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로서 구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가 여성 교인들을 상습적으로 강간, 강제 추행한 윤갑수 목사에게 1심보다 4년 늘어난 징역 12년을 선고하며 말했다. 재판부는 8월 14일, 윤 목사가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질러 온 것에 비해 1심에서 선고한 징역 8년은 형량이 가볍고 부당하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김태영 총회장) 익산노회 노회장까지 역임한 윤갑수 목사는 익산 ㅂ교회에서 약 30년간 시무하며 다수 여성 교인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왔다. 그는 1심과 항소심이 진행되는 내내, 강간은 합의에 의한 관계이고 강제 추행은 목사와 교인 사이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접촉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해 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기준으로 삼은 여러 요인을 설명했다. 먼저 1심에서 판단한 공소사실 외에도 추가 피해가 있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벌어진 피해 사실을 진술했으나 그중 일부 피해자는 1997년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공소시효가 만료했기 때문에 고소를 진행할 수 없을 뿐이었다. 개인적 사정으로 윤 목사를 고소하지 못한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도 다수 확인되었다고 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재판부는 기소된 범죄 내용보다 실제 범행 횟수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 목사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성폭력 범죄를 저질러 왔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저지른 이런 범행은 상식적인 입장에서 볼 때, 성직자가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반복적·계획적·비정상적 범죄행위다. 성직자인 피고인을 일벌백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재판부는 윤 목사가 범행 사실을 부인하고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ㅂ교회) 장로·전도사와 공모해 허위 진술하고,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에게 닥친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1심에서는 윤 목사에게 성폭력 전과가 없는 점을 감안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윤 목사가 형사처벌받은 성폭력 전과는 없지만 과거에도 유사한 일로 경찰에 고소된 적이 있고, 익산노회에도 성추행 혐의로 고발장이 접수된 일이 있었다고 했다. 형사처벌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모든 사정을 고려할 때 1심이 선고한 징역 8년은 너무 가볍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혹은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도 함께 명했다. 다만 검찰의 신상 정보 공개 청구와 보호관찰처분은 기각했다.

항소심 선고에는 전북 지역 여성·시민 단체 회원들이 검정색 옷을 입고 참석했다. 이들은 선고 후 법원 앞에서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익산여성의전화
항소심 선고에는 전북 지역 여성·시민 단체 회원들이 검정색 옷을 입고 참석했다. 이들은 선고 후 법원 앞에서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제공 익산여성의전화

전북 지역 여성·시민 단체는 이번 판결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1심이 내린 징역 8년은 검찰 구형 18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연대체를 조직해 공동으로 대응해 왔다. 윤 목사의 엄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 피해자 편에서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 왔다.

단체들은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1심 판결은 우리 사회가 가해자에게 얼마나 관대하게 판결하는지 보여 주는 결과였다. 하지만 항소심은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한 가해자에게 내린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며 이번 판결이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종교계 성폭력에 대한 2심 유죄 선고를 환영한다!

오늘 8월 14일, 종교계 성폭력 윤 목사에 대한 유죄가 선고되었다. 1심에서도 물론 유죄였으나 8년이라는 처벌은 피해자가 오랜 시간 겪어야 했던 고통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결과였다.

가해자 윤 목사에 내려진 원심 판결 중 피고 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징역 12년에 처하며 8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결과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2020년 4월 16일 1심 선고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18년에 훨씬 못 미치는 징역 8년형을 선고하였고 가해자 윤 목사는 선고 다음날 항소장을 제출하였다. 재판부는 '목사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고 악행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른다'고 설명하면서 8년을 선고하였다. 이는 재판부의 성폭력 처벌이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에게 얼마나 관대하게 판결하는지 보여 주는 결과였다.

이미 수십 년 동안 가해자로 인해 피해를 경험한 피해자만 11명이었으며, 오랜 시간 동안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고소로 인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경하였고, 유죄 사건이 나오기 쉽지 않은 성범죄 사건에서 가해자를 위한 감형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가해자에게만 관대한 사법부를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

오늘 판결은 피해자들이 장로·전도사와 공모해 허위 진술하고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가해자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에게 닥친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피해 회복은 전혀 이루어진 바 없고 피해자들은 일말의 반성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 피고인에 대하여 엄한 처벌을 해 줄 것을 탄원하고 있다는 판사의 말대로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전혀 자신을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한 가해자에 대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

판결에 대해서 불복 있으면 상고하라는 말과 함께 목사로서 구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이야기한 사법부의 말이 오늘의 의미 있는 판결이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선고 결과가 향후 3심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당연히 유지되어 성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종교계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는 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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