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아들 목사의 성적 비행이 공론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아버지 목사가 피해자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사람들에 대한 고소를 부추기고 거짓 증언을 유도하는 등 회유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성희롱 등 2차 피해도 발생했다. <뉴스앤조이>가 5월 28일 보도한 인천새소망교회 K 목사와 그의 아버지 김영남 목사 사건이다. 

K 목사는 복수의 교회 청년과 연인 관계를 빙자해 성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기사에 등장하는 B, C는 당초 취재 과정에서 기자에게 사실관계를 완강히 부인했다. K 목사와 A, B, C의 4자 대면 녹음 파일이 있는데도, 그 상황은 자신들이 꾸며 낸 것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폈다. 자신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보도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는 B와 C의 의도가 아니라 K 목사의 아버지 김영남 목사가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김 목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전계헌 총회장) 총회 99회 서기와 교단지 <기독신문> 이사장을 지내고 현재 예장합동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단 중진 목사다.

K 목사의 성적 비행은 올해 2월 말부터 인천새소망교회 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김 아무개 장로 부부가 김영남 목사에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김영남 목사는 B와 C에게 접촉했다. 김영남 목사는 문제를 제기한 장로가 이단이라며, 이단으로부터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명목을 내세웠다.

B와 C는 김영남 목사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K 목사와 성관계를 맺은 적 없다고 말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야 두 사람도 좋고 교회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기자를 만나, 김영남 목사가 "너희 앞날 창창한 여자 아니냐. 나중에 그런 여자가 되어 버리는데 괜찮겠느냐. 너희를 보호하려고 하는 거다. 너희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레퍼토리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김영남 목사는 예장합동 99회 서기, <기독신문> 이사장을 지내고 현재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교단 내 중진 목사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교회 생활에 열심이던 두 사람은, 교회를 지켜야 한다는 말 때문에 김영남 목사의 요구대로 했다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김영남 목사가 <뉴스앤조이> 보도 전후 '대응 지침'도 알려 줬다고 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 내가 죽어야 기사 내리겠느냐"며 기자에게 강하게 항의했던 B는, 이 모든 게 김영남 목사가 지시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B는 "기자와 처음 통화했을 때 목양실에서 김영남 목사와 스피커폰으로 같이 들으면서 대응했다. 김영남 목사가 더 화를 내라고 하거나 할 말을 옆에 있는 노트에 적어 줬다"고 증언했다. 기사 삭제를 요구하라며 기자에게 전화를 걸게 하고, 옆에서 "죽는다고 해라", "소송 건다고 해라"라며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 줬다고 했다.

C에게는 고소를 부추겼다. 교회 내에서 문제를 제기한 김 아무개 장로 부부와, 피해자 A를 도와 K 목사에게 각서 작성을 요구했던 J 목사 부부를 고소해야 한다고 했다.

김영남 목사는 C를 예장합동 소속 김 아무개, 장 아무개 목사와 만나게 했다. C는 "자고 있는데 김영남 목사가 아침 일찍 다급히 불러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인천 소재 한 호텔로 C를 데려가 두 목사를 만나게 했다.

두 목사는 교회 장로들의 문제 제기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면 장로들도 어쩌겠느냐"면서 C가 직접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C는 기자에게 "두 목사가 '이 사건은 별일 아닌데, 타깃이 김영남 목사니까 걸고넘어진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성희롱적 발언도 일삼았다고 했다. C는 장 목사가 "K가 너에게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어떡할 거냐", "남자는 한 번 한 여자 잊지 못한다", "너도 좋았냐", "남자는 20~30대 때 성욕이 많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C는 장 목사가 K 목사와 몇 번이나 관계를 맺었는지도 물어봤다면서 "3번? 5번?"이라고 묻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했다.

C는 "나보다 나이도 많은 어른이고, 목사들이 하는 말이다 보니 이 말들이 성희롱이라고 인식하는 것 자체도 오래 걸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말들이) 계속 생각났다. 기분이 나빴고 성희롱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K 목사에게 있었지만 그는 돌연 미국으로 떠나고 뒤처리는 C가 도맡아야 했다. C는 "K를 보며 '자기는 아빠 뒤에 숨고 왜 나만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뭐든지 빨리 끝내고 싶었고, K는 미국에서 오지도 않으니 내가 해야 끝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접 장로 부부에 대한 고소장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C의 고소는 성립하지 않았다. 경찰은 교회 내 퍼진 소문을 가지고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려면, 김영남 목사나 K 목사가 직접 해야 한다며 C가 고소할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C는 김영남 목사가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주고 비용도 지불했다고 했다. 경찰서까지 동행하기도 하고, 담당 형사로 누가 배정됐는지도 알아봐 주었다고 했다. C는 새벽 4시나 5시에도 김영남 목사에게 "언제라도 어려움이 있을 때는 나와 의논해라", "나 좀 도와줘, 어떻게 해야 하지?", "급한 일이 있다. 전화 좀 줘라" 등의 문자를 받았다.

김영남 목사는 시간을 가리지 않고 C에게 전화와 문자를 남겼다. 미안하다고 할 때도 있었고, 도와 달라고 할 때도 있었다. 문제를 무마하려 교단 소속 목사들을 만나게 하려고, 아침 일찍 불러내기도 했다. (사진은 C가 실제 받은 문자 내용을 토대로 연출한 것) 

<뉴스앤조이>는 김영남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6월 15일 연락을 취했다. 김 목사는 16일 오후 서울 방배동 한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김영남 목사는 기자의 연락을 받은 직후 B와 C에게 전화해, 기자를 만났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물어봤다.

6월 16일 약속 장소에 도착해 보니, 김영남 목사는 카페가 아니라 인근 병원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고 있었다. 김 목사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건강이 많이 나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병원에는 C가 만났던 김 아무개 목사가 있었다. 그는 "김영남 목사가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 위험한 상태"라며 인터뷰는 어렵다고 했다. 당초 김영남 목사가 기자를 만나려 한 것도 기사가 나가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했다.

그에게 왜 피해자를 만나 고소를 부추겼느냐고 묻자, "우리도 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다"며 그런 일은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단지 도움을 주고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뉴스앤조이>는 C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는 장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18일 오후 전화를 걸었으나, 그는 바쁘다며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다. 이후 18일 저녁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답장이 없었다. 19일 아침에도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전화를 걸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편, 예장합동 서인천노회는 K 목사를 제명했다. 노회장은 18일 <뉴스앤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번 나온 기사 내용 보면서 노회가 그냥 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정치부로 넘겼다. 노회비도 내지 않은 지 오래돼 이런 이유들로 제명했다. 아버지 김영남 목사도 노회가 제명해 주면 잘 지도하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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