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설명 : 12월 15일, 한기총 임원회가 끝나고 홍재철 목사가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기도회 참석자들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있다.)

손난로가 남았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길자연 대표회장) 해체를 위한 금식 기도회가 열린 기독교연합회관 앞에는 쓰지 않은 손난로가 남아 있었다. 날씨가 크게 춥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참석자들을 지지하거나 안타깝게 여긴 이들이 오가며 준 손난로가 워낙 많았던 덕분이다. 12월 15일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금식 기도회 마지막 날, 남오성 사무국장(교회개혁실천연대)은 "따뜻한 은혜를 느끼며 행복하게 기도했다"고 했다.

기도회에는 3박 4일간 일부 참석자를 포함해 총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젊은이가 많이 왔다. 시험 기간임에도 기도회 현장을 찾은 대학생도 많았다. 박병훈 목사(유니온교회)는 "나는 어느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평범한 목회자다. 한국교회 문제를 두고 기도하다가 이곳에 왔다. 현장에 나오니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함께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금식해서 감사하다"고 했다.

한기총해체를위한기독인네트워크(네트워크)의 기도회가 늘 따뜻한 것은 아니었다. 뜨거운 순간도 있었다. 가장 크게 불꽃이 튄 것은 12월 15일 한기총 임원회가 열렸을 때였다. 네트워크는 임원회에 의견을 전하고 항의하기 위해 한기총 사무실 앞에 있었다. 마침 그때 한기총 관계자가 기자의 출입을 막고 폭언하는 것을 보았다. 네트워크는 기자 출입 금지에 항의하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네트워크는 회의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 전후로 20여 분간 한기총 사무실을 점거하고 시위했다. 이들은 사무실 바닥에 앉아 "해체하십시오. 금권 선거 회개하십시오" 등 구호를 외쳤다. 사무실에서 나온 네트워크는 복도에서 회의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임원들을 향해 피켓을 들어 보이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홍재철 목사가 나올 때는 기자와 기도회 참석자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소란이 일기도 했다.

▲ 기도회 참석자들은 사무실을 20여 분간 점거했다. 임원회가 열리는 회의실 앞에 앉아 임원들이 입장할 때 "목사님, 한기총 해체 하십시오" 등 구호를 외쳤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 시위는 임원회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회의를 마친 길자연 목사가 나오자 기도회 참석자가 길 목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네트워크는 기도회 이후에도 한기총 해체 운동을 활발히 할 계획이다. 남오성 사무국장은 교단의 탈퇴를 촉구했다. 남 사무국장은 "각 교단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 해체 후 대안을 묻는 분들이 많은데 먼저 해체하고 논의해도 늦지 않는다. 눈앞에 암이 있는데, 가능성을 따져 가며 암을 놔둘 수는 없다"고 했다.

"주의 말씀에 따라 썩은 지체를 잘라 내고 공의의 나라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주여, 이 죄인들에게 교회 개혁의 용기를 주시옵소서."

15일 저녁 8시 30분, 네트워크의 공동 기도문 낭독 소리가 불 꺼진 기독교연합회관 앞에 울려 퍼졌다. 기도문 낭독을 마친 참석자들은 박수로 서로에게 감사를 전하며 기도회 일정을 마무리했다.

▲ 기도회 마지막 날에는 간단한 기자회견을 했다. 임왕성 총무(새벽이슬)는 이날 열린 임원회에 기자 출입을 제한한 일을 두고 "얼마나 부끄럽기에 언론에 공개하지 못하느냐"고 했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 기도회 기간 내내 날씨가 비교적 따뜻했지만, 마지막 날 밤은 기운이 뚝 떨어졌다. 갑자기 닥친 추위 속에서 참석자들은 기도회를 마쳤다. ⓒ뉴스앤조이 김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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