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가 올해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78.1%는 종교인 과세를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압도적 여론에도 개신교계는 과세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예'를 주장하다 빈축을 샀다. 사진 출처 리얼미터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2018년 1월 1일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작된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1968년 종교인 과세 방침을 천명한 이후 꼭 50년 만에 시행되는 것이다. 정부는 12월 26일 열린 2017년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2015년 12월 종교인 과세 조항을 넣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시행 시기를 2018년 1월 1일로 2년 유예했다. 2년간 정부와 종교계가 합의해 적절한 세부 시행 방안을 도출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부와 종교계 간 협의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지부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이후에야 본격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 78%가 종교인 과세를 즉각 시행하는 데 찬성한다는 조사가 있을 정도로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반년간 정부와 종교계는 공전했다. 개신교계 입장이 강경했기 때문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전국17개광역시·도기독교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종교인과세TF'는 올해 가을까지만 해도 '2년 유예'를 주장했다. 이들은 지금 법대로라면 과세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예를 고집했다.

종교인과세TF 주장의 골자는 '세무조사 금지'와 '종교 활동비 비과세'였다. 정부가 종교의자유를 침해할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세무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이런 요구가 유례없는 특혜라며, 정부가 이 요구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결국 교계 요구를 수용했다.

언론은 여러 편의 기사와 사설로 특혜를 요구하는 종교계를 비판했고, 그 가운데서도 보수 개신교계를 지목했다. 대형 교회들 재정 운용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기부금 영수증 허위 발급 단체 중 97%가 종교기관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종교인과세TF 주장이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의식 있는 교인들은 세무조사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입장을 내놓았고, 한국기독교장로회는 근로소득 방식으로 세금을 신고·납부하기로 결의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오래전부터 목회자도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종교인과세TF 주장이 개신교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사회는 한국교회를 이익집단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종교인 과세 국면은 한국교회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칭찬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비난만 사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종교인과세TF 주장처럼, 증빙받기 어려운 목회 활동비 사용 관행이 있다. 어려운 교인과 목회자, 지역사회 기관에 금일봉을 주면서 돕는 중대형 교회가 많다. 정부와 종교인과세TF는 이런 관행을 고려해 사회 통념상 인정할 만한 목회 활동비 비과세안을 마련했어야 하나, 그러지 못했다.

어렵사리 첫발을 뗀 종교인 과세는, 2018년에도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교회 사례비 지급 방식이 개선돼야 하고, 매달 지급 명세서를 작성하고 반기별로 세무서에 신고하는 등 행정적 절차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종교 활동비 무제한 비과세가 탈세를 조장하고 조세 형평성에 균열을 낸다며 헌법소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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