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주요 교단의 성소수자 차별법 현황을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올해 주요 교단 총회는 성소수자 인권 퇴행의 장이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의식 총회장)은 총회장 후보부터 목사 고시 응시자들까지 동성애에 대한 견해를 서면으로 제출하도록 결의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는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교육'을 빙자한 '반동성애 교육'을 받아야만 목회자가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전상건 총회장)은 기장 정체성과 선교 방향을 담은 '제7문서'에서 '성평등', '성적 지향' 등 용어를 문제 삼아 수정하도록 했다. 다른 교단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주요 교단의 성소수자 차별법 실태를 살피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교회를향한퀴어한질문 큐앤에이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11월 24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개신교 3개 교단 성소수자 차별법 및 제도 대응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린 토론회에는 국내외 목회자·교인 40여 명이 참여했다. 

예장통합은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교직원이 될 수 없다'(총회 헌법 시행규정 제2장 제26조 12항)는 법을 두고 있다. 이 밖에도 동성애자뿐만 아니라 동성애 옹호자까지 신학교 입학을 불허하고, 목사 고시를 응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2011년 미국장로교회(PCUSA)의 동성애자 목사 안수 결의 이후, 성소수자 이슈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6년 총회에서는 '동성애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동성애자·옹호자를 권징할 수 있는 법 제정안이 결의됐다. 이듬해 총회에서 동성애자 및 동성애 옹호자는 신학교 입학을 불허하고, 교회 직원 및 신학대 교직원이 될 수 없도록 헌법시행규정을 신설했다. 2018년 총회에서는 동성애자·지지자의 목사 고시 응시를 제한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엄기봉 목사(옥합교회)는 "미국장로교회의 동성애자 목사 안수 건으로 촉발된 성소수자 차별은 총회의 헌의안, 특별위원회 구성, 세미나 개최, 성명서 발표로 계속 이어져 왔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탓이다. 미국장로교회의 동성애에 관한 논의 과정과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은 생략한 채 '동성애는 죄'라는 낙인을 찍어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교단의 정책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신학교 입학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사상 검증을 반복하고 차별을 강요하는 현행 제도 아래서는 '차별하는 교회'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엄기봉 목사는 "목회자 후보생과 목사 안수를 기다리는 후배 교역자들이 안전하게 소신을 갖고 공부하고 목회할 수 있도록 선배 목회자들이 나서야 한다. 개인이 나서기 어렵다면, 뜻을 같이하는 교회와 평신도, 목회자들이 연합해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리회는 주요 교단 중에서도 가장 먼저 성소수자 차별법을 만든 곳이다.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 '동성 간의 성관계와 결혼'을 처벌하는 법(재판법 제3조 8·13항)을 두고 있다. 위반 시에는 마약법 위반이나 성범죄와 같은 범주인 정직·면직·출교의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실제 2019년 제2회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 기도를 한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는 이 조항에 근거해 정직 2년을 선고받았고, 지금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김은선 씨(성소수자축복기도로재판받는이동환목사대책위원회)는 "성소수자 차별법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동성애자보다 동성애 옹호·지지자를 때려잡으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결국 해석권을 쥐고 싶은 게 아닐까.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옹호·지지자로 낙인찍고, '우리와 같이 갈 수 없다'고 하면서 없애 버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들이 차별·혐오 행태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조직하고 이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 같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모이고, 반대 목소리를 내며 운동하고 있다. 거대하고 조직적인 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굉장히 막막하지만, 냉소하지 않는 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해 봤자 안 돼'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뭐라도 이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50년 후 내가 바라는 교회의 모습'을 적어보기도 했다. "교회 판 차별금지법 통과", "퀴어가 안전하게 다니는 교회가 큰 기대가 아니길" 등 문구가 적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참가자들은 '50년 후 내가 바라는 교회의 모습'을 적어보기도 했다. "교회 판 차별금지법 통과", "퀴어가 안전하게 다니는 교회가 큰 기대가 아니길" 등 문구가 적혔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장은 성소수자·지지자를 직접 처벌하는 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갈수록 보수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가 차별금지법 발의 환영 성명을 발표하자, 이듬해 12월 '한국기독교장로회소속목회자및평신도포괄적차별금지법반대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됐다. 2022년에는 성소수자목회연구위원회가 4년 만에 폐지됐다. 위원장 최형묵 목사는 '동성애 옹호 목회 활동' 등으로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이 고 임보라 목사 추모제 대관을 불허했다. 

김수산나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성소수자 문제에 진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기장 교단마저도 내부의 반동성애 세력이 적극적으로 조직·활동하면서 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교단 내 반동성애 세력에 대응하면 오히려 동성애 찬반 논쟁에 말려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저렇게 하다가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반동성애 세력이 점점 세를 불려 나가고 실제 영향력을 끼치면서, 조직적 대응에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제는 혐오·차별에 맞설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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