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교인 11명에게 성폭력을 가해 수감 중인 목사의 아내가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 합의해 달라고 매달리는 일이 벌어졌다.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가 감형 주요 요인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태영 총회장) 익산노회 노회장까지 역임한 윤갑수 목사는 교인 2명을 강간하고 9명을 강제 추행한 죄로 지난 4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윤 목사는 곧바로 양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고, 징역 18년을 구형했던 검찰 역시 동일한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공판 시작을 3일 앞둔 6월 2일, 피해자 A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었다. 동네에서 잠깐 만나자는 지인의 전화를 받고 나간 자리에는 윤갑수 목사 아내 국 아무개 씨가 있었다. A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A는 3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국 씨가 팔을 붙잡고 늘어지며 합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A는 "계속 거부했는데도, 국 씨는 나를 데리고 군청으로 갔다. '합의서를 써야 한다'며 서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 씨가 '집사님,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합의를 해 주시라. 재판 곧 시작하니까 합의서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내가 거절하자 '왜 용서를 안 해 주느냐'고도 하더라"고 말했다.

국 씨는 자기가 찾아와 합의를 요구한 사실을 A를 돕는 교인들에게는 알리지 말라고도 했다. A는 "사모가 '그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니까 만나지 말라'고 하더라. 너무 화가 나서 '나는 그 사람들 아니면 죽었다. 어떻게 하나님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느냐'고 화를 냈다"고 말했다.

A는 "다른 피해자들에게는 합의를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하더라. 나 혼자 떨어져 살고 있는 걸 아니까 그런 거 같다. 합의금이 필요할 정도로 내가 궁했다고 생각한 건지 너무 괘씸하다. 재판에서 목사는 자기 잘못한 거 하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사람 살려 달라며 합의를 요구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 씨가 찾아온 일로 A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앉아 있는 것도 무섭고 잠을 잘 수도 없다.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거 아니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했다.

윤 목사 아내 국 씨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자를 찾아간 건 합의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일단 내 입장에서는 항소심 시작 전에 합의하면 좋겠다 싶어서 간 것뿐이다. 변호사가 요구한 건 아니고 그냥 내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성폭력 가해자 가족이 피해자를 직접 찾아가면 심리적 압박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국 씨는 "압박을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분만큼은 몸이 아픈 상태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까 인정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러 간 것"이라고 답했다.

윤갑수 목사의 항소심 첫 공판은 5일 전주지방법원 앞에서 열린다. 이날 전주·익산 지역 정당과 여성 단체들은, 검찰 구형보다 턱없이 낮은 1심 형량을 규탄하며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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