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찬성 및 동조' 혐의로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가 2023년 11월 30일 재판에서 한 최후진술입니다.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먼저 이 재판을 위해 시간을 내주시고 여러모로 애써 주신 재판위원님들께 감사와 위로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마도 재판위원님들 중에는 이 사람은 좋게 좋게 좀 넘어가지 왜 이렇게 절차를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지 못마땅하게 여기셨을 분들도 계실 줄로 압니다. 이 재판이 우리 감리회 내부적으로도 또 타 교단이나 일반 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최대한 명시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요청드렸던 것이니 혹여 불편한 마음이 있으셨다면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지난 2019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에서 축복식을 한 이후로 오늘까지 계속해서 재판이라는 상황 중에 놓여 있습니다. 제 삶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지역에서 작은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평범한 목사였고, 비록 적은 수의 교인이지만 그들을 사랑하고, 하나님께서 보내 주신 귀한 영혼이라 믿으며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해 목회하며 살아가기를 꿈꾸었습니다.

재판을 받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감내해야 하는 일임은 직접 경험하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재판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1000만 원이 넘는 기탁금들과 들여야 하는 시간들은 차치하고서라도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게 되더군요. 누군가의 적대감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 목사 직임을 정지당한 채 방치되는 교인들을 보며 기도밖에는 할 수 없다는 것, 점점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도 어찌할 수 없어 그저 함께 울 수밖에 없는 것. 다 재판을 겪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아픔들입니다.

참 얄궂습니다. 왜 이렇게 사람들은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동성애에 대해, 성소수자에 대해 이렇게나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까요. 이건 비단 우리나라만의 모습만은 아닙니다. 세계의 주요 교단들과 교파들에서 성소수자 관련 이슈는 과거 첨예한 문제였고, 가깝게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합감리교회(UMC)의 상황처럼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제가 워낙 송사에 휘말리다 보니 해외의 다른 교단들은 어떻게 이 문제에 대해 다루었는지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한국교회는 '동성애는 죄'라는 명제 하나만 가지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소돔과 고모라, 레위기의 말씀, 로마서 등에 나온 말씀들을 가지고 성경도 이를 증명한다고 주장합니다. 저 역시도 수차례 심사와 재판을 받으며 들었던 질문은 "그래서 동성애는 죄야 아니야", "동성애에 찬성이야 반대야" 같은 지극히 일차원적이고 폭력적인 질문들이었습니다. 이런 질문이 문제적인 건 '동성애'라는 것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수많은 층위의 답변을 그저 이분법적으로 잘라 납작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우리를 더 깊은 논의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들며, 서로 다른 이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앗아 버려 신앙적 성숙과 성화로 발전하지 못하게 합니다. 

해외의 사례들을 공부하며 발견한 건 상호 간의 존중과 인내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토론과 경청 그리고 숙의였습니다. 이미 성소수자 성도의 입교뿐 아니라 목회자 안수나 동성 결혼까지 인정된 유수의 해외 교단의 경우도 과거 어느 지점에는 지금 우리의 모습처럼 재판을 하기도, 징계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자성의 목소리들이 내부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짧게는 30년 길게는 70년 동안 신학적 토론과 논의를 거듭하며 지금의 모습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언젠가 우리 감리교회도 그런 날이 오리라 생각합니다.

2003년 4월 시조 시인을 꿈꾸던 한 청소년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육우당이라는 필명을 쓰던 그리스도인이었고 성소수자였던 그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발표한 동성애를 죄악이라 규정하는 내용의 성명서에 분노하였고 이내 깊이 상처받고 좌절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우리가 아는 그리고 알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교회의 차별과 혐오 어린 시선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과연 하나님께서는 이 피 값을 누구에게 물으시겠습니까.

저는 지난 2019년 인천 퀴어 문화 축제 축복식 이후로 재판을 받으며 한국교회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하고 있는 혐오적이고 폭력적인 모습들과 이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참 많이 보게 되었습니다. 목회자가 축복기도를 했다는 것으로도 이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공격을 당하는데 당사자들은 오죽할까 싶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지원하고 싶었고, 고립되지 않도록 곁이 되어 주고 싶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신다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단체가 큐앤에이입니다. 큐앤에이에서는 예배를 드립니다.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거기에는 남자도, 여자도 없습니다. 시스젠더도 트랜스젠더도, 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없습니다. 그저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존재요, 그리스도인이요, 예배자가 있을 뿐입니다. 이것의 어느 부분이 하나님 앞에 죄가 됩니까. 

올해 초 미국 전역을 달구어 놓고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 애즈베리 부흥 운동에 대해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이 운동은 애즈베리대학교 학내에서 열린 채플이 끝난 이후 열아홉 명의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기도를 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알려지자 오후에는 더 많은 애즈베리 신학생들도 합류하고 차츰 미 전역에서 모여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의 수가 2주 만에 7만 명에 이르러 많은 사람들이 이 일을 '애즈베리 대부흥'이라고 부르며 조나단 에드워드 이후의 최대 부흥 운동이라는 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에서 가장 비종교적이라던 Z세대에서의 부흥 운동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은 한국에도 화제가 되었고, "한국교회에 주신 도전"이라며 많은 기독 언론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앞다투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애즈베리 대학에 재학 중인 신학생, 엘리야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래와 같은 멘션을 남겼습니다. "지난 8일 동안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 여성들, 성소수자 학생들이 함께 (애즈베리에서) 찬양을 인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모두 자신들을 헌신하여 하나님의 보좌를 향하여 함께 나아갔습니다."

성령의 역사는 동성애자 이성애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성소수자 비성소수자를 가리지 않습니다. 모두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멘션 하나에 한국교회는 차갑게 식었습니다. 애즈베리의 부흥 운동이 "멈출 수 없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라고 보도하던 언론들과 교회들은 갑자기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였고, 사탄의 역사라는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성령의 역사를 방해하는 게 누구입니까? 

우리 감리회의 자랑스러운 창시자 존 웨슬리가 직접 작성한 <옥스퍼드 다이어리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존 웨슬리는 동성애 범죄로 기소된 토마스 블레어(Thomas Blair)라는 죄수를 도우러 보카르도 감옥에 갑니다. 그는 1732년 남색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웨슬리는 그를 적극적으로 섬겼습니다. 그에게 책을 읽어 주고, 그의 변호사에게 연락하고, 법률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사역은 교회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받았고 홀리클럽 회원들도 반대하였지만 웨슬리는 복음과 사회정의에 대한 열정 때문에 블레어를 계속 도왔습니다. 오늘 웨슬리가 한국 감리교회에 온다면 그는 이런 사역을 할 수 있었을까요?

어떤 분들은 "동성애에서 돌이키게 해야 한다", "동성애를 고쳐야 한다"라고 말씀합니다만, 동성애는 질병이 아닙니다. 정신병도 아닙니다.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많은 목사들이 이걸 고치겠다고 전환 치료라는 걸 시도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억압하여 더 아프게 만들었지요. 미국의 가장 큰 탈동성애 단체인 '엑소더스 인터내셔널'은 1976년 설립된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 250개 지부를 두고 그 밖에 17개국에 150여 개 지부를 가지고 있던 가장 큰 탈동성애 운동 단체이며, 동성애 전환 치료를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 2013년 6월 그동안 자신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사과하는 글을 발표하고 공식적으로 단체를 폐쇄하였습니다. 사과문에서 회장인 알란 챔버스는 자신들의 무지로 인해 동성애를 치료의 대상으로 여겨 왔고, 그 결과 성소수자들에게 도움보다는 상처를 주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동성애'라는 단어에 사회적 낙인과 혐오적 이미지가 덧씌워져서 근거 없는 불편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렇지만 동성애는 말 그대로 동성 간의 사랑을 의미합니다. 저에게 백날이고 앉혀 놓고 이야기해 봐야 저는 동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습니다. 여기 앉아 계신 재판위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동성에 대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이들에게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들이 이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낄 리는 만무합니다. 이건 지향이지 취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선택하거나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분들은 그냥 잘못 태어난 걸까요? 아니요, 하나님의 창조에 실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왜 왼손잡이가 있는지 모릅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창조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왜 게이와 레즈비언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창조된 것입니다.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목회자가 해야 할 일은 목양하는 것이고 포용하고 환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회로부터 차별/배제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교회가 피난처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고발인 측은 이런 이들과 이들을 돕는 이들까지 다 교회 밖으로 내몰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맡겨진 바 충성을 다해 하나님 앞에 나아오는 이들을 품어 안고 목회적 돌봄을 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늘 하나님의 뜻 안에서 사랑으로 막힌 담을 허물며 개혁을 거듭해 왔습니다. 예수님은 유대 종교가 죄인이라 낙인찍던 사람들에게 찾아가 친구가 되어 주셨고, 베드로는 보자기 환상을 통해 함께 식사조차 하지 않던 이방인에게 나아갔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듯 사도행전 15장의 예루살렘 공의회를 통해서는 당시 유일한 경전이자 말씀이었던 구약의 규례들을 이방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적용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성경 해석에 대한 놀라운 갱신이었습니다. 저는 성경은 진리요 우리 신앙생활의 표준임을 믿습니다. 그 성경에 담겨 있는 진리는 수천 년 전 문화와 세계관 속에서 기록되었으며 늘 시대에 맞게 해석되어 왔습니다. 그 진리의 말씀이 그 당시의 문화와 맥락에서 어떤 의미였으며 오늘에 어떻게 해석되고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공부하는 것이 신학이고요. 여기 있는 사람 중 그 누구도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문자 그대로 적용하여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하기에 웨슬리는 성서, 이성, 전통, 경험이라는 신앙의 중요한 네 가지 토대를 말한 것일 겁니다. 사도들에게서부터 시작된 개혁의 정신은 늘 교회를 새롭게 했습니다. 이 전통은 종교개혁자들에게 이어졌고 성경을 기반으로 주장한 천동설, 노예제 옹호, 여성 차별 등을 넘어서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성소수자에 대해 논의를 해 나아가야 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위원장님, 그리고 재판위원님들. 저는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공부하였고 감리회에서 안수를 받았으며 10년째 감리회에서 담임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감리교회를 사랑하고, 제가 감리회 목사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계속해서 감리회 목사로서, 존 웨슬리가 그랬듯, 신앙의 본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따라 신앙의 양심을 굳건히 하여 사랑과 환대의 목회를 해 나갈 수 있도록 부디 현명한 판결을 부탁드립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이 모든 인간적인 혐오를 이긴다는 것을 판결로써 증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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