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기독교반성폭력상담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방인성·박유미)가 지난해 접수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을 분석한 결과, 전체 가해자 중 71.5%는 목회자·리더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반센이 2월 16일 공개한 '2022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센터를 통한 성폭력 상담 지원은 38건 이뤄졌고 피해자는 4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가해자 38명 중 27명은 목회자거나 교회 공동체에서 리더십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담임목사가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교역자 9명, 간사·리더·교사·선교사는 6명이었다. 일반 신자는 8건, 미상은 3건이었다. 

기반센이 접수한 사건 대부분이 물리적 폭력이나 협박보다는 영향력과 신뢰 관계를 악용해 벌어졌다. 아는 사이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이 대부분이었으며, 그중 목회자·리더와 교인 간 사건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신자 간 9건, 연인·가족 간 3건, 상사나 동료 간 2건, 기타 2건, 미상 3건이었다. 전체 사건 38건 중 피해자가 2인 이상인 사건은 5건(13.1%)이었다.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교단을 불문하고 일어났다. 가해자 소속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3건, 한국기독교장로회 3건,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과 기독교대한감리회,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각 1건, 기타 군소 교단 5건이었다. 또한 비교단(선교단체·학교·이단)에서도 6건이 발생했다. 나머지 10건은 미상이었다.  

피해자 성별은 모두 여성으로, 20대(13명)가 가장 많았다. 미성년자도 8명이나 있었다. 미성년과 20대 여성을 합치면 21건으로, 이들은 공동체 안에서 젠더 폭력에 가장 취약한 그룹으로 드러났다. 이 밖에도 40대 이상 9명, 30대 10명, 미상 7명이었다. 

피해 유형(중복 집계) 중 가장 많은 것은 강간(15건)이었다. 이어 성희롱 8건, 성추행 7건, 친밀한 관계 폭력이 3건 발생했다. 불법 촬영이나 통신매체를 이용한 사건도 3건 벌어졌다. 

2022년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접수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3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목회자·리더가 가해자인 사건은 27건이었다. 
2022년 기독교반성폭력센터가 접수한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38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목회자·리더가 가해자인 사건은 27건이었다. 

기반센은 이번 상담 통계에서 사회 법으로 실형을 받은 경우와 교단 징계 여부도 분석했다. 여기에는 이전에 접수했지만 작년까지 지원이 이어진 사건도 포함됐다. 전체 47건 중 형사 고소가 이뤄진 경우는 16건이었고, 이 중 11건은 작년에 유죄가 확정됐다. 형량은 벌금 800만 원부터 징역 7년까지 다양했다. 아직 재판 중인 사건은 3건, 불기소 및 기소 유예는 2건으로 드러났다. 

사회 법에서는 유죄를 선고했지만 교회나 공동체는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 기반센이 교단에 가해자의 징계나 해결을 요구한 사건은 20건이었다. 그중 가해자가 자진 사임이나 불분명한 이유로 사임한 경우는 8건,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은 경우는 3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진 경우는 1건이었다. 가해자가 견책·정직·해직·면직·제명 등 징계를 받은 사건은 8건(40%)에 불과했다. 

기반센 박신원 실장은 교회 내 성폭력 피해자들이 교회나 교단 내에서의 사건 해결과 가해자 징계를 원하지만, 가해자가 형사 고소로 실형을 선고받는 것보다 교단 안에서 치리를 받기가 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3월 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교단에 후속 조치를 요구했을 때, 성폭력 사건이라면 당연히 처리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했던 교단 관계자들도 결국 은폐하는 경우가 있었다. 사건을 접수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능력이나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는 걸 걱정하면서 성급하게 결정하거나 덮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피해자 중심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고 말했다. 

2022년 접수한 성폭력 사건 수는 38건으로 2021년 45건보다 소폭 줄었지만, 이 수치 자체로 교회 내 성폭력이 감소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박 실장은 "2018년 센터가 출범한 이후 상담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회 내 성폭력 사건 자체가 줄었다고 보기에는 미미한 숫자다. 외부 성폭력 단체 이야기를 들어 봐도 교회 성폭력 사건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반센에 지원을 요청하는 분들은 공동체 안에서 사건이 정의롭게 해결되고, 교회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분들이다. 특히 목회자 성폭력은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파괴적이기 때문에 공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게 피해자들의 요구다. 이 목소리가 끊어지면 교회의 자정 능력이나 정의로움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것"이라면서 "교단에서는 부족한 인식과 제도를 개선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또한 사건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혼자 남지 않도록 계속 함께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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