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허위·왜곡 정보를 양산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총력을 기울여 온 보수 개신교계는, 이제 법조인들까지 동원해 자신들이 생각하는 차별금지법의 해악을 선전하고 있다. 이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자유·종교의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이자 동성애 독재법이라고 주장한다. 법조인이라는 전문성 때문에 보통의 교인들도 이런 말에 휩쓸리는 실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평등법 시안을 법리적으로 살펴보는 토론회가 열렸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9월 24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법조 토론회'를 진행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의 의의, 국회 발의 법안(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국가인권위 권고 시안(평등법) 비교, 교육·고용·재화·용역·서비스 등 공적 영역에서 차별 금지가 갖는 법적 의미를 법률적 측면에서 심층 논의하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 평등 사회를 위한 더 나은 법을 성안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주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법조 토론회'가 9월 24일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주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을 위한 법조 토론회'가 9월 24일 대한변협회관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날 토론회에는 법학·법조계 인사가 대거 참여했다. 한상희 교수(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홍성수 교수(숙명여대 법학부), 조혜인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가 발제하고, 차혜령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 김진 외국변호사(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김재왕 변호사(민변 소수자인권위원회),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가 각각 성·인종·장애·고용 차별 관점에서 발제 내용에 대한 지정 토론을 진행했다.

"반대 법적 근거 미비, 논리 비약 심각
세속 국가에서 성경이 상위 규범 될 수 없어"
"개별법 있어도 포괄적 차별금지법 필요"

한상희 교수는 보수 개신교계가 종파적 판단으로 차별을 정당화하고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주요 주장을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논리는 헌법 이론 내지 법 이론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적 형태를 가진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학술적 토론의 대상이 되는 주장이 없고 오도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아, 차별금지법 찬반 논쟁이 그저 진실 게임, 팩트 체킹 양상으로 흐르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보수 개신교계가 종교적 규율(성경)을 바탕으로 차별금지법 타당성을 판단하는 일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는 "차별금지법에서 차별 여부를 규정하고 판단하는 상위 규범은 헌법과 헌법에 의해 국내법적 지위를 갖는 국제인권법이다. 세속 국가에서 종교 규범은 보편적 사회규범 성격을 갖는 상위 규범이 될 수 없다. 이는 종교 중립성 내지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20조 위반이다. 그들이 반대 논지로 끌어오는 동성애·동성혼에 관한 헌법상 문제도 기본적으로 탈종교적 사안이다. 이를 종교 문제로 끌어들여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론자들은 표현의자유·종교의자유를 걸고넘어진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의 규율 대상은 종교적 콘텐츠 자체가 아니다. 종교나 그 교리에 대한 가치판단이 전제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분노·스트레스·경고·모욕을 줄 수 있는 공격적 발언에 제재를 가하는 것이다. 공공 영역에 한해서는 질서유지를 위해 표현의자유도 규제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교육 부문에서 차별금지법이 없는 지금도, 국가 인가 정규학교에서 특정 종교 교육을 배타적으로 하는 것은 위헌적 차별 행위다. 이는 차별금지법과 무관한 헌법 제20조 제2항의 명령이다"고 말했다.

한상희 교수는 보수 개신교계 법조인들이 주장해 온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를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상희 교수는 보수 개신교계 법조인들이 주장해 온 차별금지법 반대 논리를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한상희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법적 권한을 갖게 된다는 주장도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평등법 시안에는 차별 시정 명령권이 없으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에도 이행강제금 정도의 강제력만 있을 뿐 인권위 의사를 직접 강제하거나 실현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모두 법원의 사법 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범국가적 차별 시정 최상위 기구가 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행위와 동성애자를 분리해 '동성애 행위를 반대하는 것이지, 동성애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하는 보수 개신교계 주장에도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했다. "(그들은) 마약 복용자 예를 들면서 동성애자를 허용하면 마약 복용자도 허용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이는 행위와 행위 주체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에 기반한 것이다. 동성애자는 마약 복용자와는 달리 행위와 행위자의 자기 정체성이 구분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 인정은 양성애 인정이며, 일부다처, 일처다부, 난혼으로 연결돼 결혼 제도를 파괴한다는 주장은 심각한 개념상 혼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적 지향은 가장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행위로 국가 규제가 미쳐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친교 관계와 국가법으로 보호하는 혼인·가족제도는 다르다. 동성애와는 다른 영역이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있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자들 주장에 반박했다. 그는 "만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개별적 보완을 더 해 나가야 할지 논의해야 하는데, 그저 '있으니까 불필요하다' 말하고 그치니 진전된 논의가 불가능하다. 가짜 뉴스에 입각해 반대를 위한 반대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라는 기본법을 만들고 특수한 영역을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보완해 가는 방식으로 차별 금지 법제를 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차별은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흑인이자 여성이자 비정규직 이주민이 차별을 당했다고 치자. 이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인권위 평등법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 금지 사유만 해도 20개가 넘고, 차별 금지 영역은 4개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하나하나 대응한다고 하면 개별 법안이 80개가 넘게 필요하다. 법률을 그렇게 규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안에 차별 금지 사유가 너무 많고 복잡해 숙지가 어려운 탓에 사회 혼란이 올 것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그는 "한국같이 차별 금지에 관한 전통이 부재하고 일천한 나라에서는 차별 금지 사유를 상세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유 수가 적으면 오히려 (그들이 염려하는 대로) '해석'에 많은 여지를 맡겨야 한다. 차별 금지 사유를 자세하게 규정하는 일은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헌법에는 적게 두고 차별금지법안에 많이 두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근에는 헌법에만 10개 이상인 나라도 많다"고 말했다.

조혜인 변호사는 차별 피해 구제 실효성을 위해 차별 시정 기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조혜인 변호사는 차별 피해 구제 실효성을 위해 차별 시정 기구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조혜인 변호사도 개별적 포괄금지법 및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시행하고 있는 현행 차별 시정 제도에 공백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차별 사유·영역을 포괄하지 못한다. 포괄적으로는 인권위법이 작동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시정 권고'라는 강제력 없는 수단만 갖고 있기 때문에 구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차별 시정 기구와 절차의 통일성이 없어 피해자가 구제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다 일반적인 시정 제도를 도입해 체계적 기준으로 차별 사유·영역 간 불균형 없이 차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인권위가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언하면서도 "일반적 차별 시정 기구로 인권위 위상이 설정돼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상 시정 기구로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조직 개편도 필요해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실질적 역할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인 변호사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규정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배상금을 '재산상 손해액'의 2~5배로 규정한 것은 좁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산상의 손해를 직접적으로 끼치지 않는 차별도 많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일반적 손해액'이라고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차별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전환한 부분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에 관한 증거·자료가 구조적으로 가해자에게 편재해 있기 때문에, 피해자 측이 차별 사실을 입증하기는 어렵다. 입증책임을 전환하거나 최소한 배분해서 완화해야 한다. 개별적 차별금지법도 모두 이렇게 하고 있으며 외국 사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성·인종·장애·고용 관점에서 제언
법안 외 구체적 보완 논의 필요
"사회적 합의는 핑계될 수 없어,
법 제정으로 사회적 합의 만들어 가야"
이날 토론회는 발제에 이어 '성·인종·장애·고용 관점에서 본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정 토론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이날 토론회는 발제에 이어 '성·인종·장애·고용 관점에서 본 포괄적 차별금지법' 지정 토론으로 진행됐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발제 후 지정 토론이 이어졌다. 차혜령 변호사는 성차별 관점에서 "기본 계획만 수립해서는 실질적 평등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 변호사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에서 제시한 20개 이상의 차별 사유는 현재 한국 사회 차별을 감안했을 때 최소한이라고 생각한다. 성별 정체성, 고용 형태는 반드시 추가해야 하는 사유다. 구제를 요청한 피해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가한 차별 행위자 대한 처벌 사항도 범위를 반드시 확대해 규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관점으로 이야기한 김진 변호사는 "한국 사회 인종차별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데도 인종차별을 막기 위한 법적 기반이 부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법령이 있는데도 실제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차별에 노출돼 있는 것이 이주민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구제 조치가 있지만, 권고적인 효력에 그치고 있어 실제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 게다가 차별은 복합적이고 교차적으로 발생한다. 모든 차별 사례가 포섭되기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현행법으로는 차별 금지 사유를 포괄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법안을 신속하게 마련하라'고 두 차례 권고했다. 다양한 국제 인권 기구에서도 한국에 권고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합의', '신중한 검토' 등을 핑계로 내세우면서 미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사회적 합의를 핑곗거리 삼을 수는 없다. 국제사회가 한국에 부여한 책무 중 하나가 바로 그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라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이에 부응해 조속한 법안 제정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 차별 관점에서 이야기한 김재왕 변호사는 인권위 평등법 시안과 장혜영 의원 차별금지법안을 비교한 후 "평등법 시안에 기재된 장애에 관한 정의가 더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10조 4항 '채용 전 신체검사' 항목은 오히려 개별적 차별금지법보다도 더 후퇴한 기술이다.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 차별금지법 시행 후 12년이 지났는데도 권리 구제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도 얼마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 법안은 단지 소극적 의무를 규정하고 기본법으로서 선언적 의미를 지닐 뿐이다. 인권위가 진정 구제 조치를 좀 더 취할 수 있게 된 것에 그쳤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하는 내용을 법 구문으로 확인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내용도 의미도 없는 법안인데 왜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가 의아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시정 명령 권한은 인권위로 통일하는 게 구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악의적 차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요건도 다소 엄격한 것 같다. 완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규제를 가능하게 할 법적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류하경 변호사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규제를 가능하게 할 법적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고용 차별 관점으로 본 류하경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이 존재하지만 이는 근로 상태를 전제하기에 채용 과정이나 고용 차별 영역을 포괄적으로 시정하기 어려운 현실을 지적했다. "고용 평등에 관한 현행법은 남녀 고용 차별 규제에 초점을 두고 있고, 연령·장애 등을 이유로 하는 다양한 차별을 규제하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개별법에 따라 차별 규제 방식이 다양하고 규제 강도의 차이가 클뿐더러, 일부 기능은 중첩되는 등 체계상 일관성이 없다"고도 했다. 피해 당사자가 구제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스템도 지적했다.

류 변호사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차별을 단절하는 단일 법률로 통일성 있는 규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다. 법안을 통해 고용 차별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차별 사유와 영역을 구체화해야 한다. 시정 의무를 국가와 지자체에 부여해 예방 조치와 구제 조치를 다양화한다면 고용 차별 시정에 있어 유례없이 강력한 법적 근거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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