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 법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은 발제를 맡은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와 문시영 교수(남서울대 기독교윤리학). 뉴스앤조이 여운송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 법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은 발제를 맡은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와 문시영 교수(남서울대 기독교윤리학). 뉴스앤조이 여운송

[뉴스앤조이-여운송 기자] 종교인 과세가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그간 관행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던 종교인들이 '종교인소득' 명목으로 세금을 내기 시작했다. 과세가 시행되자마자, 퇴직금도 2018년 1월 1일 분부터 과세해 달라는 '종교인 퇴직소득세 완화 법안'(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 대표 발의)이 2018년 2월 발의됐다. 일반 근로소득자보다 훨씬 적은 세금을 내는 것도 모자라, 퇴직금 세금까지 깎아 달라는 보수 개신교계 로비의 결과물이었다.

여론은 험악했다. 지난해 4월 <오마이뉴스> 여론조사에서는 법안 반대(65.8%) 응답이 찬성(20.9%)의 3배를 웃돌았다. 이 법안은 20대 국회 하반기 내내 법제사법위원회를 맴돌았다. 박주민(더불어민주당)·채이배(민생당) 의원 등의 반발로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직 20대 국회 회기가 보름 남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법안은 폐기되더라도 이 법안이 지닌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고찰할 필요가 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최호윤 실행위원장)은 5월 14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종교인 퇴직소득세 부과 문제는 사회적·교회적으로 중요한 사안인데도 충분히 공론화하지 못했다며, 성경적·실정법적 의미를 검토해 보자는 취지였다.

'종교인소득' 자체가 특혜인데도 적반하장
최호윤 회계사 "납세는 사회 구성원의 의무
성경적 관점에서는 이웃 사랑 실천"
최호윤 회계사는 종교인 과세 자체가 이미 특혜받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최호윤 회계사는 종교인 과세 자체가 이미 특혜받은 법이라고 지적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최호윤 회계사(삼화회계법인)는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법리적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종교인 과세가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고 해서, 이전에 목회자에게 납세 의무가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 논리대로라면 목회자들의 2017년 12월 31일까지의 사역은 2018년 1월 1일 이후의 사역과 별개가 되는 것이다. 이 논리를 사회가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목회자가 2018년 1월 1일 시행하는 종교인 과세를 피하고자 2017년 말 부랴부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한 사례가 있다. 최호윤 회계사는 이 또한 전부 과세 대상이며, 퇴직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 가산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국세청이 잠잠했던 것은, 실질적으로 세수가 많지 않은 데다가 교회가 막무가내로 '종교 탄압' 프레임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회계사는 이미 종교인 과세 자체가 특혜받은 법이라고 했다. "세무 활동을 30년 하면서 소득의 속성이 아니라 어떤 사람의 직업에 따라 세목을 새로 만든 것은 종교인이 처음이다. 직업이 기자·교수라고 '기자소득'이나 '교수소득' 항목을 따로 만들지 않는다. 전부 근로소득으로 과세한다. '종교인소득' 세목 신설은 정부가 '목회자는 근로자가 아니다'는 교계 신앙적 가치관을 배려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금은 공동체 운영 경비를 구성원이 분담하는 것이다.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직접세든 간접세든 분담하는 게 당연하다. 퇴직소득세는 일반 시민도 부담하지 않나. 세금에는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려는 목회자들 마인드에 '정의와 사랑'이 결여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성실히 납세하는 행위 자체가 '이웃 사랑의 소극적 실천'이라고 했다. 최호윤 회계사는 "우리가 세금을 내는 게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인가, 내지 않는 게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예수는 2000년 전 (서기관·바리새인을 향해) '박하와 회향과 근채의 십일조는 드리지만, 더 중요한 정신 의와 인과 신은 버렸다'고 비판했다. 나는 이미 하나님께 바쳤으니 부모를 섬기지 않아도 된다는 '고르반'의 논리를 교회가 들이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시영 교수 "성실 납세는 공적 제자도 실천
'당하는 개혁' 대신 '주도적·책임적' 응답해야"
문시영 교수는 교계를 향해 성실 납세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문시영 교수는 교계를 향해 성실 납세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뉴스앤조이 여운송

문시영 교수(남서울대 기독교윤리학)는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예수의 말씀을 인용하며, 시민의 일원으로서 '가이사의 것'에도 성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목회자 납세는 개인의 도덕성보다 제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어차피 내야 하는 가이사의 것으로 정해진 이상, 방어적 태도보다는 적극적 성실 납세가 답이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교회가 '당하는 개혁'이 아니라 시민사회에 대한 교회의 '주도적·책임적 응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라는 말은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길에 헌신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나님의 뜻을 실천한다는 것은 '공적 제자도 실천'과 연결된다고 했다. 그는 "공공신학, 공적 제자도 실천은 '제자'의 삶을 공공 영역에서 실천하라는 뜻이다. 시민사회에서 기독교가 어떤 모습을 취해야 하는지 고민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시영 교수는 교계를 향해 퇴직금 세금까지 깎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성실 납세 선언'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납세는 기본이다. 나도 오랫동안 성실 납세했지만, 그렇다고 무슨 상이나 감사장을 받아 본 적은 없다. 교회 또한 당당한 시민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실히 납세해야 한다. 여전히 '세테크'(세금 재테크), 절세 전략 관점에서 '못 내겠다'고 우기는 것은 개신교 신뢰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회 공동체가 대대적인 성실 납세 선언 및 이행 등 시민사회를 향한 책임적 자세를 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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