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가 10월 25~26일 입법의회를 열고 교리와장정을 개정했다. 교인들의 참정권 확대, 여성 교역자의 기본권 보장 강화 등이 이뤄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가 10월 25~26일 입법의회를 열고 교리와장정을 개정했다. 교인들의 참정권 확대, 여성 교역자의 기본권 보장 강화 등이 이뤄졌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회·이철 감독회장)가 입법의회에서 여성과 일반 교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법을 제·개정했다. 감리회는 교단 헌법·법률인 교리와장정 개정안을 심의하는 입법의회를 10월 25~26일 강원도 고성군 델피노 리조트에서 열었다. 장정개정위원회(장개위·고신일 위원장)가 상정한 안건 대부분이 무리 없이 통과됐다. 

이번 입법의회에서는 △여성 △50세 미만 △교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몇 가지 법안이 입법의회 회원 대다수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먼저 총회 대표 목회자·교인 각각 15%를 여성 및 50세 미만으로 선출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자격자가 없어 선출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한다"는 문구가 달리기는 했으나, 종전 목회자 대표에게만 15% 의무 규정을 적용하던 것을 교인 대표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번 입법의회 회원 496명 중 여성 회원 비율은 13.3%(66명), 50세 미만 비율은 9.5%(47명)였다. 

감리회 본부 산하 각 위원회와 이사회에 여성을 의무적으로 2명 이상 배정하도록 법안을 개정하기도 했다. 본부 산하 위원회 및 이사회에는 각 연회가 교역자 1명, 교인 1명을 파송한다. 이번 입법의회에서는 이 가운데 여성 위원이 없을 경우 감독회장이 교역자와 교인 각 1명의 여성위원을 지명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원안은 '지명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었지만, 입법의회에서 '지명한다'는 강행규정으로 수정해 법안을 통과시켰다.

장로와 권사 중에서만 선출했던 연회 교인 대표 자격을 '집사'까지 확대했다. 종전에는 장로·권사 중에 자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교인 대표를 선출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입법의회 회원들은 성폭력 처벌 규정 강화, 여성 인권 관련 규정 강화 등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표결에 들어가면 80% 가까운 찬성표가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입법의회 회원들은 성폭력 처벌 규정 강화, 여성 인권 관련 규정 강화 등에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표결에 들어가면 80% 가까운 찬성표가 나왔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성범죄 및 여성 인권 관련 규정도 강화했다. 감리회는 성범죄를 명시한 조항을 "부적절한 결혼 또는 성관계(동성 간 성관계와 결혼을 포함)를 하거나 간음, 성폭력, 성추행 등 유사 성행위를 하였을 때와 상하 관계를 이용한 부적절한 성관계가 드러났을 때"라고 개정했다. 기존 조항에 '성추행'과 '상하 관계를 이용한 부적절한 성관계'라는 표현을 추가한 것이다. 수련목회자 등 진급 과정 중인 여성 교역자들에 대한 생리휴가 및 출산휴가 규정도 신설했으며, 임신·출산 중인 여성 교역자가 진급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규정도 제정했다.

반대 의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감리회 내에서 반동성애 활동을 하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탈퇴를 주장하는 한철희 목사(서천제일교회)는, 성범죄 규정에 성추행 및 위계에 의한 성폭력을 추가하는 안에 대해 "성범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상하 관계를 이용한 부적절한 성관계'라는 말은 굉장히 애매하다. 거짓으로 고발을 당하거나 몰려 피해를 입는 사안이 많다. 담임목사에 대해 불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이단이 악용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한 목사는 여성 교역자들에게 생리휴가와 출산휴가를 보장해 주자는 법안에도 반대했다. 그는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런 걸 의무로 넣어 놓으면 교회에서 여성 목회자 고용을 꺼릴 것 같다는 염려가 있다. 현실적으로 교회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인데 의무 조항으로 넣으면 여성에게 오히려 장기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반박이 이어졌다. 최호칠 목사(한마음교회)는 같은 지방회 소속이었던 수지선한목자교회(강대형 목사) 사건을 언급하며 "사회에서는 (성범죄) 의심 정황만 있어도 스스로 사퇴하는데 유독 교회에서만 사회 법에서 최종 판결을 받을 때까지 버틴다. 목회자의 품위를 지키고 최고의 도덕성을 지키자는 감리회의 의지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여성 교역자의 생리·출산휴가 법안에 대해서는 이헌 목사(생명나무교회)가 한 목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전형적으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발언"이라며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면 안 된다는 저런 해괴한 논리를 어디서 자꾸 얘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목사의 발언이 끝나자 총대들은 박수를 보냈다.

성폭력 규정 강화에 대한 법안은 찬성 330명, 반대 83명, 기권 1명으로 79.7%가 찬성했고, 여성 교역자 권리 보장 법안은 찬성 340명, 반대 71명, 기권 3명으로 82.1%가 찬성했다. 

반동성애 교육을 받아야만 감리회 목회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과정법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큐앤에이는 입법의회 장소 앞에서 이 조항을 부결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없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반동성애 교육을 받아야만 감리회 목회자가 될 수 있게 하는 과정법 개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큐앤에이는 입법의회 장소 앞에서 이 조항을 부결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법안에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없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입법의회에서는 반동성애 관련 법안도 다뤘다. 장개위는 준회원·정회원 진급 과정 시 양성평등 교육과 함께 '성경에 근거한 동성애 교육'을 이수하는 개정안을 냈다. 이 법안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를 두고 '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는 소셜미디어에 "단 한 사람만 반대 발언을 했더라도 투표를 했을 것이고, 반대표가 몇이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마음이 무너진다고 썼다. 

이밖에도 목회자의 전횡을 용이하게 하는 개악안으로 지적된 법안은 모두 부결됐다. 장개위는 "입교인 명부 정리는 정기 당회(장로교회의 정기 공동의회에 해당)에서만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삭제해 임시 당회(임시 공동의회) 때도 교적을 정리할 수 있게 하려 했다. 그러나 "목사가 1년 열두 달 당회 열어서 반대 교인들 제명하게 된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고, 표결 결과 찬성 130 대 반대 292로 부결됐다. 교회 재산 처리 등의 안건을 심사하는 구역회에 위임장 제도를 두어 참석자 수가 적어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게 하자는 개정안도, 찬성 13 6대 반대 252로 부결됐다.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를 중심으로 성폭력특별재판부 설치 및 성범죄 목회자 복권 금지 규정 현장 발의안이 올라갔으나, 장개위는 본회의에 넘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이를 기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감리회 양성평등위원회를 중심으로 성폭력특별재판부 설치 및 성범죄 목회자 복권 금지 규정 현장 발의안이 올라갔으나, 장개위는 본회의에 넘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이를 기각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번 입법의회에서는 성폭력전담재판부를 설치하고, 성폭력 목회자 복권 규정을 만들어 달라는 현장 발의안도 나왔다. 최소영 목사 등 200여 명은 교단 안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목회자 성폭력을 예방·대응하자는 취지로 현장 발의안을 냈다. 

감리회 선교국 양성평등위원회 또한 성범죄 전문 재판위원 선정 및 피해자가 조력를 받을 권리 등을 골자로 하는 '성폭력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과, "징역형 이상 처벌을 받은 성폭력 가해 교역자의 경우 복권할 수 없다. 그 외의 경우 아동·청소년 시설 취업 금지 기간이 지나고 가해자의 공개 사과와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졌음을 확인한 후 복권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성범죄 목회자 취업 제한 및 조건부 복귀' 규정을 논의해 달라고 했다.

현장 발의를 위해서는 18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했는데, 이 안건들에는 200명이 넘게 참여하면서 발의 요건을 충족했고,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장개위가 안건 자체를 상정하지 않으면서 논의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 장개위는 "재판위원회를 신설하는 데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다음에 더 자세히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성범죄 목회자 복권 규정을 상정하지 않은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이번 입법의회 최대 관심사였던 목회자 정년에 관한 안건 역시 장개위가 회의를 거듭한 끝에 기각을 결정하면서 본회의에서 논의하지 않고 마무리됐다. 감리회는 현재 정년 70세 은퇴 기산일을 3월 말일로 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만 70세 1개월이든 만 70세 11개월이든 모두 3월 말에 일괄적으로 은퇴한다. 

올해 6월 시행된 '만 나이 시행법'과 결부해 이를 개정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지만, 이것이 정년에 걸려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는 김상현 목사(부광교회)를 구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으며 장개위가 이를 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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