ㅍ교회 최 아무개 목사는 성추행으로 교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가 속한 ㄱ노회는 사임 처리를 미뤘고, 교회는 이 때문에 분열했다. 뉴스앤조이 이은혜

[뉴스앤조이-이은혜·이찬민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김종준 총회장) 현직 노회장 최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 교인들이 바라는 것은 한 가지였다. 더 이상 목회하면 안 된다는 것.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일은 막고 싶었다.

교회 내부에서 해결되지 않자, 피해자들은 지난해 11월 25일 ㄱ노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피해 사실과 최 목사를 면직해 달라는 청원이 담겨 있었다. 고소장을 접수한 ㄱ노회 서기 E 목사는 그날 저녁 피해자들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피해자들은 노회가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을 잘 처리해 줄 것이라 믿었다.

고소장 접수한 노회 서기
사회 법 대신 중재 제안

피해자들이 품었던 기대는 E 목사와의 만남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E 목사는 고소장을 접수하고 재판국을 구성해 재판하게 되면 총회 재판까지 2~3년은 걸린다며, 원하는 걸 얘기하면 최 목사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즉각 사임 △목사 면직 △공개·개인 사과 등을 요구했다. E 목사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난색을 보였다. 예장합동 헌법에 따르면 목사를 면직할 수 있는 사유는 이단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며, 성폭력 혐의로는 면직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최 목사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때까지 정직하는 방안도 있다고 했다.

노회 서기 E 목사는 피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임 예우와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돈'과 관련한 이야기도 나왔다. E 목사는 최 목사가 잘못한 부분도 있지만 ㅍ교회를 개척해 24년간 시무한 공은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 목사는 구체적 액수를 언급하며 피해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피해자들이 반감을 표하자, E 목사는 강요하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들 요구는 요구대로 최 목사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는 원하는 바를 최대한 들어줄 테니 교회 법 테두리 안에서 일을 해결하자며, 사회 법으로 가지 말자고 거듭 강조했다고 피해자들은 전했다.

피해자들과 E 목사가 만난 이후 돌아온 첫 일요일이었던 12월 1일, 최 목사는 전 교인 앞에서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예배 후 광고 시간에 "회개하는 마음으로 현시점으로 담임목사직을 포함한 모든 자리에서 사임한다"고 말한 뒤 현장을 떠났다.

피해자 측 참관 막고
목사에게 유리한 결정 내린 노회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ㄱ노회가 개최한 임시노회에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ㄱ노회는 12월 19일 임시노회를 열어 △최 목사 성폭력에 대한 조사처리위원회 설치 △최 목사 사임서 처리 보류 △ㅍ교회에 대리당회장 파송을 결의했다. 현직 노회장 최 목사는 회의에 불참했다.

임시노회가 열릴 때, 피해자 1명과 그를 지지하는 교인 10여 명이 회의 장소를 찾아갔다. 노회에 제출한 고소장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최 목사 사임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노회원들은 "평신도가 노회에 참석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며 이들의 참관을 불허했다. 밀실에서 진행된 노회는 피해자들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다. 노회원들은 피해자들이 제출한 고소장을 '서류 미비'로 각하했고, ㅍ교회 D 장로가 요청한 '조사처리위원회' 구성은 받아들였다.

최 목사는 교회를 사임하겠다며 노회에 사임서를 제출했지만 노회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ㅍ교회에 '대리당회장'을 파송하기로 했다. 최 목사 거취는 조사처리위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로 했는데, 그때까지 교회 운영과 관련한 공동의회·제직회를 개최할 때 회의를 주재할 당회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린 판단이었다.

노회가 끝난 후 아무도 피해자 측에게 결과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 C는 "목사들은 우리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다른 입구를 통해 빠져나갔다. 우리가 이야기해 달라고 애원해 간신히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교인들은 격렬하게 항의했다. C는 기자와 만나 "항의하는 우리를 향해 노회원들은 못 볼 걸 보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서 펑펑 울었다. 목사라는 사람들이 교인들 아픔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관심할 수 있나 하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했다.

ㄱ노회의 일 처리는 ㅍ교회에 또 다른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피해자들을 지지하는 교인들은, 노회가 평소 최 목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F 목사를 대리당회장으로 파송했다는 사실을 알고 반발했다. F 목사가 대리당회장으로 교회를 방문한 12월 22일, 일부 교인이 그를 제지했고 그 과정에서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기도 했다.

노회원들 "교회 개척 후 24년 시무
빈손으로 내보낼 수 없어"
장로는 "피해 사실 믿기 힘들어"

피해자들은 ㄱ노회 행태를 보며, 노회가 애초에 피해자보다는 가해자 입장에서 사건을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노회 서기 E 목사가 고소장에 서류가 미비하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도 않고 사회 법으로 가지 말자고 한 것이, 최 목사에게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한 의도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서기 E 목사는 1월 21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서류 미비를 일부러 알려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처리를 진행하는 과정 중 늦어진 것뿐이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고소장은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까 반려하는 걸로 하고 조사 처리를 먼저 진행하는 걸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회 법으로 가지 말자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때다. 피해자 증언만으로도 처벌받는 때에 이건 (가해자가) 평신도도 아닌 목사다. 이런 게 세상에 노출되면 교회가 얼마나 어려움을 당하겠나. 그래도 즉각 사임, 목회 금지, 재산 환수 등 피해자들 요구는 다 최 목사에게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노회가 최 목사 사임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 교회 내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조사처리위원회 위원이자 ㅍ교회 대리당회장으로 파송된 F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도 안 하고 뒤집어씌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노회원들이 법정 판결도 안 났는데 이런 식으로 몰아가도 되느냐고 말했다"며 임시노회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자신이 대리당회장으로 파송된 것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교회 분쟁을 수습하러 온 게 아니라, 새해를 맞아 교회 예결산 승인과 직분자 임명 등 단순 행정 업무 처리를 위해 파송된 것이기 때문에 담임목사와의 친분은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 목사가 ㅍ교회를 그만두더라도 예우는 해 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F 목사는 모두 "교회를 개척하고 24년간 시무한 목사를 빈손으로 내보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사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임시노회에 참석한 ㄱ노회 노회원들은 피해자 측의 호소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으로 관계없음.)

피해자 측 교인들은 교회에 한 명밖에 없는 D 장로가 교인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임시노회가 열린 현장에서도 피해자 측에 협조하지 않고 오히려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D 장로는 1월 2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다른 목사님이 이미 그들에게 노회 결정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고, 그들이 너무 흥분 상태여서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 행동을 해명했다.

D 장로는 "솔직히 최 목사님이 그런 행동을 하셨으리라고 믿지 못하겠다. 피해를 주장하는 청년들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사님을 '아빠'라 부르며 따랐다. 평소에도 허그하고 그러다가 갑자기 돌변해서 성추행이라고 하면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ㄱ노회 조사처리위원회는 한 달도 더 지난 1월 23일, 피해자들에게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피해자들은 조사처리위원회 참여 여부를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무위로 돌아간 총회 방문
"피해자 편은 아무도 없어"

당회와 노회에 더 기대할 게 없다고 판단한 피해자들은 12월 24일, 직접 예장합동 총회 사무실을 찾았다. 최 목사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 많은 노회가 아니라, 상회인 총회에서 뭔가 도움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총회 역시 아무리 성폭력 사건이라고 해도 교단 헌법에 따라 절차를 밟아 치리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피해자, 피해자의 어머니, 청년부 교육목사와 만난 총회 재판국 행정 담당 목사는 "목사 치리는 소속 노회 소관이다. 총회 재판국은 노회 재판에 절차상 하자가 있었는지만 본다. 당사자를 직접 불러 듣지 않는다. 총회 재판국도 노회 재판 결과를 받아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와 만난 피해자들은 교단 헌법이 지나치게 목사 중심이라고 분통을 터트리며 "피해자 편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목사와 평신도 사이에 정보 격차 때문에 교단 재판도 피해자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고소장이 각하될 때까지 아무도 서류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다. 임원회가 이를 알고도 일부러 알려 주지 않았다고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 임원회도 고소하고 싶은데 또 노회에서 서류 미비로 각하할까 걱정이다"고 했다.

교단법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던 피해자들은 결국 사회 법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피해자 3명은 고소장을 작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해를 넘겨 이어 온 분쟁에, 현재 피해자들 중 일부는 교회를 떠났다. 최 목사 편에 선 교인들이 피해자들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때문이다. 아직 교회에 출석하는 피해자 C는 "지난주에도 예배 참석했는데, 아무도 인사하지 않고 째려보기만 하더라"고 말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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