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종결된 줄 알았던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 '성소수자 축복' 종교재판이 다시 살아났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박장규 감독)가 이동환 목사 재판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다. 경기연회 재판위원회 A반(박영식 반장)은, 심사위원회가 이동환 목사를 재기소했다며 재판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10월 5일 보냈다.

경기연회 심사위원회는 6월 초 이동환 목사가 퀴어 문화 축제 등에 참석해 동성애를 찬성·동조했고, 각종 인터뷰를 통해 한국교회를 비난했다며 '교회 모함·악선전' 혐의를 적용하고, 큐앤에이라는 단체를 설립해 '교회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혐의를 적용해 이동환 목사를 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심사위원 중 한 명이 고발인과 같은 지방회 소속이어서 제척 사유에 해당함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기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재판이 수차례 공전하자, 심사위원회는 7월 27일 자체적으로 기소를 취하했다. 재판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여 '공소기각' 결정을 내렸다. 

경기연회 심사위원회가 이동환 목사를 다시 기소했다. 이 목사 측은 끝난 사건을 되살려 절차를 어기고 위법하게 기소했다며 재판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경기연회 심사위원회가 이동환 목사를 다시 기소했다. 이 목사 측은 끝난 사건을 되살려 절차를 어기고 위법하게 기소했다며 재판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재판은 이렇게 끝나는 줄 알았으나, 심사위원회가 재기소를 결정하면서 부활했다. 심사위원회는 "공소기각 사유가 범과에 대한 문제가 아니고 절차상 하자이기 때문"이라며, 하자를 치유했으니 재판이 다시 살아났다는 이유를 댔다.

이동환 목사 측은 반발했다. 9월 초 기소를 앞두고 심문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던 이 목사는 이의 신청서를 냈다. 재판위원회가 공소기각으로 재판을 끝냈으면, 처음부터 다시 고소·고발 절차를 밟아서 해야 하는데 심사위원회가 끝난 사건을 되살려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심사위원회에 "또다시 기소한다면 이는 권한 남용이며 피고발인에 대한 중대한 권리 침해"라면서 "경기연회가 더 이상 교회 기능과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심사위원회는 끝내 이 목사를 9월 19일 다시 기소하고 재판에 회부했다. 위법하게 기소했다는 논란이 있지만, 재판위원회는 다시 사건을 받아 심리를 열기로 했다. 

앞선 재판에서 숱한 절차상 논란을 일으켰던 재판위원회는 이번에도 또 문제를 일으켰다. 재판 소환 날짜를 틀리게 통보한 것이다.

경기연회는 10월 5일, 이동환 목사에게 재판에 참석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 그런데 소집 일시가 "10월 5일(금) 오후 5시"로 적혀 있었다. 10월 5일은 발송일 당일일 뿐더러 금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이었다. 공문에는 경기연회 박장규 감독, 박인환 재판위원장, 그리고 이 목사 사건을 맡은 재판위원회 A반 박영식 반장의 이름과 감독 직인이 찍혀 있었다.

소환장에서 가장 중요한 날짜조차 제대로 적지 않아, 도대체 언제 출석하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던 이동환 목사 측은 황당해했다. 이 목사 측이 경기연회에 항의하고 연회 총무 이길복 목사에게도 항의했으나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연회에서는 날짜를 실수로 적었다며 10월 10일 수정 사항이 적힌 공문을 다시 보냈다. 그러나 재판이 열리기 전 최소한 7일 이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하고, 소환 일자를 10월 13일로 적었다.

날짜조차 틀린 공문이 발송됐다는 사실은 경기연회 박장규 감독이나 재판위원장인 박인환 목사도 모르고 있었다. 박인환 목사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재판위원회에 사건이 넘어왔다길래 나에게도 연락이 올 줄 알고 있었는데, A반이 그냥 알아서 한다고 전해 들었다. 내가 연회 재판위원장인데 왜 이렇게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마음대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황당해했다. 박 목사는 "이건 감독이나 경기연회 전체가 망신당하는 일 아니냐. (공문 작성 책임자인) 이길복 총무에게도 항의했다"고 말했다.

박장규 감독도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이런 일이 없도록 면밀하게 살펴보라고 얘기헀다. 몇 번 얘기했고,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도록 잘 좀 하겠다고 했다. 재판은 감독이 관여할 일은 아니기 때문에 재판위원에게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경기연회 총무 이길복 목사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회의록을 보고 공문을 만드는 건데 그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담당 사무원이) 단순 실수를 한 건 잘못이지만, 그다음 날 변호사님이 와서 수정을 했는데 이걸 가지고 책임을 따질 문제인가 싶다. 어쨌든 담당자와 서기가 사과를 했다"고 덧붙였다.  

경기연회가 10월 5일 보낸 소환장(왼쪽)에는 소환일짜가 10월 5일 금요일로 기재돼 있다. 이동환 목사 측이 항의하자, 경기연회는 그제서야 13일 재판이라고 정정한 공문(오른쪽)을 10일에 보냈다. 사진 제공 이동환

이동환 목사는 10월 13일 재판이 절차상 하자로 얼룩져 있다며 출석을 보이콧했다. 아울러 거듭된 재판으로 담임목사 직무가 정지되고 목회에 피해를 입고 있다며, 법원에 재판 절차 및 직임 정지 처분의 효력을 모두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지난 10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제기했다. 

이동환 목사 측은 신청서에 "이 재판은 애초에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도 절차가 정지되지 않을 경우 채권자(이동환 목사)로서는 출석을 강제당할 수밖에 없다"며 "교회 재판 결론이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것이고, 그 기간 채권자는 계속해서 위법한 재판 진행으로 인한 정신적·인격적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이로 인해 목회자로서의 업무 수행은 물론 생계에도 지장이 초래된다"고 썼다.

경기연회 재판에서 이동환 목사 변호인으로 함께하고 있는 황인근 목사(문수산성교회)는 17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그래도 감리회는 법과 원칙, 질서가 작동하는 곳이라고 믿어 왔는데 지금 일어나는 일은 비상식적이다. 이동환 목사가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절차만큼은 감리회가 정한 법과 질서 안에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연회는 10월 17일, 이동환 목사에게 또다시 소환장을 보내 10월 24일 재판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이 목사는 이 재판 역시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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