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어람ARMC가 주최한 '개신교 청년은 왜 극우로 갔는가' 강좌에는 3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뉴스앤조이-장명성 기자] 개신교 청년들의 우경화가 '피해 의식에서 온 모욕감' 때문이라고 분석한 학자가 있다. 서강대에서 사회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서교인문사회연구실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며, 최근 '개신교 우익 청년 대중운동의 형성'이라는 제목의 소논문을 발표한 김현준 연구원이다. 그는 청어람ARMC가 10월 19일 진행한 강좌에서 '개신교 청년은 왜 극우로 갔는가'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개신교 청년들이 '잘못된 신앙을 가지고 있어서', 혹은 '잘못된 사상에 빠져서' 우경화하고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개신교 우익 청년들이 좌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면 특별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며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젊은이가 '보수'라고 말하면 '개념 없다'고 돌팔매질당하는 좌파 독재 세상에서 일베가 총대를 멨다. (중략) 청년 우파는 좌파가 비난하는 소위 '우파 수구'의 자식들이 아니다. 오히려 '젊은 보수 = 개념 없음'의 공식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자유를 외치는 자유주의자들이다. '나는 여당에 찬성합니다' '좌파는 잘못되었습니다'라고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그들의 강요에 당당하게 저항하는 진짜 진보인 것이다." (<뉴데일리>, 2015년 12월 22일, 강 아무개 씨 칼럼)

"종북 좌파 그리스도인들은 대화가 안 돼요. 왜 대화가 안 되냐. 기본적으로 이들이 터 잡고 있는 게 몇 가지 있어요. (중략) 공통적으로 붙잡고 있는 터는 뭐냐면, 지식적 교만입니다. (중략) '공부 더 해 와', '네가 몰라서 그래, 공부를 하라고.' 지식적 교만이 이렇게 와요. 똑같은 성경 구절을 보고도 우리는 성령을 따라서 이렇게 해석하는데 그들은 혼미케 하는 영을 따라서 다르게 해석하죠. '나는 네가 모르는 이걸 알고 있어.' 이게 지식적 교만이 돼서 딱 붙잡고 있는 겁니다." (유튜브 박 아무개 씨 강연)

김현준 연구원은 이 발언들에서 일종의 피해 의식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개신교 우익 청년들이 좌파를 인식할 때 느끼는 피해 의식 때문에, 그들로부터 모욕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감정은 단순한 수치심이 아니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로 드러난다. 모욕감을 느낀 이유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고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모욕감을 준 좌파를 악마화하고 비난하게 된다."

극우라고 하지만, 보수 개신교 청년들은 이전 세대의 맹목적 반공주의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우익 청년들의 반공주의는 경험하거나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 모욕감을 정당화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청년들이 살아남기 힘든 사회에서 겪는 박탈감과 모욕감을 돌파하기 위해 공공의 적을 소환할 필요가 있고, 자신과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다른 '종북 좌파'를 그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개신교 청년들의 극우화 과정을 연구해 온 종교사회학자다. 뉴스앤조이 장명성

최근 보수 개신교가 차별금지법이나 각종 인권조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반대 집회에 나서는 등 정치적 이슈에 적극 개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살폈다. 김현준 연구원은 "과거에는 '이원론'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종교성과 정치적 행동주의가 분리되어 있었는데, 최근에는 이 둘을 결부하고 있다. '신앙심이 좋으면 (특정 정치적 이슈에) 반대하는 전화를 해야 한다'며,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신앙이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한다. 기독교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우익 이데올로기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 개신교 청년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개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교회 내에 존재하던 개념들에서 영향을 받고 학습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들이 자주 사용하는 '영적 전쟁', '문화 전쟁',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은 단어들은 1990년대부터 유행하던 신학을 기반으로 한 언어들이다. 이제는 그 언어들에 '좌파', '마르크스주의' 등 정치적 언어까지 연결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모욕감이 한국교회 내 반지성주의와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보수 개신교 청년들은 그들이 적으로 상정한 좌파 그리스도인들의 '지적 교만'을 보며,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다', '예수만 잘 믿으면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면서 반지성주의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현준 연구원은 보수 세력이 '혐오 발언'을 일삼는 이유를 모욕감 차원에서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모욕감을 연구한 '윌리엄 어빈'이라는 철학자는 '모욕감을 쉽게 느낄수록, 상대에게 (모욕감을) 쉽게 준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이야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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