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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AIDS②] 반동성애 진영 AIDS 주장은 사실일까
'동성애→AIDS→국민 세금' 공식의 역사와 진실
  • 이은혜 기자 (eunlee@newsnjoy.or.kr)
  • 승인 2017.11.22 15:55

전 세계는 매년 12월 1일을 '에이즈의 날'로 지킵니다. 1981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신고된 AIDS(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는 의학의 발전과 함께 더 이상 공포스러운 질병이 아닌, 고혈압·당뇨와 같은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객관적 변화에도, 한국 사회에서 HIV/AIDS 환자를 향한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특히 최근 한국교회 반동성애 운동 진영에서는 AIDS 환자에게 '비윤리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있습니다. 그들의 목표 중 하나도 AIDS 퇴치일 텐데, 과연 이런 방식으로 AIDS가 사라질까요.

<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 내 커져 가는 AIDS 반감을 보면서, 'AIDS'라는 질병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①HIV/AIDS란 무엇인가 ②한국교회는 어떻게 AIDS 공포를 퍼트렸나 ③'AIDS 혐오'와 감염인의 삶 ④미국과 프랑스의 HIV/AIDS 대응을 주제로 기사를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인생은 아름다워' 보고 게이 된 내 아들 AIDS로 죽으면 SBS 책임져라!"

[뉴스앤조이-이은혜 기자] 2010년 9월 29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지면 광고 헤드라인이다. 광고는 동성 커플이 등장하는 SBS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2010년 3월 20일부터 방영한 이 드라마는 방영 내내 보수 개신교계의 비난을 받았다. 드라마가 동성애를 미화한다는 이유였다.

보수 개신교 단체 한국교회언론회도 지속적으로 SBS와 '인생은 아름다워' 작가 김수현 씨를 비판했다. 한국교회언론회는 2010년에만 두 차례 관련 논평을 발표했다. 2010년 5월 12일 '동성애 미화,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는 "동성애를 보편화하고 이를 용인하는 사회는 분명 건강치 못한 사회"라고 밝히고 있다.

보수 개신교계의 반동성애 기류는 그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때만 해도 지금처럼 '동성애=AIDS'라는 공식이 통용되지는 않았다. 반동성애 운동이 HIV 감염인과 AIDS 환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일도 적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하는 개신교인들 입에서 HIV/AIDS가 본격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한 걸까.

이번 기사에서는 반동성애 진영이 언제부터 HIV/AIDS를 동성애 반대 운동에서 언급하기 시작했는지 살펴보고, 그 주장과 사실관계를 파악해 본다.

2016년 반동성애 집회에 걸린 현수막.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은 동성애와 AIDS의 연관성을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반동성애 운동 강화하면서
힘 얻은 '동성애=
AIDS' 공식

2014년 12월 13일 KBS 시사 교양 프로그램 추적 60분은 '얼굴 없는 사람들 - AIDS 환자의 눈물'을 방송했다. 방송은 2013년 8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사망한 AIDS 환자 김무명 씨(가명) 이야기를 소개했다. 김무명 씨는 AIDS 확진 환자로, 사망 14일 전 장기 요양이 필요하다는 대학 병원 의사의 소견에 따라 수동연세요양병원으로 이송됐다.

HIV/AIDS 인권 활동가들은 병원의 치료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추적 60분은, 충분히 더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도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입원한 지 2주 만에 죽음에 이른 김무명 씨의 사망 원인을 추적했다.

이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 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 원장은 각종 언론·동영상 등을 통해 반론을 제기했다. 염안섭 원장과 인권 활동가들의 주장은 엇갈렸다. 

이후 염안섭 원장은 본격적으로 기독교 방송·언론 등에 등장했다. 염 원장은 'AIDS 환자 받아 줬지만 되레 AIDS 환자에게 공격받은 의사'로 소개됐다. 그는 많은 강연을 통해, 동성애는 항문 섹스이고 항문 섹스는 AIDS로 이어진다는 공식을 이야기했다.

2015년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는 본격적으로 '동성애', '항문 섹스'와 함께 'AIDS'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한국교회가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 문화 축제에 대대적으로 반대 집회를 개최하던 시점이다. 반대 집회에서 자주 나오는 주제 중 하나가 동성애와 AIDS였다. 이들은 'AIDS'라고 말할 때 'HIV 감염인'과 'AIDS 환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반동성애 운동에 AIDS가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은 것도 이즈음부터다. 동성애 반대를 공개적으로 외쳐 온 유명 목사·의사·변호사·약사·교수들은, 모든 것을 'AIDS'라는 이름으로 통일했다. 한국 사회에서 HIV 신규 감염인이 증가하는 것이 곧 죽음의 질병(도 아니지만)인 AIDS가 증가하는 것처럼 공포감을 줬다.

2016년 반동성애 집회에서 발언하는 염안섭 원장(수동연세요양병원). 한국교회에서 염 원장은 동성애와 AIDS의 심각성을 알린 사람으로 통한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반동성애 진영의 힘을 얻으면서, 2~3년 전 염안섭 원장이 홀로 외치던 이 이야기를 개신교인 의사들이 너도나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중 HIV/AIDS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감염내과 전문의는 많지 않다. 오히려 현직 감염내과 의사들은 <뉴스앤조이>와 대화에서 "전문의도 아닌 사람들이 꼭 전문가인 것처럼 AIDS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들의 발언은 오히려 AIDS를 왜곡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동성애가 AIDS 원인인가
세금 4조 투입? 사실은…

보수 개신교권에서 유통되는 '동성애와 AIDS'에 대한 주장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①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라는 것과 ②AIDS 치료에 막대한 국민 세금(최소 4조)이 투입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란한 성관계 때문에 죽을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왜 내가 낸 세금을 써야 하느냐'는 반감이 들어가 있다.

먼저 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라는 주장부터 살펴보자. 반동성애 진영은 남성 간 성관계가 'AIDS 감염'의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라고 요구한다. 짚고 넘어갈 점은 'AIDS 감염'이 아닌 'HIV 감염'이 맞는 표현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 HIV/AIDS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6년 새롭게 HIV에 감염된 사람 수는 1,062명. 그중 남자가 1,002명이고 여자가 60명으로,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감염 경로를 묻는 질문에는, '동성 간 성 접촉'이라고 답한 사람이 325명, '이성 간 성 접촉'이 387명, 무응답이 350명이었다.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비율을 고려할 때, 남성 간 섹스를 통해 감염되는 비율이 월등하다.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동성애와 AIDS의 긴밀한 상관관계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도 남성 간 성관계를 갖는 사람들이 'HIV 감염 취약 계층'이라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는다.

감염내과 의사 A는 <뉴스앤조이>와 대화에서 "취약 계층과 질병의 원인을 동일시하는 건 잘못이다. 다른 감염병, 예를 들어 결핵은 가난한 사람이 많이 걸린다. 그렇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잠재적 결핵 환자'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어떻게 해야 예방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동성애가 AIDS의 원인이다"라는 주장에는 기본적인 오류가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HIV/AIDS 신고를 받기 시작한 1985년부터 2016년까지 동성 간 성 접촉으로 HIV에 감염된 여성 수는 '0'이다. 여성 동성애자 즉 레즈비언 그룹은 HIV/AIDS와 아무 관련이 없다.

2015년 6월, 인권 활동가들이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라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그 뒤로 '에이즈 치료 국민 혈세로 100% 지원'이라는 피켓을 든 사람이 서 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AIDS 환자를 위해 들어가는 국민 세금이 연간 최소 4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을 살펴보자. 반동성애 운동에 앞장서는 이들은 "쾌락을 좇다 AIDS까지 걸린 사람들을 왜 국가가 도와줘야 하느냐"고 주장한다. 이 주장 역시 "그렇기에 동성애를 반대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는 HIV 감염인에게 약값을 지원하고 있다. 2016년 한 해 국민건강보험이 HIV 감염인에게 지원한 약값은 921억 원이다. HIV 증식을 억제하는 고강도항레트로바이러스 약은 가격이 비싸다. 이 약을 꾸준히 복용해야만 AIDS 확진과 그에 따른 기회감염(HIV에 감염된 후 이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질병 - 기자 주)을 막을 수 있다.

HIV 감염인을 지원하는 금액은 감염인이 늘어나면서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동성애 진영이 주장하는 것처럼 약값에 4조 원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개최한 '국제 에이즈 심포지엄'에서 HIV 감염인 2,024명을 치료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7,821억 원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비용'은 단순 치료비가 아니다. 생산성이 높은 20~30대 감염인들이 조기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 사회 구성원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이 줄어드는 것을 염두에 둔 계산법이다. 이 같은 결론을 발표한 양봉민 교수(서울대 명예)는 "따라서 감염 취약 계층에 대한 검진 서비스 제공과 지속적인 예방 노력을 위한 정책적 고려가 요청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반동성애 진영은 감염인 수가 증가했다는 것에만 착안해 '4조'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2016년 감염인 수는 1만 1,439명으로, 2005년과 비교할 때 약 5배 증가했기 때문이다(7,821억 x 5).

정부가 HIV만 관리하는 건 아니다. 정부는 각종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 보건을 수호하는 입장에서 감염병을 관리한다. 호흡기 감염병인 메르스와 사스, 혈액을 매개로 감염되는 B형·C형간염도 나라에서 관리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신생아를 대상으로 B형간염 예방 백신을 무료로 제공한다. 1995년부터 국가 예방 접종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을 국가가 나서서 예방하는 것이다.

감염내과 의사 B는 국가가 HIV 감염인의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을 공공보건학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자는 차원에서 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환자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HIV 전파를 막는 결과를 가져온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는 건 의료계의 공통된 목표 아닌가"라고 말했다.

위와 같은 피켓은 반동성애 집회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사진은 2015년 6월 퀴어 문화 축제 맞불 집회에 등장한 피켓. 뉴스앤조이 이은혜

30년 전으로 돌아간 'AIDS 혐오'

한국교회의 강력한 반동성애 운동은 현실에서 'AIDS 혐오'로 이어진다. 감염내과 C 교수는 <뉴스앤조이>와 대화에서 "한국교회가 동성애를 반대하기 위해 AIDS라는 강력한 매개를 끌어들인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DS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게까지 경직되지는 않았다. 반동성애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AIDS에 대한 인식이 후퇴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HIV 감염인을 만나는 한 활동가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그는 "30여 년에 걸쳐 AIDS 환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는데, 최근 3~4년 사이에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한국교회가 반동성애 운동을 한다고 AIDS를 끌어들이면서부터다. 이들의 행동은 사회가 AIDS 환자를 혐오하고 HIV 감염인 스스로도 자신들을 혐오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한국교회는 동성애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의 어긋난 사랑에서 시작된 'AIDS 혐오'가 어떻게 HIV 감염인과 AIDS 환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진짜 AIDS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음 기사에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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