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 국면에서 한 가지 우스운 현상은 <국민일보> 백상현 기자가 차별금지법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 '백상현TV'를 운영하며 '일타 강사 백상현과 함께하는 차금법(차별금지법) 과외'라는 영상을 시리즈로 올리고 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싶다.

영상 내용은 가관이다. 반동성애 진영의 허위·왜곡 주장을 명색이 기자라는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한다. 가장 심각한 건 9월 23일 올라온 영상이다. 제목은 '차금법이 아동 성폭행범 보호하는 법이라고요?'이다. '설마 이렇게 자책골을 넣나' 하는 마음으로 영상을 끝까지 봤다. 러닝타임 내내 미간이 찌푸려지더니 제일 마지막, 7분 12초에서는 결국 그가 자책골을 넣는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형이 실효된 여성·아동 성폭행범이 어린이집 승합차를 몬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 무슨 생각이 들 것 같습니까. 저 같으면 문제 제기할 것 같아요. 근데 이 아동 성폭행범이 차별금지법을 들고 들어가서 어린이집에 운전을 하겠다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저지가 됐다면 모욕, 적대적 환경, 정신적 고통에 의해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법은 안 된다는 거예요."

백상현TV에 나오는 아동 성폭행범의 취업 예시.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 백상현TV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백상현TV에 나오는 아동 성폭행범의 취업 예시.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 백상현TV 유튜브 영상 갈무리

차별금지법 반대 주장을 펼치기 위해 이제는 아동 성폭행범까지 등장했다. 그런데 백상현 기자가 한 말은 거짓이다.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알 수 있는 내용인데, 일부러 언급하지 않은 건지, 정말 몰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 됐든 기자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한국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아동 성범죄자는 대부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이 제한된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56조에도 나와 있고, 여성가족부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형이 끝나면 그때부터 취업 제한이 시작된다. 범죄 유형에 따라, 재판부 판단에 따라 제한 기간은 다르다.

백상현 기자 말처럼 아동 성폭행범이 어린이집에는 당연히 취업할 수 없다. 아동 성범죄자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학교, 학원, 어린이집, 유치원, 도서관, 체육시설, PC방, 오락실, 노래연습장, 사회복지관, 청소년 상담 센터, 과학관, 수목원, 시민회관 등에서 전부 취업이 금지된다. 심지어 의료 기관에도 취업할 수 없다.

그가 한 말이 왜 자책골이냐.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교회'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법이 정한 취업 제한 기관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2018년 말,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131명을 관련 기관에서 퇴출시키면서도 손을 못 댄 치외법권 지역이 바로 교회다.

미성년자 교인에게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목회에 복귀하는 목사가 한둘이 아니다. JTBC는 작년 초,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아동·청소년 성범죄로 처벌받은 목사가 79명이라고 보도했다. 그중 21명이 여전히 '성직자'로 목회 활동을 하고 있었다. 백상현 기자는 교계 기자로서, 지금 아동 성폭행범의 어린이집 취업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성범죄자로부터 지키고 싶다면 우선 '교회 내 성폭력 OUT'을 위해 힘쓰는 게 어떨까. 하지만 백 기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평소 성폭력 문제에는 별다른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아동 성폭행범 운운하는 것은 그저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백상현 기자가 근무하는 <국민일보>에도 각종 성폭력 사건을 파고드는 훌륭한 기자들이 있다. 디지털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N번방에 잠입 취재까지 한 기자들도 있다. 그들에게 물어만 봤어도 이런 자책골 넣는 짓은 안 하지 않았을까. '일타 강사'는 아니더라도 '삼류 강사' 정도는 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