묵하는 선한 그리스도인들을 책망하는 말씀입니다. 어찌 그리 현시대 우리의 모습과 동일한지요. 이 말씀을 소개해 드림으로 '한기총 해체를 촉구하는 금식기도회' 참관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격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주께서 우리의 허망한 싸움을 통해 합력해 선을 이루어 주시길 기대하며 기도드립니다.

"너희는 지혜로운 자로서 어리석은 자들을 기쁘게 용납하는구나. 누가 너희를 종으로 삼거나 잡아먹거나 빼앗거나 스스로 높이거나 빰을 칠지라도 너희가 용납하는구나(고후 11: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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