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예배금지법'으로 둔갑해 떠돌아…"교계가 극단적 주장 못 걸러 내"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정부와 여당이 교회를 탄압하기 위해 코로나19를 핑계로 '교회폐쇄법'을 입법했다는 허위 정보가 온라인을 떠돌고 있다. 집합 금지나 시설 폐쇄, 역학조사 불응자 징역형 등의 조항으로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교인들 입을 막고 처벌하려 하니, 이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전파하는 대표 주자는 안희환 목사(예수비전성결교회)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련 법안과 발의 의원 명단, 의원실 전화번호를 모두 공개하며 항의 전화를 유도하는 등 전형적인 방법으로 교인들을 선동하고 있다.
안 목사가 주장하는 내용은 '더불어공산당 예배금지법, 집회금지법 입법 현황'이라는 문건으로도 소셜미디어와 메신저에서 돌아다닌다. 문건에는 '감염병예방법 개정 더불당 국민 인권 말살 주요 내용'이라는 제목으로 교회 탄압의 근거라는 법 조항 10개와 발의자 명단이 정리돼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1. 집회·예배 금지 불응 시 300만 원 이하 벌금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오영환 의원 대표 발의) |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배'나 '교회', '정치 방역 비방' 등을 구체적으로 지목한 법안은 어디에도 없다. 전부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 2호 "흥행·집회·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과 49조 1항 2호의 2 "감염병 전파의 위험성이 있는 장소 또는 시설"을 가리킨다. 개정안들을 논의한 국회 본회의 및 보건복지위원회 등 회의록을 뒤져 봐도 교회 또는 종교 시설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위 법안은 모두 올해 8월 20일 이후 발의됐다. 사랑제일교회(전광훈 목사) 등 일부 극우 세력이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집회를 강행하면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사랑제일교회 교인과 광복절 집회 참석자 상당수가 진단 검사를 회피하고 숨는 등 물의를 일으키는데도, 현행법상 제재할 수 없거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기 때문에 나온 개정안들이다. 이는 각 법안 발의 취지에 자세하게 나온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형 강화 조치'를 두고서도 교회 탄압이라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11월 23일, 연말까지 '1000만 시민 긴급 멈춤 기간'을 선포하고 서울 지역 일부 시설에 대한 방역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종교 시설에 비대면 예배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예배당 내 공용 물품(성경·찬송가)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교회에 공용으로 비치된 성경책과 찬송가를 소독 없이 함께 사용하면 위험하기에 내린 조치였다.
그러나 극우 진영은 '정부가 성경책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며 종교 탄압이자 기독교 차별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가 개인이 지참한 성경책 사용까지 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도, 소셜미디어에는 서울시 문화정책과 종무 담당자들의 전화번호를 공개해 항의 전화를 유도하는 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독자유당(고영일 대표)은 12월 1일 서정협 서울시장직무대행을 비롯해 서울시 문화본부장과 문화정책과장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조금만 살펴봐도 '교회 탄압'은 어불성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의원실과 서울시청에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교회폐쇄법'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김성주 의원 대표 발의안은 주 공격 대상이었다. 일부 개신교인은 김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과 서울시의 방역 강화 조치를 혼동해, 김 의원실에 "법안이 통과되면 성경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김성주 의원실 관계자는 12월 2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 월요일부터 의원실에 전화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10분에 1번꼴로 전화가 온다. 전화한 사람들은 대체로 민주당 의원 40~50명이 교회폐쇄법을 냈고 그 명단이 공개돼 있어 전화했다고 말한다. 법안에 성경책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도 많다. 사실관계를 설명해 드리고 있지만 그렇게 말해도 안 믿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주 의원은 12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의원이 발의한 수십 개 법안 어디에도 교회 등 종교 시설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더구나 교회를 폐쇄한다고 볼 수 있는 조항은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 교회폐쇄법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다. 법안 발의 당시 8·15 집회 등 집합 금지 명령을 위반한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었음에도, 이를 금지할 수 있는 감염병예방법상 근거 규정이 없다는 지적과 비판에 따라 법 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썼다.
김 의원은 "지금 거의 모든 교회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고 마스크 착용 등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이 조항은 명단 작성도 거부하고 마스크 착용도 안 하는 시설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는 것이고, 사회적 필요성과 시급성이 제기되어 여야 간 합의를 통해 보건복지위원회 대안으로 통과된 것으로, 심의 도중 교회 등 종교 시설의 폐쇄를 염두에 둔 적조차 없다"고 했다. 그는 "아무 근거도 없는 가짜 뉴스를 고의로 퍼뜨려 코로나 방역에 혼란을 주고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가 더 이상 교회의 이름으로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 온라인 떠도는 허위 정보, 공식 석상에도 등장 "반대 의견 들으려 하지 않으니 판단 능력 흐려져 '메시지 불편하다' 최소한의 의사 표시해야" |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허위 정보는 공식적인 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운정참존교회 고병찬 목사는 11월 24일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정기총회에서 '교회폐쇄법'을 언급하며 "이런 법안들이 발의됐다는 자체가 교회를 타깃으로 한다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에게 들은 얘기다. 그가 '교회들에 전해 달라'고 나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나보고 가짜 뉴스라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고 목사는 "나도 당해 봤다. 중국 교회 보시지 않았나. 십자가 떼고 불 지르는 거,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 내가 당해 보니까 진짜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운정참존교회는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지역 주민의 민원으로 8월 말 예배당이 한 차례 폐쇄된 바 있다. 고 목사는 시청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교회를 탄압했다며 파주시청 앞에서 한동안 피켓 시위를 벌였다.
한국교회는 오래전부터 '교회 폐쇄', '교회 탄압'이라는 자극적 단어에 휘말려 사실관계 확인 없이 집단 항의를 일삼아 왔다. 인권조례를 제정하려 하거나, 성평등 정책을 수립하려 할 때마다 각종 민원 폭탄으로 이를 저지하려 해 왔다. 이번 '교회폐쇄법' 소란도 그런 맥락에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 남오성 목사는 12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사람들과 건강한 소통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더욱 극단적 주장만 접하게 된다. 유튜브 알고리즘 때문에 비슷한 뉴스만 계속해서 보는 거다. 이번 '교회폐쇄법' 같은 말도 사람을 현혹하기에 얼마나 좋은 워딩인가"라며 "이런 메시지를 접했을 때 비판적으로 사고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 목사는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 의견도 들어 보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판단 능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교회가 욕을 먹으니 억울할 수 있지만, 감정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민주 시민으로서 보수든 진보든 자기주장을 펴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교회가 나서서 특정 사안에 대해 집단행동을 유도하는 등 조직화·정치화해서 관철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며 항의 전화를 유도하는 등의 행동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정재영 교수는 "이런 허위 정보들을 목회자·중직자들이 신앙적 표현으로 포장하다 보니, 교인들은 순종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사회에서는 공론장 역할을 하면서 극단적이고 지나친 이야기는 걷어 내기도 하는데, 교계는 그런 게 없다. 교회 내에서라도 최소한의 공론장을 만들어 이런 문제를 따져 보고 토의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실제로 교인들도 아무 생각 없이 허위 정보를 유통하는 데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교회 내에서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면 최소한의 의사표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메시지는 불편하다'는 등 이야기를 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동체 내 대화가 단절되고, 끼리끼리만 대화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서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책임감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