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기독교와의 전쟁, 여기서 합니다. 기독교 가짜 뉴스 적발과 팩트 체크, 고발까지 주저하지 않고 달립니다. '기독교범죄역사박물관'을 만들어 일부 기독교의 나쁜 민낯을 들춰내겠습니다. 회개와 각성을 촉구했지만 그들의 대답은 횡령, 세습, 성폭력이었습니다. 물맷돌을 든 다윗의 심정으로 섰습니다."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시사평론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용민 PD가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사단법인 '평화나무'를 출범했다. 김 PD는 지난해 성탄절,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평화나무를 소개하며 '물맷돌을 든 다윗'의 심정으로 전쟁터에 뛰어들겠다고 선포했다. '가짜 평화'가 판치는 세상에서 혐오·차별·불평등을 일소하는, 종교가 평화와 사랑의 중심이 되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평화나무 홈페이지의 인사말이 인상적이다.

김용민 PD를 '막말 정치인', '기독교 이단아'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목사 아들로 태어나 교회를 떠난 적이 없으며, 벌써 6년 반 넘게 벙커1교회에서 사역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목사가 되기 위해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입학해 과정을 모두 마쳤다.

매일 방송을 만들기도 바쁠 텐데, 교회 운영에 저술 활동까지 병행하고 있는 그가 법인을 만들면서까지 '극우 개신교와의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1월 3일 서울 서교동 벙커1교회에서 김용민 PD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김용민 PD의 호탕한 웃음이 대화 내내 이어졌다. 인터뷰는 <뉴스앤조이> 구권효 편집국장이 진행했다.

'극우 개신교와의 전쟁'을 선포한 김용민 PD를 1월 3일 서교동 벙커1교회에서 만났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한국교회 '가짜 뉴스' 몰두 이유
"타인 혐오 부추겨 내부 결속 강화
공격해도 뒤탈 없을 소수자들
혐오 대상 삼는 교회 비겁해"

- 사단법인 '평화나무' 출범을 선언했다. 지금 시점에 평화나무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유가 있는가.

한국 개신교가 계속 바닥을 찍는다. 내부에서 아무리 열심히 동력을 만들어 내도 생기지 않는다. 아름다운 찬양, 수려한 설교는 기독교 범주 안에서나 의미 있는 동력이다. 교회 울타리 밖의 사람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겠나. 힘들다고 본다. 개신교가 부끄러운 역사에 책임을 지고,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교회, 문턱을 없애는 교회를 만들어야 한다.

평화나무가 지향하는 평화는 그저 화목하게, 조용하게, 안정적으로 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평화를 깨는 것들을 박살 내는 평화다. 혐오와 배제·차별을 일삼는 이들이 추구하는 평화는 '가짜 평화'다.

- 이름은 평화나무인데, 전투적이다. 극우 개신교와의 전쟁은 왜 필요한가.

혐오를 깨려면 전쟁이 불가피하다. 강력하고 적극적인 평화가 우리 노선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너희에게 평화가 아니라 검을 주러 왔다"는 마태복음 말씀을 참 좋아한다. 그 말씀의 내막과 본질을 잘 살피면서 평화나무를 꾸려 나갈 계획이다.

단순히 '극우', '우파'라서 전쟁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하는 짓이 나빠서 그런 거다. 극우라도 좋은 일을 많이 한다면 싸울 이유가 없다. 오히려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다. '보수'는 안정이나 질서, 약자에 대한 보호를 가치로 삼아야 하는데, 지금의 대한민국에 우파라고 하는 자들은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가 없다.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나서서 이런 일을 해야 한다.

- 가짜 뉴스 적발, 팩트 체크뿐 아니라 고발까지 한다고 밝혔다. 가짜 뉴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극우 내지 보수 개신교 인사들이 잘 몰라서, 혹은 팩트 검증 능력이 없어서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게 아니다. 가짜라는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제작·유포한다고 생각한다. 팩트를 충실히 검증해야 하는 <국민일보> 같은 언론에서 가짜 뉴스를 버젓이 내는 것만 봐도 그렇지 않나. 팩트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한국 개신교가 몰두하는 가짜 뉴스는 내부 단속 용도다. 타인을 향한 혐오를 부추겨야 내부 결속력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내부 결속을 사랑·평화·정의로 하면 얼마나 좋겠나. 교회는 반대로 가고 있다.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목사들도 공부를 안 한다. 팩트 체크 자체가 없다. 그런 목사들 메시지가 교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더 깊게 들어가자면, 성서에 대한 비평적 시각이 부족하다. 이런 시각을 가져야 내실 있는 신앙인으로 성숙하게 된다. 성경이 조금만 이상하다고 말해도 '불신앙'이라고 하고, '무조건 믿으라' 이야기하는 것은 교인들을 우매하게 만드는 일이다.

정치적 의도를 지녔거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뉴스들은 물론이고, 목사들이 강단에서 하는 설교 내용도 팩트 체크할 것이다. 개인의 신앙고백이나 교리를 건드리는 게 아니라, 목사들이 인용하는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 검증하는 것이다.

'김용민 브리핑'에서 목사들 설교 내용 사실관계를 검증하는 코너를 진행한 적 있다. 김삼환 목사가 설교에서,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백악관 문을 걸어 잠그고 17시간 동안 기도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설교를 듣고 내가 직접 루즈벨트기념관 관리실장에게 메일을 보내 물어봤다.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하더라. 루즈벨트는 당시 방에서 잘 잤다고 했다. 그는 루즈벨트가 독실한 기독교인도 아니었다고도 덧붙였다.

설교의 감동을 고조하기 위해서 팩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런 것도 잡아내야 한다. '은혜로우면 그만'이라는 사고를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

김용민 PD는 벙커1교회에서 6년 7개월째 사역 중이다. 최근 목사가 되기 위해 신대원 과정까지 마쳤다. 사진 제공 벙커1교회

- 기독교가 몇 년 사이 급격하게 혐오와 차별의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시사평론가이자 종교인으로서 그 이유가 무엇이라 보는가.

예전 <한겨레> 칼럼에서 봤는데, 반동성애 진영 인사가 인권 단체 인사에게 "동성애를 반대해서가 아니라 박원순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더라. 성경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개신교 세가 위축되니까 기존 교인이라도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개신교의 혐오 대상이 동성애자·무슬림·난민이다. 이들은 아무리 공격해도 뒤탈이 없을 소수자들이다. 이런 상대들을 골라서 공격하는 것은 비열하고 비겁한 짓이다.

반동성애 진영이 성소수자들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 보기나 했나. 성서에 동성애자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있을 수 있어도, 그들을 혐오하고 저주해도 된다는 말은 없다. 일부 교단은 (동성애자를) 옹호하는 사람들까지도 신학교 입학을 막는 법을 만들었다. 그보다 우선하는 '천국 특별법'은 '모두를 사랑하라'이지 않은가. 거기에 '동성애자만 빼고'가 어디 있나. 보수 개신교계가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내세우는,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배제 논리라고 본다.

- '기독교범죄역사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있다. 교회가 좋은 일도 많이 하는데, 왜 이런 게 필요한지 의구심을 가질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어떤 목적으로 만드는 것인가.

한국 개신교가 너무 오만 방자하다. 그동안 기독교 범죄 역사를 돌아보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현재 개신교는 하나님의 용서와 인류의 관용 속에 서 있는 것이다. 개신교가 하나님의 용서 속에 서 있는 죄인들의 공동체라는 사실, 남들보다 잘나서 계몽하고 훈계할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작업이 필요하다.

교회가 좋은 일 한다고 알리는 곳은 많다. 거기는 거기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 하지만 범죄 역사 박물관 같은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가 선대들의 신앙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면 허물도 다 계승해야 한다.

'작은 자 하나 실족하게 만드는 사람은 연자 맷돌을 묶어 바다에 던져지는 게 낫다'는 말씀이 있다. 아무도 이 말씀에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 교회 성장을 위해 나름대로 애쓴 소위 '큰 목사님'들 때문에 예수 믿은 사람들도 있지만, 반대로 그들 때문에 교회를 떠난 사람도 많다. 그런 목사들과 그에 기생해 한국교회를 망치는 세력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의로운 일 하다 쫓기는 사람들
품어 주는 교회 만들고 싶어… 
계속 나쁜 짓 하는 사람들
'피똥' 싸게 만들 것"

- 한신대 신대원 졸업을 앞두고 있다. 목사가 되기로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백남기 농민께서 박근혜 정부의 국가 폭력에 쓰러진 후, 정부가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우려고 했다. 그때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들어갔는데, 결국 조계사에서 내쫓기고 말았다. 그 사건을 보며 '의로운 일을 하다 쫓기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을 하려면 정식으로 목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문익환 목사님이 담임하셨던 한빛교회에 소속돼 교역 지도를 받으면서 대학원 과정을 마쳤다. 이제 인턴 기간을 2년 채워야 목사 고시를 볼 수 있다. 부교역자로 사역하든지 개척해야 한다. 지난주 벙커1교회 교인 총회에서 기장 교단에 가입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나는 전도 많이 해서 사람 끌어모으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한국교회는 대부분 교회 확장이나 교인 수를 늘리는 데만 치중하며, 교회 안에서만 열심히 하는 신자를 길러 낸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기여하면서 하나님나라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구현하려 노력하는 교회가 있어야 한다. 전도만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 교인들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있었던 대한문에 가서 봉사도 하고, 세월호 참사 때는 세월호 집회, 탄핵 정국 때는 촛불 집회에 교회 깃발을 들고 나갔다. 우리 교회 오시는 분들은 세상을 바꾸는 일에 힘써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지난 6년간 벙커1교회는 '채플' 성격이 강했다. 이제 교단에도 가입하니, 조직화한 교회도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모델이 되도록 힘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용민 PD는 "개신교가 빛은 못 돼도 썩지 않는 소금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 방송 일로도 바쁜데, 교회에 평화나무까지 운영하려면 더욱 바빠질 것 같다.

사실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다. 지금 하는 방송만 잘해도 되는데, 굳이 이런 일을 왜 벌였을까. 나도 잘 모르겠다.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 앞길도 잘 모른다. 사실 벙커1교회는 김어준이 하라고 해서 시작한 것도 있는데.(웃음) 아마 김어준은 몇 번 하다 말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그런데 교우들을 떠날 수가 없더라. 돌이켜 보면, 하나님이 지금까지 작은 경험 하나하나로 이런 교회를 만들기 위해 나를 이끌어 오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때가 됐다', '그만하라'고 하시면 그때 그만하지 않겠나.

한국 개신교가 빛은 못 돼도 썩지 않는 소금 정도는 돼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일 하는 사람들한테 가서 소금도 좀 뿌리고.(웃음) 백윤식 씨가 '싸움의 기술'이라는 영화에서 "자꾸 그러면 피똥 싼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도 그렇다. 계속 나쁜 짓 하는 사람들, 회개 안 하면 피똥 싸게 만들 계획이다. 그런 일을 하려면 피곤해질 각오해야 한다. 남에게 책잡힐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삶을 사는 게 쉽지는 않지만, 도전해 보려 한다.

저작권자 © 뉴스앤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