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장재형 목사의 영어 성경 매일 묵상.' <크리스천투데이>가 5월 1일부터 매일 연재하고 있는 칼럼의 제목이다. 재림주 의혹을 받아 온 장재형 씨는 <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이기도 하다. 수일에 걸쳐 설립자의 이름을 딴 칼럼이 나오고 있는데,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제목에 등장하는 '장재형 목사'가 누구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기사에는 필자 이름(바이라인)도, 장 씨에 대한 소개나 이메일 주소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이 칼럼들은 <크리스천투데이> 홈페이지에서 찾기가 매우 어렵다.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 나오지만, 정작 <크리스천투데이>에서는 이 기사가 분류된 '일반' 섹션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 칼럼들을 보기 위해서는 포털에서 검색하거나, <크리스천투데이> 홈페이지 검색창에 '장재형'이라고 검색한 후 다시 '최신순' 정렬 버튼을 누르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칼럼이 담고 있는 내용도 문제다. 제목과 다르게, 도저히 '영어 성경 묵상'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내용이 부실하다. 묵상 소재는 전혀 제공하지 않고, 성경 한두 구절을 선택해 NIV와 개역개정으로 올린 후, 여기에 나오는 주요 영어 단어를 소개하는 게 전부다. "clear: 깨끗한", "fire: 불" 등 있으나 마나 한 단어 소개도 올려 뒀다.

5월 1일부터 <크리스천투데이>에 '장재형 목사의 영어 성경 매일 묵상' 칼럼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칼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무런 내용이 없다. 작성자가 누군지, 장재형은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알 수 없다. 크리스천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5월 1일부터 <크리스천투데이>에 '장재형 목사의 영어 성경 매일 묵상' 칼럼이 올라오고 있다. 그런데 칼럼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아무런 내용이 없다. 작성자가 누군지, 장재형은 누구를 지칭하는지도 알 수 없다. 크리스천투데이 홈페이지 갈무리 

<크리스천투데이>는 2018년 11월을 끝으로 장재형이나 장재형이 설립한 단체들에 대한 홍보 기사를 쓰지 않았다. 그러다 약 3년 반이 지난 2022년 4월부터 장재형 관련 글을 다시 올리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에서 '장재형'을 검색하면, 5월 1일부터 연재를 시작한 성경 묵상 칼럼을 제외하고 4월 11일·18일·24일과 5월 13일 등 기사가 4건 나온다. 모두 장재형이 설립한 올리벳대학교나 유관 단체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작성된 기사다.

특히 4월 24일 발행된 ''장재형 목사 설립' 美 올리벳대학교, ABHE 연례 회의 참여' 기사는 이미 회의가 개최된 지 두 달이나 지난 시점에 나왔다. ABHE 75회 회의는 2022년 2월 16~18일에 열렸고, 올리벳대학교 홍보 페이지는 이 행사에 관한 보도 자료를 2월 19일 배포한 바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기사 내용과 사진은 모두 올리벳대 보도 자료와 유사하다. ABHE 75회 연례 회의가 플로리다에서 열렸고, 올리벳대학교가 주요 후원사라는 내용이다.

<크리스천투데이>가 다시 장재형 홍보 기사를 쓰기 시작한 2022년 4월은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가 장재형이 설립한 미국 올리벳대학교 기사를 보도한 시점이다. <뉴스위크>는 미국 국토안보조사국(HSI)과 리버사이드카운티 검찰 등이 인신매매, 노동 착취 등의 혐의로 지난해 올리벳대를 급습해 조사했다고 올해 4월 22일 보도했다.

이 보도가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뉴스위크>가 2013년 장재형 유관 단체에 인수됐기 때문이다. <뉴스위크> 공동 CEO 데브 프라가드(Dev Pragad)는 최근 올리벳 공동체를 탈퇴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종의 내부 고발인 셈이다.

<뉴스앤조이>도 지난해 미국 연방 정부 수사기관이 합동으로 올리벳대를 수색했다는 사실을 HSI와 검찰로부터 확인했다. 또한 프라가드가 올리벳과의 관계를 단절했고, <뉴스위크> 구성원들이 이번 프라가드의 결정을 지지한다는 사실 역시 확인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지난 3년 여간 장재형 또는 올리벳대학교에 관한 기사를 쓰지 않았다. 그런데 <뉴스위크>의 올리벳대 수색 보도를 전후로, 다시 이 같은 기사가 등장했다. 매일같이 올라오는 묵상 기사가 검색 상위 결과를 차지하고 있다. 다음 갈무리
장재형 유관 단체 홍보 지속해
예장통합 '이단 옹호 언론' 규정
재심 요청했지만 2018년에도 유지

장재형은 계속되는 재림주 의혹으로 2009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 94회 총회에서 '예의 주시', '경계'라는 이단 결의를 받은 인물이다. 그를 홍보하는 언론은 '이단 옹호 언론'으로 규정될 수 있고, 실제로 그를 옹호하는 데 앞장섰던 <크리스천투데이>는 '이단 옹호 언론'으로 규정돼 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장재형의 재림주 논란이 해소됐다는 기사를 수차례 썼고, 장재형이 설립한 올리벳대학교와 유관 단체를 계속 홍보해 왔다.

예장통합은 '이단 옹호 언론'에서 해제되려면 재심 요청일을 기준으로 3년간 이단 옹호 기사를 게재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천투데이>는 2017년 말까지도 계속해서 올리벳대학교 등을 홍보했다. 이 때문에 예장통합은 2018년 9월 103회 총회에서 "2018년 7월 현재, <크리스천투데이는> 이단 옹호 언론 해제를 위한 필요조건인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내규) '최근 3년간 이단 옹호 기사를 게재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지 못하므로 해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대위 보고를 받고 종전 결의를 유지했다.

<크리스천투데이>는 계속해서 이단 옹호 언론 해제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장통합 이대위는 작년 6월 회의에서 "이단 옹호 언론 해제는 3년이 경과하지 않았으므로 현재는 다룰 수 없음을 (<크리스천투데이>에) 답변해 주기로 하다"라고 결의하고 이를 106회 총회에 보고했다. '이단 옹호 언론'이라는 결의가 유효하다고 재차 공언한 것이다. 이 내용은 2021년 9월 106회 총회 보고서에 수록됐다.

보도 가치 의문 생기는 칼럼
연재 이유 묻자
"왜 우리 신문 열심히 읽나"

'장재형 목사의 영어 성경 매일 묵상'과 같은 칼럼은 저널리즘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무리 저널리즘 원칙을 무시하는 언론사라고 해도, 바이라인도 없는 기사를 올리는 행위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만약 <크리스천투데이>가 올해 4월 다시 장재형에 대한 홍보 기사를 쓰지 않았다면, 이번 9월 예장통합 총회에서 이단 옹호 언론 해제를 기대해 볼 만도 했을 것이다. 왜 이 시점에서 다시 장재형을 홍보하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정체불명의 칼럼을 계속해서 올리고, 끝난 지 두 달이나 지난 행사를 홍보하는 기사를 뒤늦게 올린 이유는, 장재형 씨와 올리벳대학교 수색 관련 보도를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밀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크리스천투데이>의 칼럼과 홍보 기사가 나간 후, 다음 뉴스 검색 결과 페이지에는 장재형의 성경 묵상과 올리벳대 개발 소식이 상위권에 나타났다.

기자는 <크리스천투데이> 편집국장 이대웅 씨에게 5월 17일 전화를 걸어, '장재형 목사의 영어 성경 매일 묵상'에서 언급하는 장재형이 <크리스천투데이> 설립자 장재형이 맞는지, 왜 기사 본문에 장재형에 대한 설명이나 바이라인·이메일 주소 등 아무런 정보가 없는지, 설립자가 맞다면 오랜 기간 침묵을 깨고 칼럼 집필 등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을 재개하는 것인지 등을 물었다.

이대웅 씨는 동문서답하며 답변을 모두 회피했다. 그는 장재형에 대해 "그분이 나이가 70이 넘었는데 무슨 활동을 하나. 설립자와 관계는 끊어진 지 오래다"라고만 할 뿐, 칼럼에 대해서는 "내가 그것을 왜 대답해야 하나. 그게 왜 궁금하냐. 칼럼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다. 말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기자의 질문에는 하나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왜 3년 반 만에 장재형과 올리벳대 홍보 기사를 올리는지 묻자, 이 씨는 "우리 신문을 그렇게 열심히 읽는지 잘 몰랐다. 그게 잘 보이는지 신기하다. 나는 잘 안 보인다. 우리가 기사를 왜 올리는지 일일이 얘기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포털에서 밀어내기 용도로 칼럼을 찍어 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건 당신 '뇌피셜'이다. 쓰고 싶은 대로 소설을 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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