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고신 정책 총회 당시 거수투표를 하고 있다. 가짜 뉴스가 나왔지만, 이를 막아서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예장고신 정책 총회 당시 거수투표하는 총대들 모습. 정부와 관련한 가짜 뉴스가 나왔을 때, 총대들 중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지금 정부가 기독교 95%를 없애려 한다고 해요. 내가 직접 들은 겁니다. 5%만 남기고 다 없애겠다고 한다니까요."

[뉴스앤조이-이용필 기자] 10월 20일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예장고신·박영호 총회장) 정책 총회 현장에서 총대 박 아무개 목사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교단이 힘을 모아 종교의자유, 예배의 자유를 없애려 하는 정부에 맞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가짜 뉴스보다 더 황당했던 건 이를 대하는 회중의 태도였다. 예장고신 총대 300여 명은 박 목사가 발언하기 전까지 강도사 안수 문제를 논의 중이었다. 갑자기 논의에서 벗어난 '아무 말'이 나온 건데,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회무를 주재하는 박영호 총회장은 눈만 껌뻑일 뿐이었다.

이런 모습은 한 번 더 반복됐다. 박 목사는 이단대책위원회 보고 시간에도 단상에 나와 비슷한 발언을 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단체는 교회일 것이다. 95%의 한국교회를 해체하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안일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예장고신 총대들은 현 정부가 기독교를 말살하려 하고, 코로나19를 빌미로 교회를 탄압하려 한다는 주장에 두 번이나 침묵했다. 그저 박 목사의 주장이 헛소리에 불과해서, 논할 가치가 없어서 제지하지 않은 것일까.

그러나 어떻게 해서든 전광훈 목사를 살리고 보려는 예장고신 총대들을 보면서 의구심은 사라졌다. 박 목사는 "정치계와 언론이 이 문제(전광훈 목사 이단 규정)를 이용할 수 있다"며 1년간 유보하자고 발언했다. 그 말대로 예장고신은 전 목사의 이단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1년간 보류하기로 했다.

발언 내용은 터무니없지만 박 목사의 태도는 시종일관 점잖았다. 다른 총대들 역시 박 목사를 꾸짖거나 제지하지 않고 젠틀하게 앉아 있었다. 바꿔 말하면, 태도만 점잖을 뿐 발언 수위는 전광훈 목사가 이끌었던 태극기 집회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이 '점잖은 전광훈들'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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